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판매해도 된다"라며 잠정승인한 무기의 정체

작성일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 AIM-9X 블록Ⅱ 103기 한국 수출 승인

AIM-9X 사이드와인더 / 미국 해군 항공시스템사령부(미국 해군과 해병대의 항공기, 무기 체계, 지원 장비를 연구·개발·구매·시험 및 유지 보수하는 핵심 기관)
AIM-9X 사이드와인더 / 미국 해군 항공시스템사령부(미국 해군과 해병대의 항공기, 무기 체계, 지원 장비를 연구·개발·구매·시험 및 유지 보수하는 핵심 기관)

미국 국무부가 한국에 AIM-9X 사이드와인더 블록 Ⅱ(Block II) 공대공 미사일과 관련 장비 판매를 잠정 승인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국무부는 총 예상 비용이 1억2500만달러(약 1734억원)라며 한국 정부가 AIM-9X 사이드와인더 블록 Ⅱ 전술 미사일 103기와 전술유도장비 10기 등의 구매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패키지에는 능동형 광학표적탐지기, 교육훈련, 무기체계 지원, 훈련용 보조장비와 장치, 예비부품과 함께 미국 정부·계약업체의 공학·기술·군수 지원 용역 등이 포함됐다.

주계약업체는 미국 방산기업 RTX(옛 레이시온)다.

국무부는 이번 판매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이끄는 주요 동맹의 안보를 개선함으로써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와 국가안보 목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방공 능력을 확충하고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여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거래가 역내 군사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 절차상 실제 계약이 성사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국무부는 이번 판매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으며, 이 같은 통보 절차는 통상 별다른 이견 없이 마무리된다.

AIM-9X는 미국이 1950년대부터 개발과 개량을 이어 온 사이드와인더 계열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최신형이다. 사이드와인더는 1956년 미 해군에 처음 실전 배치된 이래 70년 넘게 미국과 동맹국 전투기의 근접 공중전용 표준 무장으로 쓰여 왔다. 적외선(열) 추적 방식으로 표적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좇아 유도되며, 발사 이후 조종사가 추가로 조작하지 않아도 미사일이 스스로 표적을 추적하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무기로 분류된다.

AIM-9X 계열은 2003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이번에 한국이 들여오는 블록 Ⅱ는 2015년 전면 생산 승인을 받은 개량형이다. 이전 모델인 AIM-9M에서 로켓 모터와 탄두, 신관 등 일부 구성품을 물려받되 유도부를 완전히 새로 설계해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핵심 강점은 조준 범위와 기동성이다. AIM-9X는 128×128 화소의 초점면배열(FPA) 방식 영상 적외선 탐색기를 탑재해 표적의 열 신호를 하나의 영상으로 인식한다. 덕분에 표적과 기만체인 플레어를 이전 세대보다 정밀하게 구분해 낸다. 또 탐색기의 조준 가능 각도가 항공기 정면을 기준으로 좌우 약 90도까지 벌어지는 '광각 조준(high off-boresight)' 능력을 갖췄다. 이에 따라 조종사가 기수를 표적 정면으로 돌리지 않아도 측면에 있는 적기를 겨눌 수 있다. 조종사의 헬멧에 조준장치를 연동하면 고개를 돌려 표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사일을 조준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동성은 추력편향(thrust vectoring) 기술로 확보한다. 로켓 배기구에 달린 제트 베인이 분사 방향을 꺾어 미사일의 진로를 순간적으로 바꾼다. 여기에 공기역학적 조종날개가 더해져 근접전에서 급격히 선회하며 회피하는 적기를 따라붙을 수 있다. 추진체로는 고체 연료 로켓 모터를 사용한다. 이 같은 조합 덕분에 AIM-9X는 미국 재고 가운데 가장 진보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평가받는다.

블록 Ⅱ의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링크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데이터링크를 통해 발사 이후에도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갱신받는 '발사 후 조준(lock-on-after-launch)'이 가능해져, 발사 시점에 탐색기가 표적을 포착하지 못한 상황이나 시야 밖에 가까운 거리의 표적까지 대응 범위가 넓어졌다. 재설계한 신관과 디지털 점화안전장치가 적용돼 신뢰성과 지상 취급 안전성도 개선됐고, 적외선 대응책을 걸러 내는 대(對)기만 성능도 강화됐다.

제원상 길이는 약 9.9피트(약 3.02m), 발사 중량은 약 85㎏, 지름은 12.7㎝(5인치) 수준이다. 탄두는 파편을 사방으로 퍼뜨리는 환형 파편탄두로 무게는 약 9.4㎏이다. 최고 속도는 마하 2 이상이며, 공개된 사거리는 약 32~35㎞(20마일 안팎)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사거리는 발사 고도와 속도, 교전 각도에 따라 달라지고 정확한 성능은 기밀이다. 공대공용으로 설계됐지만 지상 표적 타격에도 쓸 수 있어 다목적 무기로 분류된다.

AIM-9X는 F-15C/D, F-15E, F-16, F/A-18, F-22와 F-35 전 기종 등 서방 주력 전투기에 폭넓게 통합돼 있다. 한국 공군은 F-15K와 KF-16, F-35A 등을 운용하고 있어 이 미사일을 대규모 개조 없이 기존 무장 체계에 편입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지상 방공체계인 나삼스(NASAMS)의 근거리 요격탄으로도 활용되며,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대외군사판매를 통해 도입했다.

한국은 앞서 여러 차례 AIM-9X를 사들여 왔다. 2020년에는 115기를 1억5810만달러(약 2193억원)에, 2023년에는 42기를 5210만달러(약 722억원)에 구매하는 계획을 각각 승인받았다. 지난 6월에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C-8 암람(AMRAAM) 70기를 2억9200만달러(약 4051억원)에 도입하는 계획도 국무부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