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80해직언론인 생활지원금, 물가상승률 반영해 재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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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언론인회 "국가 폭력 피해자 전체로 확대해야”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45년이 지났다. 그 세월 동안 물가는 수십 배 올랐지만 보상금은 제자리였다.

법원이 마침내 그 불균형에 제동을 걸었다. 1980년 군부의 손에 강제로 직장을 잃은 언론인들에게, 뒤늦게나마 현실에 맞는 보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광주전남언론인회(회장 김성)는 21일 광주지방법원이 1980년 5·18 직후 강제 해직된 언론인들에게 지급한 생활지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라고 판결한 것을 환영하며, 관계기관이 이 판결을 적극 수용해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 13일 '80년 해직 언론인협의회(80해언협)' 회원들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생활지원금 보상 결정을 취소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재산정한 뒤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1980년 전두환 군부, 900명 언론인 강제 해직…광주전남에서만 80여 명

이 사건의 뿌리는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전두환 반란 군부는 정권 장악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검열 거부와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전국에서 900여 명의 언론인을 강제로 해직시켰다.

펜을 꺾지 않으려 했던 언론인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광주와 전남에서만 80여 명이 그 칼날 아래 쓰러졌다.

국가권력이 저지른 명백한 폭력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보상의 문턱에 닿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2022년 12월에야 '5·18보상법 8차 개정안'을 통해 해직 언론인들이 보상 대상자에 포함됐다.

강제 해직으로부터 42년이 지난 뒤였다. 그나마도 보상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 2007년 기준 그대로 적용…터무니없이 낮은 보상에 22명 행정소송 제기

보상 대상에 포함됐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5·18보상심의위원회는 보상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2007년에 제정된 '민주화보상법'상 생활지원금 지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보상액을 책정했다.

2007년 기준의 금액을 2022년에 지급한 것이다. 그 사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상당수 해직 언론인은 아예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2023년까지 102명의 해직 언론인이 보상을 신청했다.

이 중 22명은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한 보상이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으로 결정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 광주지법 "현실적 실질가치에 맞게 재산정하라"…45년 만에 나온 의미 있는 판결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의 판결은 명확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생활지원금 보상 결정을 취소하고 현실적 실질가치에 맞게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돈의 액수가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다.

(사)광주전남언론인회는 이 판결을 환영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80년 해직 언론인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폭력 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에게 지급되었거나 앞으로 지급될 생활지원금 전반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현실화하라고 촉구했다.

한 집단의 승소에 그치지 않고 같은 처지에 놓인 모든 피해자에게 이 판결의 의미가 닿아야 한다는 요구다.

언론인회는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5·18보상법을 시급히 개정해 생활지원금 형태가 아닌 합당한 배·보상 규정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80해언협의 입장에도 함께한다고 밝혔다. 땜질식 보상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45년 전 국가가 빼앗아 간 것을 돌려주는 일, 그 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