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4개나 발생했는데…방금 뜬 한국 기상청 날씨 예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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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태풍 동시 발생, 한국 날씨 전망은?
태풍 피해 없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역습, 폭염 경보 격상
한반도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 일대에서 태풍이 무더기로 발생해 눈길을 끈다. 24일 하루 동안 활동 중인 태풍만 4개에 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기상청이 내놓은 예상경로를 보면 이번에 발생한 태풍 중 한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분류된 태풍은 없다. 대신 태풍들을 밀어낸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 폭염과 열대야를 몰고 오면서 당분간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태풍 4개, 모두 한반도는 비켜간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은 일본 남쪽 해상인 북위 23.9도, 동경 136.4도 부근에 위치했다. 중심기압은 93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49m로 강도 '4'에 해당하는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 속도는 시속 34km, 강풍반경은 410km, 폭풍반경은 110km에 이른다. 4개 태풍 가운데 세력이 가장 강하다.
제19호 태풍 '나라'는 같은 시각 중국 남부 인근인 북위 20.4도, 동경 107.5도 부근에서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 초속 24m의 강도 '1'로 매우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필리핀이 제출한 이름으로 나무의 한 종류를 뜻한다.
제20호 태풍 '개나리'는 대만 서쪽인 북위 24.6도, 동경 119.2도 부근에서 최대풍속 초속 18m로 북진 중이었다. 이후 세력을 키워 24일 낮 12시30분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 연안에 상륙했다. 상륙 당시 중심기압은 998hPa, 최대풍속은 초속 18m로 관측됐다.
24일 오전에는 제21호 태풍 '앗사니'까지 새롭게 발생했다. 태국어로 '번개'를 뜻하는 이름이다. 발생 당시 괌 북서쪽 해상인 북위 15.2도, 동경 137.2도 부근에서 중심기압 998hPa, 최대풍속 초속 18m로 북북동진하고 있었다. 이로써 동아시아 해역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태풍은 4개로 늘었다.

강력한 세력의 제18호 태풍 '사우델', 결국 중국으로 향한다
4개 태풍 중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눈여겨봐야 할 태풍은 '사우델'이다. 사우델은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서북서쪽으로 이동해 25일 오후에는 최대풍속 초속 45m 상태로 오키나와 부근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제주를 비롯한 국내 일부 지역이 태풍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델은 오키나와를 통과한 이후 27일쯤 동중국해를 가로질러 중국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28일에는 서남서쪽으로 방향을 더 틀 것으로 보여 국내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델이 북상하지 못하고 서쪽으로 밀려나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 때문이다. 지상일기도를 보면 사우델의 북쪽과 일본 동쪽에는 고기압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고, 태풍은 이 고기압의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서북서진하는 형태다. 중국 북동부와 한반도 북쪽으로 저기압과 기압골이 지나고는 있지만, 사우델이 있는 위도까지 깊게 내려오지 않아 태풍이 북쪽으로 방향을 틀 만한 통로가 열리지 않았다. 만약 북쪽의 기압골이 고기압의 서쪽 경계를 무너뜨렸다면 태풍의 진로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압 배치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나라는 26일 오전 최대풍속 초속 15m의 열대저압부로 약해질 전망이며, 개나리 역시 24일 밤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앗사니도 25일 오전 북위 19.7도, 동경 137.7도까지 북상한 뒤 같은 날 밤 북위 22.0도, 동경 135.6도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세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세 태풍은 남중국해와 대만 부근, 일본 남쪽 먼바다에서 각각 약화하는 만큼 기상청이 제시한 진로에는 한국 접근 가능성이 담기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태풍 개나리와 나라의 영향으로 비상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중국 기상국은 24일 오전 11시50분 긴급회의를 거쳐 기존 태풍·폭우 4급 비상대응을 태풍·폭우·강대류 3급 비상대응으로 격상했다. 중앙기상대는 태풍 청색경보와 폭우 황색경보를 유지한 채 강대류 기상 청색경보를 추가로 발령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 푸젠성, 광둥성, 광시좡족자치구, 하이난성에는 강한 비가 예상되고, 베이부만과 대만해협, 동중국해 등 해역과 연안 지역에는 강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랴오닝성과 지린성 일부 지역에도 강한 비가 예고됐으며, 25일부터는 중국 서북부 동쪽과 화북·동북 지역으로 비구름대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면서 강풍과 낙뢰를 동반한 강대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태풍도 비켜가게 만든 북태평양고기압...폭염 덮친 한반도
태풍들이 한반도를 피해가는 사이, 이를 밀어낸 북태평양고기압은 오히려 폭염과 열대야를 불러왔다. 서울은 전날 밤 최저기온이 25.4도까지 오르며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다. 9일 만에 열대야가 재현된 셈이다. 낮 기온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24일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동남권과 동북권의 폭염특보가 주의보에서 경보로 격상됐다. 지난 9일 주의보로 완화된 이후 보름 만에 다시 폭염경보가 발효된 것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경기 김포·하남·광주, 강원 강릉·동해·삼척, 충남 공주·청양·보령, 경북 구미·예천, 경남 통영 등 전국 곳곳의 폭염특보도 함께 경보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동남권과 동북권에 폭염경보가, 서남권과 서북권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수도권 전역에 폭염특보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경기 남부와 충청, 호남, 영남 곳곳에도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그 밖의 상당수 지역에도 폭염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제주와 남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는 열대야주의보도 함께 발효 중이다.
실제 체감되는 더위도 상당하다. 이날 낮 기온은 서울 33도, 광주 35도까지 올랐고 경주와 양산은 36도를 넘어섰다. 경남 북창원은 37도까지 치솟았으며 강릉 36.4도, 양산 36.3도 등 전국 곳곳에서 한여름 더위가 이어졌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찜통더위, 해상 풍랑도 변수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이 대체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구름이 많은 날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기간 아침 기온은 19~25도, 낮 기온은 28~34도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며 무더위가 계속되고, 지역에 따라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기압 가장자리로 비구름이 유입되고 내륙에서는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도 잦아지는 추세다. 24일과 25일에도 내륙 곳곳에 5~30mm의 소나기가 예보됐다.

해상에서는 태풍의 직접 영향과는 별개로 높은 물결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기상청은 25일 새벽 남해 동부 바깥 먼바다, 오전에는 제주 남쪽 바깥 먼바다에 풍랑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태풍 4개가 동시에 활동하는 만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로나 강도가 예상과 달라질 여지도 남아 있어, 기상 당국은 기압계 변화와 수증기 유입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