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162만원…2030이 말하는 ‘생존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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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원 돌파…월세도 역대 최고
등기부등본 3830건 전수조사로 청년층 대출 실태 추적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와 집값은 동시에 오르면서 2030 청년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때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는 빠르게 줄어들고 전세사기와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은 월세와 매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25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전세 멸종 시대 - 벼랑 끝의 2030’ 편을 통해 전세 감소와 월세 상승, 집값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주택 시장에서 청년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2026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 원을 넘어섰다. 평균 월세 역시 사상 처음 162만 원을 기록했다. 전세와 월세, 매매 가격이 함께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전세 매물 감소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4월 21일 기준 1만 5105건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월세도 지난해 6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7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눈앞에서 사라진 마지막 전세 매물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엄다인 씨는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 매매와 전세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엄 씨가 직접 집을 보기 위해 임장에 나선 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매물을 확인하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직전에 집을 보고 나온 사람이 해당 전세를 계약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해당 아파트에 남아 있던 전세는 사실상 그 매물이 마지막이었다.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눈앞에서 집이 계약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세를 기다리자니 매물이 사라지고, 매매를 고민하자니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방송은 신혼집을 구하는 과정에 동행하며 청년들이 겪는 주거 선택의 압박을 보여준다.
빌라 전세사기 두 번…평생 모은 돈 잃은 예비 신랑
아파트 전세가 어려워졌다고 빌라로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몇 년 전 전국적으로 피해가 이어졌던 빌라 전세사기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30대 예비 신랑 정민채 씨는 빌라 두 곳에서 연이어 전세사기를 당했다. 정 씨가 각각 계약한 주택의 전세보증금은 1억6300만 원과 2억5000만 원이었다. 임대인은 보증보험과 관련된 공문서를 위조해 정 씨를 비롯한 약 160명의 세입자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 피해를 겪으면서 정 씨는 평생 모은 돈을 사실상 잃게 됐다. 결혼과 내 집 마련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당장의 주거 문제부터 다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영끌’ 대신 ‘생존 매수’…청약 당첨돼도 대출 막혔다

전세와 월세 부담 때문에 매매를 선택한 청년들에게도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30대 강지한 씨는 잔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출 문제를 맞았다. 계속 오르는 전월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매를 서둘렀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한도 소진으로 당초 예상했던 금액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서 잔금일까지 부족한 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이미 납부한 계약금까지 잃을 가능성이 있다.
강 씨는 “서울에서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생존 매수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 빚을 최대한 끌어다 집을 사는 행위를 ‘영끌’이라고 불렀다면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주거비 상승을 피하기 위해 집을 사는 ‘생존 매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등기부등본 3830건 전수조사…2030은 어떻게 집을 샀나

‘PD수첩’은 실제 청년들의 매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한 아파트 단지를 선정했다.
제작진은 해당 단지와 관련된 등기부등본 3830건을 전수 조사했다. 등기 기록에는 집을 구입한 2030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고 어느 정도의 대출을 감당했는지가 담겨 있었다.
방송은 이를 통해 전세와 월세 부담에 밀려 매매시장으로 이동한 청년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빚을 떠안고 있는지 살펴본다.
전세 줄이고 투기 막았지만…청년 주거 사다리는 어디로

정부는 집값 상승과 갭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될수록 정작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청년층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면 매매 역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월세를 선택하면 매달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할 주거비가 커진다.
최근에는 한 국회의원이 청년 주거 대책 가운데 하나로 폐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대출 규제 일부 완화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청년층을 겨냥한 대책을 다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마다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청년들이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PD수첩’은 전세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세→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 사다리가 여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짚는다. 전세사기와 대출 규제, 월세 상승과 집값 급등 사이에 놓인 2030 세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추적한다.
MBC ‘PD수첩-전세 멸종 시대: 벼랑 끝의 2030’ 편은 25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