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방어 어획량은 급증했는데 이 물고기는... 동해가 뭔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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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 19% 늘었는데 오징어는 반토막
뜨거워진 바다가 바꾸는 한국 어장지도

강원 동해안 전체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청어와 방어, 복어 등의 어획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십 년째 진행된 동해 수온 상승이 어장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강원도 해양수산국이 21일 공개한 주간 어획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도내 누적 어획량은 2만4793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71톤보다 19% 증가한 수치다. 최근 3년 평균 1만8214톤과 비교하면 36% 많다.

그러나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올해 누적 오징어 어획량은 72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25톤)과 견줘 32% 수준에 그쳤다. 전년보다 약 68% 감소한 수치이자 최근 3년 평균 1223톤과 비교해도 59% 수준이다.

당연히 오징어 어획고가 크게 줄었다. 올해 오징어 누적 어획고는 121억36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65억3300만원)의 46%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3년 평균과 비교해도 78%에 그쳤다.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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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황도 좋지 않다. 지난 12~18일 일주일간 잡힌 오징어는 6톤, 어획고는 1억4500만원이다. 전주와 견줘 어획량은 35%, 어획고는 22%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속초가 3톤으로 가장 많았고 고성 1.5톤, 삼척 1톤, 강릉·동해 각 0.2톤, 양양 0.1톤에 그쳤다.

강원도는 수온 상승에 따라 살오징어 어군이 북상하면서 동해 연안으로 유입되는 어군 규모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사 기간 동해안 연안 수온은 23.8~27.3도로 평년보다 1.3~5.2도 높았다. 도는 당분간 오징어 어획량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살오징어는 기후변화 지시종... 동해 서식 갈수록 어려워져

오징어 감소의 배경에는 동해의 가파른 수온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살오징어는 표층에 주로 서식해 환경 변화에 민감한 난류성 어종으로, 산란장 수온이 15~23도, 어장이 형성되는 수온이 12~18도일 때 생존과 성장에 유리하다. 24도를 넘어서면 알과 유생의 생존율이 떨어진다. 그러나 최근 동해 표층 수온은 9월에도 27~28도에 이르는 등 오징어가 견디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서는 날이 잦아졌다.

살오징어의 주 산란장은 동중국해 중북부 해역이다. 이곳에서 부화한 뒤 대마난류를 타고 동해로 북상해 성장하고 다시 산란장으로 돌아가는 회유 어종이어서, 난류의 세력과 수온 분포가 어장 위치를 좌우한다. 동해로 열을 실어 나르는 대마난류 세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면서 적정 수온대가 과거보다 북쪽으로 밀려났고, 오징어 어군도 동해 연안을 벗어나 더 북쪽 수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표층과 중층의 온도 차가 커지면 영양염 순환이 약해지고 먹이망 자체가 흔들려 어군이 흩어지는 현상도 겹친다.

한반도 바다, 지구 평균보다 2배 속도로 뜨거워져

동해의 온난화는 전 지구 평균을 크게 웃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발간한 '2026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을 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8년간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은 1.6도 올라,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인 0.76도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최근 10년간 상승률은 과거 장기 평균의 약 3배에 달해 온난화가 가속하고 있다.


오징어 / 뉴스1 자료사진
오징어 / 뉴스1 자료사진

해역별로는 동해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앞선 브리핑 북에서 동해 표층 수온은 2.04도 올라 서해(1.44도)와 남해(1.27도)를 크게 앞섰다. 수과원은 동해로 열을 수송하는 대마난류 세력 강화와 여름철 폭염 증가에 따른 해수면 성층 강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성층 강화는 표층 수온이 오르면서 표층수 밀도가 낮아져 저층과의 수직 혼합이 약해지는 현상으로, 바다의 기초생산력을 떨어뜨린다.

수온 상승은 오징어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해양수산부와 수과원 자료를 보면 동해 대표 어종이던 살오징어의 전국 어획량은 2000년대 연평균 10만8000톤에서 2020년대 들어 1만6000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제는 전통의 주산지인 동해안보다 서해안에서 더 많은 양이 잡히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제적으로도 흐름은 비슷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한국·중국·일본·러시아의 오징어 어획량 합계는 2020년대 초반 이후 최근 5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청어·방어는 늘고 한류성 어종 줄거나 아예 사라져

다른 어종에서는 증가세가 나타났다. 특히 청어는 올해 6628톤이 잡혀 지난해 같은 기간 3955톤보다 68% 증가했다. 최근 3년 평균 2820톤과 비교하면 2.35배에 달한다. 방어도 1026톤으로 전년 624톤보다 64% 늘었고, 복어는 582톤으로 전년 464톤보다 25% 증가했다. 붉은대게 역시 1810톤으로 전년보다 41% 늘었다.

문어는 76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5톤의 96%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일주일 어획량은 34톤으로 전주 27톤보다 26% 증가했고, 어획고도 8억7500만원으로 전주 대비 37% 늘었다. 같은 기간 청어도 181톤이 잡혀 전주보다 50% 증가했다.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반대로 가자미 누적 어획량은 1493톤으로 전년보다 12% 줄었고 대구도 1095톤으로 7% 감소했다. 양미리와 도루묵은 각각 133톤과 30톤으로 전년보다는 증가했지만 최근 3년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50%, 47%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어종별 명암은 동해에서 관찰되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명태와 대구, 도루묵 같은 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급감하거나 사실상 자취를 감춘 반면, 방어와 전갱이처럼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난류성 어종은 동해 연안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수과원이 통발과 자망을 이용해 실시한 어획 시험에서는 과거 동해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 종수가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양식 피해 최대치... 연근해 어업생산량도 뒷걸음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수산업 전반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수과원 집계를 보면 2024년에는 9월 하순까지 이어진 고수온으로 1430억원 규모의 양식생물 피해가 발생해 관련 통계를 낸 2012년 이후 가장 큰 피해액을 기록했다.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1980년대 151만톤에서 2020년대 91만톤 수준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84만1000톤까지 내려앉았다. 바다의 기초생산력을 보여주는 클로로필-a 농도도 2003년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어업 자료사진. / 뉴스1

수온 상승 흐름이 단기간에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대 82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해의 수온 상승 폭은 21세기 말 최대 5도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체 어획량 증가에도 누적 어획고는 1144억57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했다. 단가가 높은 오징어의 어획량과 어획고가 함께 급감한 것이 전체 생산금액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