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실종 덮었던 그 경찰, “빚 많다 잘 지내라” 유언성 신고도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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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사하지만 가족에게 소재 알리기 원치 않는다” 허위 종결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대상자의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해 파문이 일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경찰관이 한 실종자가 남긴 자살 암시 신호조차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2명의 실종 사건을 무단으로 덮었으며 이들 실종자 2명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2 신고 내역 자료를 보면 경찰의 초기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난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34) 경장이 60대 남성 A 씨의 실종 사건에서 A 씨의 명백한 사망 위험을 인지하고도 사건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A 씨의 아내는 지난 7월 2일 오후 6시 2분쯤 112에 최초 신고를 하며 "남편이 6월 28일에 나가서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알렸다.

아내는 이어 "아이에게 '사업 실패에 부채가 많다. 잘 먹고 잘 지내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신고하며 A 씨가 자살할 가능성을 경찰에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부 경장은 이 같은 112 신고를 받고도 허위 답변으로 사건을 무마했다.

부 경장은 A 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남편이 연락이 됐다"며 "무사하지만 가족에게 소재를 알리기 원치 않는다"는 허위 내용으로 서류를 꾸며 사건을 종결했다.

A 씨가 무사하다는 경찰의 말을 굳게 믿었던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도 A 씨가 돌아오지 않자 지속해서 제주서부경찰서를 방문했다.

그러나 경찰은 개인적으로 찾아보라는 취지로 대응하며 사건이 끝났다는 이유로 수색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 씨 가족은 앞서 언론에 보도된 장미란씨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접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A 씨 가족은 지난 21일 112에 다시 전화를 걸어 "걱정이 돼서 실종 신고를 다시 하고 싶다"며 "빚이 있다"고 재접수를 요청했다.

이 재신고가 이뤄진 다음 날인 22일 A 씨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 씨가 지난 7월 2일 최초로 실종 신고된 지 정확히 51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A 씨의 아들은 지난 23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아버지가 무사하다고 해 그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51일 만에 돌아온 건 아버지의 시신이었다"며 "경찰을 믿고 있었지만 이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라는 취지의 이야기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실종된 장씨의 사건도 동일한 수법으로 덮었다. 장씨의 남자친구가 최초 실종 신고를 접수했으나 부 경장은 약 2시간 뒤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의 생존 및 안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 역시 실종 100여 일이 흐른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장씨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부 경장은 지난 24일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풀려나 수사를 계속 받고 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실종 사건 업무에 배정된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직접 종결한 298건의 실종 신고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허위 종결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묻기 위해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그리고 실종팀장 등 지휘 라인 4명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다.

한편 제주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제주도 내 18세 이상 성인 실종 접수 건수는 총 2914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 실종 접수 건수인 1341건보다 크게 많은 수치다.

실종 신고 이후 장기 미발견 상태로 남아 있는 인원은 성인이 15명으로 아동 장기 실종자 3명에 비해 5배 많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접수된 성인 실종 신고 7만 814명 중 7만 591명인 99.7%가 경찰의 본격 수색 없이 종결됐다.

성인 실종은 현행법상 강제 수사 권한이 제한적이라 단순 가출로 간주해 쉽게 무마되는 한계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