파키스탄, 트럼프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제휴하며 해외 기업 유치 총력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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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8년 가상자산 금지 풀고 라이선스 포털 개방…9월5일 NOC 시한
PVARA, 거래소 등 10개 업종 허가제 도입해 해외 기업 유치 나서

파키스탄이 8년간 이어진 가상자산 관련 금지를 풀고 정식 라이선스 시대를 열었다. 파키스탄 가상자산규제청(Pakistan Virtual Assets Regulatory Authority, PVARA)은 8월21일(현지시각) 라이선싱 규정을 공표하고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를 위한 라이선싱 포털을 개방했다. PVARA 위원장 빌랄 빈 사키브(Bilal Bin Saqib)는 X(옛 트위터)를 통해 “8년간의 금지가 오늘 끝난다”고 밝히며 해외 기업들에 파키스탄 진출을 공식 초청했다. 기존에 영업 중인 사업자는 오는 9월5일까지 무저항확인서(NOC, No-Objection Certificate)를 신청해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제정된 가상자산법(Virtual Assets Act, 2026)의 후속 절차로, 법 제정 이후 6개월도 안 돼 실제 라이선스 발급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완전 금지에서 완전 허용 실험으로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빈 사키브는 “약 10년간 파키스탄의 가상자산에 대한 답은 완전한 허용이거나 완전한 금지였다”며 “그러나 역사는 기술이 허가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키스탄국립은행(State Bank of Pakistan)은 2018년부터 은행권의 가상자산 관련 계좌 개설을 금지해왔다.
전환점은 올해 초 마련됐다. 가상자산법은 상원 승인을 거쳐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고 지난 3월 의회 법률을 통해 PVARA가 상설 규제기구로 출범했다. 이후 PVARA는 6월11일부터 7월2일까지(현지시각) ‘PVARA/CON/001/2026’ 참고번호로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고 이해관계자 웨비나도 함께 열었다. 그 결과물이 8월21일 공표된 라이선싱 규정이다.

거래소부터 채굴까지, 10개 업종별 허가제
새 규정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거래소, 수탁(커스터디), 브로커·딜러, 자문, 대여·차입, 파생상품, 자산관리, 이전·정산, 발행, 채굴 관련 서비스 등 10개 라이선스 범주로 나눴다. 각 범주는 업종별 특성에 맞는 행위규제, 건전성 규제, 기술 요건,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규정을 각각 적용받는다.
신규 사업자는 규제 샌드박스에 진입하거나 제19조에 따른 NOC를 먼저 받은 뒤 파키스탄 내 법인 설립 이후 정식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반면 법 시행 전부터 이미 영업 중이던 이른바 ‘과도기 사업자’는 별도 절차 없이 9월5일까지 NOC를 신청해야 한다. 가상자산법 제70조는 이 기한 내 신청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한다. 8월21일 포털 개방부터 마감까지는 단 15일에 불과해 기존 사업자들은 매우 좁은 시간 안에 제도권으로 편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 문턱 낮추고 고객자산 분리 의무화
라이선스를 취득한 VASP는 그동안 막혀 있던 정식 은행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파키스탄국립은행은 4월14일자 회람 제10호(Circular No. 10 of 2026)를 통해 시중은행들이 PVARA 라이선스를 받은 VASP를 위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에는 고객예탁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고객자금계좌 개설도 포함된다. 이는 2018년부터 이어진 은행권의 가상자산 관련 계좌 개설 금지를 대체하는 조치다.
빈 사키브는 이번 규제체계가 고객 자산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선스를 받은 사업자는 고객이 맡긴 자산을 회사 자체 자산과 분리해 관리해야 하며 고객의 서면 동의 없이 고객 자산을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외국 기업 유치 전략과 지정학적 맥락
빈 사키브는 해외 기업들을 향해 “파키스탄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는 기업들에게 문은 열려 있다. 허가받으라. 은행 거래를 하라. 명확하고 공개적이며 집행 가능한 규칙 아래 이곳에서 사업을 지으라”고 밝혔다. 그는 별도 게시물에서 “파키스탄은 이제 가상자산을 공식 경제로 편입시키고 소비자를 보호하며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기반을 만들 규칙과 규제기관, 라이선싱 체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의 이런 행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친(親)가상자산 정책의 연장선이다. 2025년에는 비트코인 2025 행사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이 발표됐고 그전에는 비트코인 채굴과 AI 데이터센터에 잉여 전력 2000MW를 배정해 수익 창출과 일자리, 외국인 투자 유치를 노리는 정책도 나왔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자 역할도 해왔는데 이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의 제휴사가 되면서 형성됐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월드리버티파이낸셜 관계자들이 이슬라마바드를 찾아 파키스탄 총리를 만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파키스탄이 이미 가상자산 채택률 세계 상위 5개국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PVARA는 이번 체계가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과의 정합성을 맞추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좁은 신청 기한 속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얼마나 순조롭게 제도권에 편입될지, 해외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파키스탄행을 택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