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빽빽한 야자수 농장”…장미란 씨 사망 두고 현지 주민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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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 “가시 빽빽하고 가지 없어 혼자 줄 걸기 쉽지 않아”

제주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 씨의 사망 경위를 두고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목맴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장 씨가 발견된 야자수 농장 인근에 산다는 주민이 현장에 심어진 나무의 구조를 근거로 "혼자 줄을 거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라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온라인에서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46분께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12일 숙소를 나간 뒤 행방이 끊긴 지 104일 만이다. 발견 장소는 장 씨가 장기 투숙했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으로 걸어서 5~10분 정도 거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은 시신의 치아를 감정한 결과 장 씨와 일치한다는 구두 소견을 냈다. 지문은 소실된 상태여서 경찰은 DNA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외상 흔적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특이한 골절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자세와 위치 등을 토대로 목맴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범죄 피해 가능성도 계속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가시 빽빽하고 굵은 가지도 없어”…현지 주민이 제기한 의문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인근 지역에 거주중인 제주 시민 A 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한 야자수 카나리아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1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인근 지역에 거주중인 제주 시민 A 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한 야자수 카나리아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1

이런 가운데 시신 발견 장소에서 직선거리 약 500m 안에 산다고 밝힌 주민 A 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A 씨는 해당 농장 옆길이 집에서 큰길로 나가는 지름길이라 평소 자주 지나다닌다며 현장 주변 환경과 야자수의 특성을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농장에는 '카나리아'로 불리는 야자수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그는 "뾰족하고 단단한 가시 같은 부분이 엄청 많다"며 자신도 집에서 같은 나무를 키우고 있지만 가지를 정리할 때마다 찔리면 상당히 아프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나리아 야자수는 일반 나무처럼 옆으로 뻗은 굵은 가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A 씨는 나무를 옮길 때도 장비를 이용해 줄을 묶고 끌어당겨야 할 정도라며 줄을 묶는 작업 자체도 성인 남성이 혼자 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씨가 혼자 해당 나무에 줄을 걸 수 있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A 씨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야자수에 가시와 잎이 빽빽하게 얽혀 있다며 "설사 줄을 묶었다고 해도 가시에 찔리는 고통이 훨씬 컸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다른 현지 주민도 온라인에서 카나리아 야자수는 일반 나무처럼 줄을 걸 만한 가지가 발달한 구조가 아니라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현지 주민들이 제기한 의문만으로 사망 경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장 씨가 발견됐을 당시 구체적인 현장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보고 있으며 부검과 현장 감식,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인근 지역에 거주중인 제주 시민 A 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한 야자수 카나리아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1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인근 지역에 거주중인 제주 시민 A 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한 야자수 카나리아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1

시신이 100일 넘게 발견되지 않은 점을 두고도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은 험준한 산악지대가 아니라 평지에 있는 농장이다. 주변에는 도로와 비닐하우스 등이 있고 차량과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농장 내부에는 수m 높이까지 자란 야자수가 빽빽하게 들어서 밖에서는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주민 증언도 나온다. 실제 현장을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도로와 농장 사이 거리가 멀지 않지만 야자수 잎이 울창하게 겹쳐 낮에도 안쪽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농장 관리인도 최근 내부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친구도 “그럴 정도로 힘든 일 없었다”

장 씨와 실종 직전까지 함께 지낸 남자친구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JTBC와 인터뷰에서 장 씨가 "실종 당일까지도 목숨을 끊을 정도로 힘든 일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장 씨가 사라진 뒤 처음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도 경찰 설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종 신고가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데다 숙소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100일 넘게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씨의 휴대전화 위치와 초기 수색 과정도 논란이다. 장 씨 휴대전화는 최초 실종 신고 이후에도 상당 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당시 정밀한 위치 확인과 숙소 주변 수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경찰은 기지국 정보를 토대로 한림항과 해안가 등을 수색했지만 장 씨는 숙소와 가까운 농장에서 발견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경찰청장에게 보고받기로는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며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도 시신의 자세와 위치, 현장 상황 등을 근거로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다만 범죄 피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 역시 단정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CBS 라디오에서 현재까지 뚜렷한 타살 정황이나 제3자 개입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현 단계에서 특정 사망 경위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국과수 부검과 과학수사를 통해 제3자 개입 가능성까지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위로 사건 끝낸 경찰관 결국 구속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경찰을 향한 불신이 커진 데에는 초기 실종 신고가 허위로 종결된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숙소를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뒤 행방이 끊겼다. 남자친구는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 43분께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신고를 넘겨받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약 2시간 30분 뒤 "장 씨와 연락이 닿았는데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리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된 장 씨 관련 자료까지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경장이 해당 자료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 사상자' 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자친구가 지난달 17일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기존 종결 기록 때문에 접수되지 않았고 장 씨 가족이 이틀 뒤 서울 노원경찰서를 찾아 재신고하면서 수색이 다시 시작됐다.

A 경장은 장 씨 사건뿐 아니라 지난달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남성도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지법은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A 경장에 대해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 경장이 담당해 종결한 다른 실종 사건들도 들여다보고 있다. 장 씨 사건은 이제 단순한 실종 사건을 넘어 초기 대응과 수색 과정, 사망 경위까지 여러 의문을 남긴 상태다.

장 씨 유족은 과도한 추측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 측은 사건과 무관한 정치적 주장이나 확인되지 않은 억측을 경계하면서 장 씨를 찾는 과정에 힘을 보탠 경찰과 해경,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을 통해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