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제철 수꽃게가 쏟아진다… 제철 맞아 거세진 최저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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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1원 경쟁'에 제철 특수 폭발
대형마트와 e커머스 업체들이 가을 햇꽃게 판매가를 두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가격표를 바꾸는 이른바 '1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사가 새 가격을 내놓을 때마다 곧바로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맞대응하면서, 이미 배포한 온라인 전단조차 실시간으로 수정되는 상황이다.

하루 만에 세 번 바뀐 이마트 전단 가격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1일부터 23일까지 국산 가을 햇꽃게를 100g당 687원에 팔기로 했다. 하지만 이 숫자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마트는 20일 각 점포에 배포한 온라인 전단에서 정상가 1980원짜리 햇꽃게를 65% 할인한 693원에 판매한다고 먼저 공지했다.
곧이어 홈플러스가 변수로 등장했다. 홈플러스가 '홈플 이지 백' 행사로 같은 기간 '냉수마찰 기절꽃게'를 100g당 690원에 내놓자, 이마트는 21일 오전 가격표를 홈플러스보다 1원 싼 689원으로 바꿔 달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쿠팡이 100g당 688원짜리 가을 햇꽃게를 선보였고, 이마트는 다시 전단 가격을 687원으로 조정했다. 하루도 안 되는 사이 693원에서 689원, 687원까지 세 차례나 가격이 바뀐 셈이다.
현재로선 해양수산부 20% 할인쿠폰을 적용한 컬리가 100g당 68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이마트(687원), 쿠팡(688원), 홈플러스(690원)가 뒤를 잇는다. 다만 업체마다 할인쿠폰 조건이나 최소 구매 수량, 상품 구성이 조금씩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런 눈치 싸움은 올해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마트는 100g당 788원으로 책정했던 가격을 760원까지 28원 내렸다. 쿠팡이 곧바로 같은 760원을 제시하자, 이마트는 741원으로 다시 가격을 낮췄다. 당시 홈플러스 역시 790원이던 최초 가격을 780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지난해 최종가와 비교하면 올해 이마트 판매가는 100g당 54원 더 저렴하다.
꽃게는 여름 금어기가 풀린 뒤부터 11월 초까지 짧게 유통되는 제철 상품이다.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데다 그날그날 조업량에 따라 물량이 들쭉날쭉해, 할인 행사에도 한도가 붙는다. 이번 이마트 행사도 1인당 구매량을 3㎏으로 제한했다.
3㎏을 최대치로 사더라도 업체 간 가격 차이는 30원 안팎에 그친다. 그런데도 유통업체들이 가격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실제 소비자가 아끼는 금액보다는 '가장 싸게 파는 곳'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갖는 홍보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비교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경쟁사보다 단돈 1원이라도 낮다는 사실만으로 화제성을 만들 수 있어서다. 배추나 사과 같은 다른 명절 성수품에서도 매년 비슷한 유형의 가격 경쟁이 되풀이돼 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이라는 대형마트 업의 본질을 실천하고 고객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꽃게 가격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엔 왜 '수꽃게'를 찾을까
꽃게는 봄과 가을, 두 번 제철이 돌아오는 몇 안 되는 수산물이다. 산란기인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서해안 전역에 금어기가 적용돼 조업 자체가 금지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봄 암게, 가을 수게' 공식은 이 생애 주기에서 나왔다. 겨울잠에서 깬 암꽃게는 봄철 산란을 준비하며 영양분을 몸에 채우기 때문에, 이 시기 등딱지를 열면 알과 장이 가득하다. 반대로 여름을 지나 산란까지 마친 암꽃게는 가을이 되면 살이 빠지는 반면, 여름철 탈피로 몸집을 불린 수꽃게는 가을 교미를 앞두고 다시 살을 채우기 시작해 이맘때 속이 가장 꽉 찬다.

다만 금어기가 막 풀린 9월 초순 꽃게는 갑각이 채 여물지 않아 살이 덜 찬 이른바 '물렁게'가 섞여 있을 위험도 있다. 좋은 꽃게를 고르려면 암수를 따지기보다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지, 배 딱지가 단단하고 흰빛을 띠는지, 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지를 살피는 편이 낫다는 조언도 나온다. 11월로 넘어가면 암꽃게 역시 다시 살이 오르기 시작한다.
맛뿐 아니라 영양가도 상당하다. 꽃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은 풍부한 대표적인 저지방 고단백 식재료다.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타우린 함량이 높고, 세포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E와 나이아신도 다량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환절기를 앞두고 챙겨 먹는 보양식으로도 자주 거론된다. 껍질에 함유된 키틴질은 체내 중금속 배출을 돕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어, 잘게 부순 껍질을 튀겨 함께 먹는 조리법도 영양분 섭취 측면에서 추천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부터 꽃게탕이 유독 많이 팔리는 것도, 이런 영양학적 이점과 국물 요리로 즐기기 좋은 조리 특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산지 어업인에게도 '대목'
가을 조업 재개는 밥상 물가만큼이나 산지 경제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두 달 넘는 금어기를 버텨온 연평도와 태안, 서천 등 서해안 어업인들에게 가을철은 한 해 소득을 채우는 성수기다. 매년 가을 충남 서천 홍원항 일대에서 꽃게 축제가 열리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조업이 재개되면 전국 식당가에서도 꽃게탕과 꽃게찜을 앞세운 메뉴 마케팅이 이어지며 소비 특수를 누린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가격 차이는 크지 않더라도, 유통업체 간 경쟁이 결과적으로 저렴해진 가격으로 이어진 만큼 당분간 가을 제철 꽃게를 찾는 발길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