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고차업계, 국토부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 재검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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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취지엔 공감…“책임·비용 영세 매매업자에 집중돼선 안 돼”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광주지역 중고자동차 매매업계가 국토교통부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두고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광주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소비자 권익을 높이고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성능점검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하자보증 책임을 매매사업자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은 영세 업체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시장을 대기업과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광주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이 현장의 책임 구조와 비용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매매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중고차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차량 가격과 수수료를 합산한 총액 표시제 의무화, 성능·상태점검기록부 개편, 매매업자 중심의 하자보증 책임 강화와 의무보험 통합,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등이다.

정부는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명확히 확인하고, 차량 상태에 대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제공하는 데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지역 업계는 정책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제도 설계 과정에서 책임 주체별 역할과 권한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소비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광주 중고차업계는 허위·미끼매물 근절과 거래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차량 가격과 각종 수수료를 사전에 정확하게 확인하고, 구매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대책의 실행 방식이다. 업계는 차량 성능을 직접 점검하고 진단하는 주체와 차량을 판매하는 매매사업자가 다름에도, 성능점검 오류나 부실 점검으로 인한 책임을 매매업자에게 우선적으로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차량의 주요 상태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핵심 자료다. 매매업자는 해당 기록을 바탕으로 차량을 판매하지만, 실제 차량의 구조와 부품 상태를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업무는 성능점검업체가 담당한다. 따라서 점검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다면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광주매매조합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는 점검과 판매, 보험, 플랫폼 진단 등 여러 주체가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책임도 그에 맞게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 성능점검 오류 책임 전가에 반발

업계가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하자보증 책임의 매매업자 전환이다. 매매업자가 차량의 성능을 직접 점검하지 않았음에도 성능점검 오류와 관련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면, 판매자는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영세 매매사업자들은 차량 매입비와 상품화 비용, 성능점검비, 광고비 등 각종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하자보증 관련 보험료와 계약 해제, 환불 등에 따른 비용까지 확대될 경우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힘든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역 중고차 매매상 상당수는 자본력이 크지 않은 소규모 사업자로 운영되고 있다. 대형 기업처럼 자체적인 점검 인력과 법무·보험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 범위만 확대되면 예상하지 못한 분쟁과 손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하자 발생 원인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한 뒤 일정 기간 안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됐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역시 소비자의 운전 부주의나 고의적인 파손 여부를 구분하고, 독립적인 진단 절차를 거치도록 하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가 자칫 판매자에게 일방적인 환불과 보증 부담을 안기는 방식으로 운영되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제기하는 우려다.

◆ 보험·플랫폼에도 책임 기준 마련해야

광주 중고차업계는 책임과 비용을 매매사업자에게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성능점검업체와 보험사, 온라인 플랫폼 등 각 주체가 자신의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성능점검 오류나 차량 하자 은폐가 확인될 경우 보험사가 매매사업자에게 보험료를 일괄적으로 할증하는 방식보다, 오류의 원인을 제공한 성능점검업체에 즉시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능점검업체가 실제 점검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기재했거나 중요한 하자를 발견하고도 누락했다면, 해당 업체가 손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성능점검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고, 점검업체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진단평가 오류에 대해서도 명확한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차량 정보나 진단평가 결과를 믿고 소비자가 거래에 나서는 경우, 정보가 잘못돼 손해가 발생했다면 플랫폼 역시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매매사원의 고의나 과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매매사업자 대표가 해당 딜러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에서는 실제 행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고의·과실 여부에 따른 책임 분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 대기업·대형 플랫폼 중심 재편 우려

지역 업계는 이번 대책이 충분한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영세 매매업체의 퇴출을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료와 보증 비용, 환불 부담, 행정 절차 등이 늘어나면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대형 기업과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차 시장은 전국적으로 연간 약 250만 대가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이지만, 지역 곳곳에는 다수의 중소 매매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며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고, 일부 대형 사업자에 거래가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매사원의 이직과 관련한 관리체계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광주조합은 미해결 채무나 소비자 피해 문제가 남아 있는 딜러가 별다른 관리 없이 다른 업체로 옮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매매사원 통합이력 관리 전산망’을 구축하고, 운영 권한을 관련 연합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관리체계가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권 침해 가능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만큼, 업계와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 권리 보호가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 범위와 정보 활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선일 광주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합장은 중고차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백 조합장은 “연간 250만 대가 거래되는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지역 매매업자들도 뜻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능점검 오류는 성능점검자가, 플랫폼 진단 오류는 플랫폼이, 보험 약관과 보상 문제는 보험사가, 허위·미끼매물과 고의적인 하자 은폐는 매매업자가 각각 권한과 행위에 비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과 행위의 일치’가 대책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지역 정치권이 현장의 소상공인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제도 시행에 앞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지역 중고차업계는 앞으로도 국토부와 관련 기관에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 생존이 함께 가능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장치뿐 아니라 성능점검업체, 매매업자, 보험사, 플랫폼 등 참여 주체별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일방적인 규제 강화보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단계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당한 거래를 차단하는 동시에, 정당하게 영업하는 지역 매매사업자들이 과도한 부담으로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