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가 2위로 밀렸다니… 외국인 지갑 싹 쓸어간 부산 '뜻밖의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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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크루즈·로컬, 변화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반년 만에 24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부산시가 이들의 발자취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대규모 실태조사에 나선다.

처서인 지난 23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여전한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이 해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저녁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처서인 지난 23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여전한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이 해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저녁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시는 24일부터 11월까지 부산을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실태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조사는 관광객이 부산에서 어디를 방문하고 어떻게 이동했는지, 무엇을 얼마나 지출했는지, 여행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등 구체적인 관광 실태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는 이 결과를 향후 관광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문 조사업체 에스티이노베이션이 수행하는 이번 조사는 김해국제공항과 부산역을 비롯해 해운대해수욕장,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해동용궁사, 태종대 등 부산의 대표 관광지에서 조사원이 관광객을 직접 만나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사 대상은 부산 외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내·외국인 관광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조사 표본을 기존 1200명에서 1800명으로 늘렸고, 단체 여행객의 경우 대표자 1명만 응답하도록 해 중복 응답을 방지하기로 했다.

시는 조사 결과를 이동통신·신용카드 등 관광 빅데이터와 연계 분석해 관광객의 방문 행태와 소비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분석 결과는 부산시 홈페이지(www.busan.go.kr)와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설문조사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외국인 관광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30명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 인터뷰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엔 "맛집 찾아왔다" 68.8%…미식 가이드로 화답

이번 조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는 부산 방문 목적 1위로 '맛집 탐방'이 68.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에 부산시는 '부산 미식 가이드'를 제작해 김해공항과 부산역 등 주요 관광 거점에 배포했고, 고메 셀렉션과 돼지국밥 축제 등 미식 관광 프로그램을 잇달아 열었다. 조사 결과가 실제 관광 콘텐츠 기획으로 이어진 셈이어서, 올해 조사에서 어떤 트렌드가 새롭게 포착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년 만에 242만 명…연간 목표 60% 조기 달성

이번 조사가 이례적으로 표본을 확대하며 힘을 싣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42만 6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8만 2415명보다 43.9% 늘어난 수치로, 부산시가 올해 목표로 내건 연간 400만 명의 60.5%를 상반기 만에 채운 것이다. 지난 6월에는 한 달 동안 48만 4057명이 부산을 찾아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부산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을 넘어서며 364만 3439명을 기록한 바 있는데, 올해는 상반기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400만 명 돌파도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는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을 역대 최단기간에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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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역별로 보면 대만이 47만 7606명(19.7%)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46만 8876명(19.4%), 일본 29만 1141명(12.0%), 미국 21만 9147명(9.1%), 필리핀 9만 3061명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은 크루즈 입항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90.7% 늘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미국은 76.4%, 프랑스는 112.9% 급증하며 장거리 관광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씀씀이도 함께 커졌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 부산 지역 외국인 관광 지출액은 59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3621억 원 대비 63% 증가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 55%를 웃도는 수치다. 소비가 몰리는 지역도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관광객 지출의 32.7%가 해운대구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부산진구가 26.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해운대구(25.9%)와 기장군(13.6%) 등으로 소비가 고르게 분산됐다.

BTS 공연에 유동인구 342% 폭증…CNN도 주목한 부산

지난 6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콘서트도 관광객 급증에 힘을 보탰다. 공연이 열린 주간인 6월 8일부터 14일까지 경기장 반경 3㎞ 이내 외국인 유동인구는 73만 명으로 전주 대비 341.9% 폭증했고, 이 일대 신용카드 매출도 전주보다 114.8% 늘었다. 이런 성장세는 해외 언론의 시선도 사로잡고 있다. 미국 CNN은 최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대형 찜질방을 소개하며 일본식 온천과 핀란드식 사우나를 섞어놓은 듯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여행자들이 서울에서 하루 이틀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더 오래 머물며 서울과는 다른 여유로운 매력을 부산에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 Wynn Wygal-shutterstock.com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 Wynn Wygal-shutterstock.com

지난달 8일에는 김해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BTS 공연과 연계한 외국인 환대 행사가 열려 갓 도착한 관광객들을 반겼고, 포토존 등에서 여행의 첫인상을 남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형 이벤트 하나가 도시 전체의 관광 지표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부산시는 앞으로도 대형 콘서트와 스포츠 행사, 국제 컨벤션 등 이른바 '메가 이벤트' 유치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부산연구원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메가 이벤트 개최에 따른 관광효과 분석' 현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부산의 명소들은 이런 인기를 뒷받침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 지점으로 선정된 해운대해수욕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도심 해변으로 여름철이면 내외국인 인파로 가득하고, 알록달록한 계단식 마을 풍경으로 유명한 감천문화마을은 이른바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SNS 명소로 자리 잡았다. 부산 최대 수산시장인 자갈치시장은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고, 바다 절벽 위에 자리한 해동용궁사는 이국적인 사찰 풍경으로 사진 명소가 됐다. 부산 남단 태종대 역시 기암절벽과 등대가 어우러진 절경으로 오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크루즈·마이스·의료관광까지…다변화하는 부산 관광

관광객 증가를 이끈 동력은 해변과 SNS 명소만이 아니다.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오버나잇(1박 2일) 크루즈' 전용 24시간 터미널 운영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93만 65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늘며 역대 최단기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항공·철도와 연계한 모항 크루즈 상품 지원 정책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부산 광안리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2026 부산 광안리 국제 여자 비치발리볼 대회에서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부산 광안리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2026 부산 광안리 국제 여자 비치발리볼 대회에서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제회의와 전시 등을 아우르는 마이스(MICE) 산업에서도 부산은 세계 22위, 아시아 2위 개최 도시로 자리매김했고, 의료관광객 수 역시 7만 587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관광의 목적 자체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 소비가 퍼지는 지역도 넓어지는 추세다. 해운대나 남포동 같은 전통적 관광지를 넘어, 최근에는 전포동과 부전동처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골목 상권까지 외국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명해서'보다 '동네 느낌이 살아 있어서'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광고성 콘텐츠보다는 지역 맥락이 살아 있는 로컬 콘텐츠가 관광객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가 단순히 방문객 수를 세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실제로 어디서 무엇을 소비하고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해 향후 관광 정책의 방향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앞서 상반기 성과를 바탕으로 관광객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을 넘어, 체류 기간을 늘리고 지역별 소비 균형을 확산하는 질적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처음 68.8%로 확인된 '맛집 탐방' 열풍이 미식 가이드 제작과 축제 개최로 이어졌던 것처럼,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확인될 관광객들의 니즈가 또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