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2년 만에 제대로 터졌다…결국 ‘넷플릭스 2위’까지 오른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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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채널 접근성 극복한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톱 2위로 부활
종영 2년 만에 이례적 역주행이 벌어져 주목받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24년 8월 12일부터 9월 10일까지 ENA에서 방영된 드라마 '유어 아너'에 대한 소식이다. '유어 아너'는 최근 넷플릭스 공개 이후 국내 톱 시리즈 2위까지 올라섰다. 방영 당시에도 입소문을 타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종영 이후 시간이 흐른 뒤 대형 OTT 플랫폼에 풀리면서 다시 한 번 화제성이 폭발했다. 방영 당시 채널 접근성의 한계로 작품을 놓쳤던 시청자들이 뒤늦게 넷플릭스를 통해 유입되면서 억눌려 있던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방영 종료 시점과 넷플릭스 공개 시점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단순한 화제성 재점화를 넘어선다. 통상 드라마는 방영 종료 직후 일정 기간 동안만 화제성이 유지되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는 흐름을 보이는데 '유어 아너'는 이 통념을 뒤집었다. 종영으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플랫폼만 바뀌어도 다시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어 아너'는 전작 '크래시'의 후속으로 편성된 ENA 월화 드라마이며 동일한 제목의 이스라엘 드라마 '크보도'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제목인 '유어 아너'는 영미권에서 법관을 2인칭으로 부를 때 쓰는 경칭으로 우리말로 옮기면 '존경하는 재판장님'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작 자체가 해외에서도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인 만큼 한국적 정서로 각색된 리메이크 버전이 다시 한 번 저력을 증명했다.

1%대 낮은 시청률로 출발해 6%대까지 상승
방영 초반 시청률은 저조했다. 1회는 전국 기준 1.736%로 출발했고 수도권 기준으로도 1.900%에 그쳤다. 이후 회차를 거듭하며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렸는데 2회는 전국 2.837%, 수도권 2.974%를 기록했고 3회는 전국 3.406%, 수도권 3.673%까지 올랐다. 4회는 전국 3.667%, 수도권 3.65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5회에서는 전국 3.880%, 수도권 3.720%를 기록했다.
6회부터는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전국 4.334%, 수도권 4.874%를 기록하며 4%대에 진입했고 7회는 전국 3.741%, 수도권 3.992%로 소폭 조정을 거친 뒤 8회에서 전국 4.654%, 수도권 4.560%로 다시 반등했다. 9회는 전국 4.551%, 수도권 4.495%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고 최종 10회는 전국 6.053%, 수도권 6.441%로 방영을 마쳤다. 초반 1%대에서 시작해 최종회에서 6%대를 넘긴 수치는 방영 기간 내내 입소문을 통해 시청자층이 꾸준히 확장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다. 특히 최종회에서 직전 회차 대비 시청률이 한 번에 크게 뛰어오른 점은 결말을 확인하려는 시청자들이 막바지에 대거 유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성 본능을 앞세운 두 아버지의 대치극
작품은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범죄 조직 보스가 맞붙는 구조로 짜였다. 손현주가 연기한 판사 송판호는 살인자가 된 아들을 지키기 위해 평생 지켜온 법과 양심을 저버리는 인물이고 김명민이 연기한 무소불위의 권력자 김강헌은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거침없이 진실을 쫓는 인물이다. 자식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심리와 선택이 극을 이끄는 핵심 축이다.

로맨틱 코미디나 가벼운 장르물이 많이 방영되던 시기에 정통 범죄 스릴러 장르로 편성된 점도 눈에 띈다. 자극적인 폭력 묘사보다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선택의 기로를 촘촘하게 쌓아 올리는 연출 방식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피 튀기는 장면을 앞세우는 대신 인물 간의 대사와 표정, 침묵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최근 범죄 장르물 사이에서도 차별점으로 언급될 만하다. 법과 양심,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선택이 매 회차마다 시청자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구조로 짜여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연기력이 만든 몰입감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방영 당시부터 꾸준히 나왔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작품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았을 정도로 두 주연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손현주는 대사 없이도 미세한 표정 변화와 불안한 눈빛만으로 죄책감과 두려움을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줬고 김명민은 슬픔을 억누른 채 차갑고 묵직한 카리스마로 상대를 옥죄어오는 권력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두 배우 모두 감정을 과장되게 표출하기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연기 스타일을 택했는데 이 점이 작품 전체의 무게감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인 배우들의 활약도 뒷받침됐다. 송호영 역의 김도훈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짓눌린 유약한 아들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소화했고 김상혁 역의 허남준은 김강헌의 장남으로서 서늘하고 광기 어린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주연 배우가 만든 무게감 속에서도 조연진이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 배경으로 작용했다. 신인급 배우들이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인물 간 균형을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말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전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죄의 대가는 절대 피할 수 없다'는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있는 동시에 시즌 2를 암시하는 듯한 결말 때문에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식 화해 대신 두 아버지 모두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파멸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극이 끝나면서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결말 방식이 오히려 종영 이후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이어가게 만든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뻔한 타협 대신 파국적인 엔딩을 선택한 것이 방영 종료 후에도 작품이 계속 회자되는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결말에 대한 해석이 시청자마다 다르게 갈리는 작품일수록 시간이 지나도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유어 아너'의 열린 결말 방식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화제성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넷플릭스 유입 이후 재조명된 배경
방영 당시만 해도 ENA라는 채널의 특성상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탓에 작품을 놓친 시청자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초반 시청률이 낮게 형성됐던 이유 역시 채널 접근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후 넷플릭스라는 대형 플랫폼에 작품이 공개되면서 방영 당시 놓쳤던 시청자층까지 한꺼번에 유입돼 톱 시리즈 2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콘텐츠 유통 구조가 작품의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대비 상대적으로 시청 접근성이 낮은 채널에서 방영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완성도가 높다면 대형 OTT 플랫폼을 통해 뒤늦게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흐름이 확인된다. 종영으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완성도 높은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갖춘 작품이 플랫폼을 옮겨 재조명되는 사례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흐름이며 '유어 아너' 역시 방영 채널과 방영 시점의 한계를 넘어 뒤늦게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로 남게 됐다.
시즌 2 암시로 해석되는 결말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후속작 제작 여부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어 아너' 시즌2 제작이 공식화됐다. 제작사 테이크원스튜디오는 지난해 7월 '유어 아너' 시즌2 기획 소식을 전했다. 현재까지 시즌2의 구체적인 줄거리나 출연진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시즌1이 단일 사건을 중심으로 종결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건과 캐릭터로 구성된 앤솔로지 형태의 시즌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작 특유의 강렬한 정서에 국내 현실감을 더한 각색이 시즌1에서 이미 검증된 만큼 시즌2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몰입형 서사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 공개로 재점화된 화제성이 시즌2에 대한 기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