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 가격 실화...?” 5000명 넘게 몰려든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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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명 몰린 신축임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저렴
전월세난 속 장기거주 보장 공공임대주택에 수요 집중

서울 전월세 매물 부족과 임대료 상승이 이어지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신축 임대주택에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공급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40가구에는 5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1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2~14일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 소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성동스페이스’ 40가구 입주자 모집에 총 5227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30.7대 1에 달했으며, 타입별로는 최고 243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최근 서울에서 전월세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서울 핵심 지역에서 신축 주택을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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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1년 만에 나온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민간사업자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일반적인 민간 임대주택과 달리 임대료와 임차인 자격 등에 일정한 규제를 적용받는 대신 임차인에게 안정적인 거주 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임차인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계약 갱신 때마다 이사를 걱정해야 하는 일반 전월세보다 주거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공급된 성동스페이스는 성동구 마장동 767-7·8번지 일대에 들어선 40가구 규모의 다세대주택이다. 전용면적 38~58㎡의 중소형 주택으로 구성됐다.

서울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청약이 진행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공급 대상은 무주택자였으며, 전체 40가구 가운데 10가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나머지 30가구는 일반공급으로 모집했다.

일반공급은 소득이나 자산 보유액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었다. 여기에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은 추첨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면서 청약 문턱이 낮아진 것도 수요가 몰린 이유로 꼽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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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52만~95만원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임대료다.

성동스페이스의 임대조건은 타입에 따라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52만~95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대략 70~80%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근 기존 주택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마장동 인근의 44년 된 구축 다세대주택 전용면적 56㎡ 월세 매물 가운데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등록된 사례가 있다.

보증금 규모가 서로 달라 단순 월세만으로 가격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약 5%대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 환산하면 성동스페이스의 임대료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용면적 39㎡를 기준으로 추산한 전세보증금은 약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서울에서 신축 주택을 찾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처럼 서울의 전월세 매물이 부족하고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는 이러한 조건이 더욱 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통상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경쟁률은 한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전월세 매물이 적고 임대료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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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난에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세입자들

이번 청약 열기는 단순히 특정 단지에 대한 관심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세와 월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을 갖춘 임대주택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원하는 조건의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 등 인접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상황에서도 서울 내 장기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직장과 학교, 교통 등 생활 기반을 서울에 두고 있는 세입자에게는 주거비를 낮추면서 서울 거주를 유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인 전월세 계약은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재계약 여부와 임대료 변동을 신경 써야 하지만,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일정한 규제 아래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값 상승 여부와 관계없이 실거주 목적의 세입자에게 안정적인 주거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다.

다만 공급 물량이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번 성동스페이스 역시 40가구에 불과해 5227명이 신청하면서 가구당 경쟁이 치열해졌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대한 수요가 높더라도 실제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전월세 시장의 전체적인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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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년 넘어 20년 장기 임대 추진

정부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장기 임대 유형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기존 10년 임대 외에 20년 이상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법인형 장기임대 모델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장기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과 임대료 관련 규제를 손질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사업자가 장기간 임대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활용한 임대주택 담보 장기 모기지 상품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10년과 20년 임대 유형을 대상으로 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건설 기간인 3~4년과 임대 운영 기간 20년 이상을 합쳐 최장 24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HUG가 공적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임대료 기준도 기존 10년 유형과 다르게 적용할 방침이다. 20년 장기임대의 최초 임대료는 시세의 95% 수준으로 설정하고, 기존 임차인이 나간 뒤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때도 시세의 95% 수준으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 10년 임대 유형에서는 임차인이 변경되더라도 임대료 인상에 연 5% 제한이 적용돼 장기간 사업을 운영하는 임대사업자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업계의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제약을 완화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수천명의 청약자가 몰린 현상은 서울에서 안정적인 주거지를 확보하려는 세입자들의 절박한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월세 가격과 공급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세보다 저렴하면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나온다면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20년 이상 장기 민간임대 제도가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전월세 시장에서 세입자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지만, 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성과 서울 등 수요가 높은 지역의 공급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