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끓일 때 물부터 넣지 마세요…‘이것’부터 볶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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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을 먼저 구우면 국물 맛이 달라진다
볶음 단계가 부대찌개의 묵직한 맛을 결정한다
냉장고에 남은 햄과 소시지, 김치, 두부만 모아도 한 냄비를 푸짐하게 채울 수 있는 음식이 부대찌개다. 재료를 썰어 냄비에 보기 좋게 돌려 담고 양념과 물을 부은 뒤 끓이기만 하면 되니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집에서 끓인 부대찌개는 유난히 국물이 묽거나 김칫국처럼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차이는 값비싼 햄이나 비밀 육수보다 조리 순서에서 생길 수 있다. 정호영 셰프가 공개한 부대찌개 조리법의 핵심은 냄비에 물부터 붓지 않는 것이다. 햄을 먼저 굽고, 그 기름에 양파와 김치를 볶아 국물의 바탕을 만든 다음 육수와 양념을 넣는다. 재료를 한꺼번에 물에 잠기게 해 끓이는 방식과 달리 불에 직접 닿는 볶음 단계를 앞에 두는 셈이다.
물에 잠기기 전 햄부터 굽는 이유

햄과 소시지는 이미 익혀 나온 가공육이 많기 때문에 찌개에 바로 넣어도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표면을 먼저 구우면 향과 식감이 달라진다. 뜨겁게 달군 냄비에 햄이 직접 닿으면서 수분이 날아가고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구운 고기 특유의 고소한 향이 생긴다.
흔히 이를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른다. 식품 속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열을 받아 반응하며 여러 향과 갈색 물질을 만드는 현상이다. 다만 햄을 까맣게 태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센불에서 오래 방치하면 얇은 햄은 순식간에 타고, 짠맛도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중불에서 앞뒤가 노릇해질 정도로만 굽는 것이 안전하다.
볶는 동안 햄과 소시지에서 나온 기름은 다음 재료를 볶는 바탕이 된다. 별도의 식용유를 많이 두르지 않아도 양파와 김치에 고소한 맛이 입혀진다. 지방이 많은 햄을 사용한다면 식용유는 생략하거나 아주 조금만 사용해도 된다. 반대로 지방이 적은 소시지만 사용해 냄비 바닥에 달라붙는다면 식용유를 소량 두른다.
구운 햄은 빼지 말고 한쪽으로 밀어두기
햄을 노릇하게 구웠다면 다른 접시로 옮길 필요가 없다. 냄비 한쪽으로 밀어 공간을 만들고 그 자리에 양파와 김치를 넣는다. 설거지를 늘리지 않으면서 냄비 바닥에 남은 구운 향까지 활용하는 방법이다.
양파는 열을 받으면 매운맛이 줄고 단맛이 도드라진다. 김치 역시 그대로 물에 넣어 끓일 때와 달리 기름에 먼저 볶으면 신맛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지고 향이 진해진다. 김치 국물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따로 두었다가 육수를 부을 때 조금씩 더한다. 김치의 숙성 정도와 염도가 집마다 다르므로 처음부터 전부 붓기보다 맛을 보며 조절하는 편이 낫다.
이때 들어가는 고추장 한 숟가락은 김치와 함께 충분히 풀어 볶는다. 고추장을 덩어리째 남겨둔 상태에서 육수를 부으면 국물에서 부분적으로 뭉치거나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치와 양파에 고추장이 고르게 묻을 정도로 저어주되, 고춧가루와 장류는 쉽게 탈 수 있으므로 불은 중약불로 낮춘다.
고추장은 부대찌개의 색과 농도를 진하게 만들지만 많이 넣을수록 무조건 맛있는 것은 아니다. 햄과 김치에도 이미 간이 들어 있어 고추장까지 과하면 국물이 지나치게 짜고 걸쭉해진다. 특히 라면 사리를 넣을 계획이라면 면과 분말수프의 염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라면수프는 처음부터 전부 넣지 않고 필요할 때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양념은 한 번에 섞되 간은 마지막에 결정
정호영 셰프의 조리 영상과 이를 정리한 레시피에는 고춧가루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진간장 2큰술, 맛술, 참기름 1큰술, 설탕, 후추 등이 등장한다. 다만 사용하는 김치와 햄, 육수의 염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수치를 모든 가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중심으로 양념을 만들고, 진간장과 설탕은 일부만 먼저 넣는 것이다. 육수와 재료가 한 차례 끓은 다음 부족한 간을 더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짠맛을 막을 수 있다. 설탕은 김치의 산미가 지나치게 강할 때 맛을 조율하는 역할이므로 잘 익은 김치를 쓴다고 무조건 한 숟가락씩 넣을 필요는 없다. 김치가 덜 시거나 양파가 충분히 달다면 줄여도 된다.
물보다 곰탕 육수를 쓰면 묵직함이 더해진다

볶음이 끝났다면 물이나 육수를 붓는다. 정호영 셰프의 부대찌개에는 곰탕 육수가 사용됐다. 시판 사골곰탕을 활용하면 별도로 뼈 육수를 오랫동안 끓이지 않아도 국물의 묵직함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시판 곰탕도 제품마다 간이 다르다. ‘무첨가’ 또는 ‘무염’에 가까운 제품인지, 소금이 들어간 완성형 제품인지 먼저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이미 간이 된 곰탕이라면 진간장과 김치 국물을 줄인다. 곰탕이 없다면 물을 사용해도 되지만 멸치·다시마 육수나 쌀뜨물처럼 집에 있는 육수를 활용하면 맛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센 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춰 재료의 맛이 국물에 어우러질 시간을 준다. 뚜껑을 닫고 너무 오래 끓이면 국물이 졸아 염도가 높아지므로 중간에 맛을 확인한다. 국물이 부족할 때는 차가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붓기보다 뜨거운 물이나 육수를 조금씩 보충한다.
‘볶고 끓이기’가 바꾸는 한 냄비의 완성도
이 조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화려한 양념 비율이 아니다. 햄을 먼저 노릇하게 굽고, 같은 냄비에서 양파와 김치, 고추장을 볶은 다음 육수를 붓는 순서다. 재료를 물속에서 익히기 전에 구운 향과 볶은 향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국물의 첫맛부터 차이가 생긴다.
그렇다고 모든 재료를 오래 볶을 필요는 없다. 햄은 타지 않을 정도로 굽고, 김치는 숨이 살짝 죽고 고추장이 고르게 풀릴 때까지만 볶으면 된다. 여기에 김치와 햄의 염도를 고려해 양념을 나눠 넣으면 집에서도 과하게 짜거나 밍밍하지 않은 부대찌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