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했다는 생각”… 안세영 ‘통곡의 벽’에 막힌 일본 에이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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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연승' 안세영 벽에 막힌 야마구치… “완패 인정,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간판이자 '세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세계랭킹 1위)이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가운데 결승전 상대였던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랭킹 2위)가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며 소감을 밝혔다.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가 지난해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코리아오픈(슈퍼 500)'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가 지난해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코리아오픈(슈퍼 500)'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안세영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야마구치를 게임 스코어 2-0(21-17, 21-14)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3년 만에 커리어 두 번째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면 지난해 파리 대회 우승자에 이어 대회 2년 연속 우승 및 개인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노렸던 야마구치는 안세영의 벽에 막혀 아쉬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팽팽했던 흐름 깨뜨린 안세영의 '무실세트' 완벽주의

이날 결승전은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 플레이어들의 맞대결답게 경기 초반 접전이 펼쳐졌다.

인도 오픈 2연패를 거두고 돌아온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4·삼성생명)이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안세영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인도오픈(슈퍼 750)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를 완파하며 올해 두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 뉴스1
인도 오픈 2연패를 거두고 돌아온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4·삼성생명)이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안세영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인도오픈(슈퍼 750)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를 완파하며 올해 두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 뉴스1

1게임 중반까지 야마구치는 안세영과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17-17 동점 상황에서 안세영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안세영은 무시무시한 집중력과 경기 지배력으로 연속 4득점을 올리며 순식간에 1게임을 21-17로 가져갔다.

2게임 초반, 야마구치는 반격을 시도하며 리드를 잡고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안세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5-6으로 근소하게 뒤지던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고 재차 야마구치를 강하게 압박해 나갔다.

이후 11-10까지 쫓긴 위기 상황에서도 안세영은 특유의 침착함으로 순조롭게 포인트를 쌓아갔다. 16-11로 점수 차를 벌린 안세영은 야마구치의 맹렬한 추격 시도를 차분하게 잠재우며 21-14로 2게임마저 가져와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야마구치는 2게임 중반 강력한 맹공을 퍼부으며 활로를 모색했으나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안세영 특유의 그물망 수비를 끝내 뚫어내지 못했다. 안세영은 완벽한 수비에 더해 야마구치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드롭샷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현역 No. 1'의 위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인도 세계선수권 대회 내내 안세영의 경기력은 '무결점' 그 자체였다.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인 중국의 왕즈이를 제압한 데 이어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마저 완파했다.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세계 최정상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상대 전적 변화와 야마구치 인터뷰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안세영의 성장과 함께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2시즌까지만 해도 야마구치는 안세영을 상대로 10승 5패를 기록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세영이 본격적인 최전성기에 돌입한 2023시즌 이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2023년 이후 상대 전적은 안세영이 15승 5패로 압도하고 있으며 최근 펼쳐진 6차례의 맞대결에서는 안세영이 전승을 거두며 야마구치를 상대로 완벽한 천적 관계를 형성했다.

경기 다음 날인 24일 일본 배드민턴 전문 매체 '배드민턴 스피릿'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야마구치는 패배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야마구치는 "조금 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부분도 남지만 전체적으로 완패했다는 느낌이다"라며 "어려운 코스를 노리기보다는 수 싸움 속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안세영)가 체육관의 바람 등을 잘 이용하면서 컨트롤해 오는 상황에 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시상대에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냥 완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자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세계선수권 연속 우승 실패에 대해 야마구치는 "현재의 기술로 승부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조금 더 갈고닦아야 할 과제도 명확히 보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세계선수권 2연패라는 타이틀 자체를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솔직히 크지 않다. 다만 상대에게 확실하게 당했던 부분은 역시 아쉽다"고 덧붙였다.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의 재대결 주목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놓고 벌인 이번 맞대결은 끝났지만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안세영과 야마구치는 다음달 일본에서 개최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놓고 다시 한번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선수권에서 완패를 인정한 야마구치가 홈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세계 최정상' 안세영이 다시 한번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상을 지켜낼지 배드민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