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거의 4만원인데…미국 US오픈 사로잡았다는 뜻밖의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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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 28달러? US오픈을 점령한 한국식 불고기의 정체
한 줄 가격이 거의 4만원에 달하는 한국 음식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US오픈 현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불고기와 당근, 단무지 등을 넣은 한국식 김밥이다.

US오픈은 지난 23일 팬위크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남녀 단식 본선은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며 대회는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진다. 대회가 열리는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는 선수들의 경기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도 마련됐다.
US오픈에 등장한 28달러 불고기 김밥
이 가운데 올해 처음 등장한 김밥이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판매 가격은 한 줄에 28달러(한화 약 3만 9000원)다. 밥과 양념한 불고기를 중심으로 당근, 단무지, 케일, 우엉 등을 김에 말아 만든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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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김밥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외식 사업가 사이먼 김 그래셔스 호스피탈리티 대표와 박은조 셰프가 함께 선보였다. 사이먼 김은 한국식 바비큐와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를 결합한 레스토랑 '꽃(COTE)'과 프라이드치킨 전문점 '꼬꼬닭(COCODAQ)'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운동회 날 먹던 김밥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김밥을 US오픈 메뉴로 내놓은 데에는 사이먼 김의 어린 시절 기억이 영향을 줬다. 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당시 운동회 날 어머니가 싸주던 김밥을 떠올렸고 US오픈 역시 많은 사람이 한데 모이는 큰 운동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김밥을 메뉴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레시피 개발에는 박은조 셰프가 참여했다. 박 셰프는 뉴욕의 프렌치 레스토랑 퍼세와 모모푸쿠 코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대적인 한식 요리로 이름을 알린 한국계 미국인 셰프다. 사이먼 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박 셰프를 '김밥의 대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지 인플루언서·음식 매체도 주목

김밥을 맛본 현지 음식 인플루언서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빨간색 종이 상자에 담긴 김밥을 먹거나 소개하는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불고기와 밥의 조합이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김밥을 소개했다.
미국 음식 전문 매체도 US오픈 현장에서 눈여겨볼 음식 가운데 하나로 김밥을 다뤘다. 특히 사이먼 김이 어린 시절 운동회에서 먹었던 어머니의 불고기 김밥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메뉴를 구상했다는 사연을 함께 전했다.
사이먼 김이 운영하는 프라이드치킨 브랜드도 US오픈에 별도의 매장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캐비어를 올린 100달러짜리 프리미엄 치킨 너깃도 판매하고 있다.
해외서 김밥 인기 언제부터 시작됐나…'냉동 김밥'이 불붙였다

US오픈에서 불고기 김밥이 주목받는 모습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 빠르게 커진 김밥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밥은 과거에도 한인 사회와 한식당을 중심으로 해외에 알려져 있었지만 세계적인 관심이 뚜렷하게 커진 시점으로는 2022년이 꼽힌다.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주인공 우영우가 김밥을 즐겨 먹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었고 김밥 역시 해외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거나 한식당에서 맛보는 영상이 이어지며 관심이 확대됐다.
대중적인 식품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냉동 김밥이다. 2023년 8월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스에서 한국산 냉동 야채 김밥 판매가 시작됐고 초기 물량이 몇 주 만에 동났다. 이후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냉동 김밥 제품을 취급하면서 일반 소비자가 한식당을 찾지 않아도 김밥을 접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이 만들어졌다.
냉동 제품의 확산은 김밥의 보관과 유통 범위를 넓혔다. 미국에서 초기 인기를 끈 냉동 김밥 가운데는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제품도 있었다. 전자레인지 등으로 데워 간편하게 먹는 형태가 현지의 간편식 소비와 맞물렸고, 채소를 중심으로 만든 제품은 비건이나 식물성 식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에게도 선택지를 제공했다.
김밥 인기는 미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냉동 김밥 수출국은 캐나다와 호주, 일본,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으로 넓어졌고 해외 곳곳에서 김밥 전문점도 등장했다.
김밥 맛 좌우하는 건 따로 있다…집에서 맛있게 만드는 기본 요령
해외에서 김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김밥은 재료 구성이 자유롭지만 밥의 상태와 속재료의 수분, 간의 균형에 따라 식감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먼저 밥은 평소보다 물을 조금 적게 넣어 고슬고슬하게 짓는 편이 좋다. 갓 지은 밥이 너무 뜨거울 때 바로 김에 펴면 김이 눅눅해질 수 있어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한 뒤 한 김 식힌다. 밥을 섞을 때는 주걱으로 짓누르기보다 가볍게 뒤집듯 섞어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한다. 소금과 참기름은 처음부터 많이 넣기보다 속재료의 간을 고려해 조절한다.
속재료는 각각 따로 간하고 물기를 충분히 빼는 것이 중요하다. 데친 시금치는 물기를 꼭 짜고, 당근은 가늘게 썰어 살짝 볶는다. 단무지나 우엉처럼 이미 간이 된 재료를 함께 넣을 때는 다른 재료의 소금을 줄인다. 달걀지단이나 볶은 고기처럼 열을 가한 재료도 충분히 식힌 뒤 사용한다. 뜨거운 재료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김을 눅눅하게 만들 수 있다. 불고기나 참치처럼 수분이 생기기 쉬운 재료 역시 국물이나 기름을 충분히 제거한다.
김을 놓을 때는 거친 면이 위로 오게 한 뒤 밥을 얇고 고르게 편다. 끝부분에는 밥을 조금 남겨 두면 말았을 때 모양을 잡기 쉽다. 속재료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김이 터질 수 있으므로 한 줄에 들어가는 양을 적당히 맞춘다. 김발을 이용할 경우 처음 한 번 단단히 감싼 뒤 일정한 힘으로 굴려 모양을 잡는다.
완성된 김밥 겉면에 참기름을 얇게 바르면 김의 향과 고소한 맛을 더할 수 있다. 깨를 가볍게 뿌리는 방법도 흔히 쓰인다. 썰 때는 날이 잘 드는 칼을 사용하고 젖은 행주로 칼날을 닦아가며 자르면 밥알이 덜 달라붙는다. 김밥은 만든 당일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남은 김밥은 냉장 보관한 뒤 달걀물을 입혀 팬에 부쳐 먹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