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밀수범 처벌?… 일본 원정 직구족 몰린 '뜻밖의 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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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 '다이어트 주사'의 섬뜩한 실체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해외에서 불법으로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되는 건수가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가 오남용 우려와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국내외 극심한 가격 차이와 엔저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국제우편이나 여행자 휴대품을 악용한 불법 반입 시도가 좀처럼 줄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비만치료제 통관보류 건수는 34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통관보류 건수인 1241건보다 177% 증가한 수치다. 다섯 달 만에 지난 한 해 전체 적발 건수의 2.8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통관보류 유형별로 보면 국제우편을 통한 해외직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제우편을 통한 적발은 지난해 1107건에서 올해 5월까지 2940건으로 늘어 지난해 연간 규모의 2.7배를 기록했다. 정 의원은 "해외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은 진품 여부를 비롯해 제조와 유통 과정, 보관 상태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안전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해 의약품 유입 차단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국가별·반입경로별 통관 관리와 모니터링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가 추세는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관세청 비만치료제 통관보류 건수는 2024년 2건에 불과했지만 2025년 1188건으로 뛰었고, 올해는 1월부터 4월까지만 2245건이 집계됐다. 세관에서 매일 해외 비만약 반입을 19건씩 적발한 셈이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통관보류 건수는 6800여건에 달해 지난해 전체 건수의 6배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비만치료제의 해외 반입이 늘어난 배경에는 국내외 판매가격의 큰 차이가 있다. 마운자로 10mg 4주분은 국내에서 최저가 기준 약 55만원에 판매되지만, 일본에서는 약 29만5000원 수준으로 국내 가격의 절반가량에 그친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 약가 체계에 포함돼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는다. 반면 국내에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모두 비만 치료 목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비급여 의약품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 기관별 가격 편차도 큰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일본으로 원정 구매를 떠나거나 국제우편으로 직접 구매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자 휴대품을 통한 반입 시도도 상당한 규모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천공항세관에서 비만치료제를 휴대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는 289건으로 집계됐다. 서 의원 측은 단속 강화와 함께 비만치료제의 가격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 규정상 위고비와 마운자로, 삭센다 등 비만치료제는 수입업자가 아닌 개인이 해외에서 구매해 국내로 들여올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의약품의 국내 통관 규제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일반 의약품으로, 본인 사용에 한해 총 6병 또는 3개월 복용량까지 반입이 허용된다. 두 번째 단계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된 경우로, 국내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통관이 가능하다. 가장 강력한 세 번째 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수입을 불허하거나 유해 통보한 품목으로, 자가 사용을 포함해 통관이 전면 금지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해 통보 품목에 포함하면서 개인의 해외 반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위고비와 마운자로, 삭센다 등의 해외직구를 차단하기 위해 관세청에 반입 차단을 요청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런 방식으로 통관 차단을 요청한 품목은 8000여건이 넘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품명이나 성분명이 확인되면 당연히 통관을 보류하지만, 모든 여행자와 화물을 100% 검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식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은 비만치료제의 안전성 문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만치료제는 온도 관리가 필요한 주사제인 만큼, 국제우편이나 여행자 휴대품으로 반입되는 과정에서 보관 상태와 유통 과정에 따라 품질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불법 반입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가볍지 않다. 관세법상 밀수입은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른 물품으로 신고해 물품을 국내에 반입하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여기에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도 해당해, 관세법과 약사법을 동시에 위반하는 중대한 법 위반으로 다뤄질 수 있다.
처방 단계에서의 오남용 문제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처방전 없이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판매한 의료기관과 약국을 점검해 6곳을 적발했다. 의약품 도매상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한 공급 내역과 실제 입고 내역을 대조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이 처방전 없이 조제·판매한 내역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점검이 이뤄졌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을 위반한 의료기관 2곳은 500만원 이하 벌금과 자격정지 15일의 행정처분 대상이 됐다. 약사법 제23조 제3항 및 제50조 제2항을 위반한 약국 4곳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자격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적발된 기관들에 대해 고발과 행정처분 등 후속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판매가를 두고 불만도 나온다. 마운자로를 국내에 공급하는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가 한국 판매가를 일본이나 다른 국가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해외 직구와 원정 구매를 통한 불법 반입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별, 반입경로별 통관 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여행자와 국제우편에 대한 검사 인력과 시스템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