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공개 질타...“경찰 기강 해이·무책임 문제 심각하게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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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앞으로 가장 큰 권력…警 개혁기구 구상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장미란 씨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을 계기로 경찰의 기강 해이와 무책임한 사건 처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수사권 확대 등으로 경찰이 행사할 권한이 커지는 만큼 이를 견제하고 책임을 강화할 경찰 개혁 방안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 문제, 또 치안 문제에서 무책임 등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이 대통령은 이날 경찰의 권한 확대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직접 언급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금 경찰이 아마 국가 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며 “그에 따른 우리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며 “큰 권한에 따른 책임을 충분히 이행할 만한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고 짚었다. 경찰 조직을 실질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제도 마련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 개혁 기구에 대한 고민을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발언은 경찰이 실종 신고를 받고도 당사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왔다. 단순히 담당 경찰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지휘·감독 체계와 경찰 조직 전반의 책임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실종자와 연락했다더니…두 사건 모두 비극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접수된 장미란(37) 씨 실종 신고를 처리하며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A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장씨의 행방은 이후에도 확인되지 않았고, 가족이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경찰 수색이 재개됐다.

경찰은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했다. 정확한 신원과 사망 경위는 관련 감정과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A 경장은 지난달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사건도 유사한 방식으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에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남성은 실종 상태였으며 가족의 재신고 이후 진행된 수색에서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두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면 수색에 나설 수 있었던 시간이 허위 종결로 사라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석방 하루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

전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전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A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22일 긴급체포됐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24일 A 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인용했다. 법원은 A 경장의 소재가 계속 파악되고 있었던 만큼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긴급체포의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체포적부심 인용은 긴급체포 과정의 적법성을 판단한 결정으로, A 경장이 받는 혐의 자체에 대한 무죄 판단은 아니다.

석방된 A 경장은 하루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제주지법은 25일 오후 2시 30분께 A 경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전망이다.

성인 실종 연간 7만 건…‘신속 종결’ 뒤 허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 신고 처리 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성인 실종 신고는 매년 7만 건 안팎 접수된다. 지난해에는 접수 사건의 48.1%가 1시간 이내 해제됐으며 하루 이내 누적 해제율은 89.4%, 30일 이내에는 99.0%에 달했다.

대부분의 실종자가 단기간에 귀가하거나 소재가 확인되는 현실이 일선 경찰의 관행적인 판단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사건의 위험 신호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단순 가출이나 연락 두절로 판단하면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도 이날 “경찰은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경찰은 지금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마지막 시험대에 섰다”며 “허위 종결의 전모는 물론 지휘·감독 책임까지 낱낱이 밝혀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경찰의 잘못을 냉정하게 밝히고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