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태우고…'만취' 난폭운전하다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케한 3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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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태운 채 시속 178㎞ 질주…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어린 두 딸을 차량에 태운 채 만취 상태로 시속 178㎞에 달하는 과속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를 충돌해 운전자를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범행을 인정했다. 1심에서 중형인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뒤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려는 취지로 풀이되나 피해자 유족 측은 사법 체계를 농락하는 행태라며 강력한 법적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형사부(강길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 과정에서는 범행 일부를 부인했으나 항소심에 이르러 심경의 변화가 생겨 이제는 모든 범행을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피고인 A 씨 역시 변호인의 진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공소사실과 수사 기록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 4일 오후 9시 19분경 충청남도 홍성군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면허 취소 수치를 크게 웃도는 혈중알코올농도 0.211%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았다. A 씨는 제한속도를 무려 시속 118㎞나 초과한 시속 178㎞의 속도로 차량을 질주시켰으며 신호 위반과 급제동, 위험한 차선 변경 등을 반복하며 위험한 난폭운전을 이어갔다.

결국 A 씨의 차량은 동일한 도로에서 정상 진행 중이던 오토바이의 후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대형 사고로 인해 오토바이 운전자 B 씨가 머리와 전신에 치명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 당시 A 씨의 차량 뒷좌석에는 각각 4세와 6세에 불과한 어린 두 딸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검찰은 보호 및 감독 의무가 있는 친모 A 씨가 어린 자녀들을 차에 태운 상태에서 만취 및 난폭운전을 감행하고 극심한 충돌 사고를 일으켜 아동들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심각한 해를 끼쳤다고 판단,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또한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 A 씨는 사고 직후 중상을 입은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려 노력하기는커녕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찾아온 시민들과 주변인들을 향해 "아이들이 놀라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항의하고 소란을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도주치사 및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A 씨 측은 "당시 술에 너무 취해 있어 피해자 충돌 및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사고 현장을 이탈할 의사나 도주의 범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A 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생사가 위급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구호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와 타인 전가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며 "심지어 사고 현장에 경찰차가 도착하는 것을 목격하자 그대로 현장을 이탈해 도주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두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만취 상태로 장시간 난폭운전을 감행하고 사망 사고까지 유발함으로써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자녀들에게 극심한 공포와 정서적 충격을 주었다"며 유죄 판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고 검찰 역시 형량이 가볍다며 쌍방 항소를 제기했다.

이날 항소심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 B 씨의 아버지는 피고인 측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강한 분통을 터뜨렸다. B 씨의 아버지는 발언권을 얻어 "1심 내내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던 피고인이 형량이 나오자 이제서야 혐의를 인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경찰과 검찰, 1심 재판부 전체를 농락하는 처사"라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어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피고인이나 피고인 측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의 성의를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피고인과의 합의는 절대 없을 것이며,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한편 피해자 유족 측은 형사 재판과 별개로 피고인 A 씨 및 A 씨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 씨 측 변호인이 피해자 유족 측에 서면으로 사죄의 뜻을 전달하고 합의 및 피해 회복을 위한 협의 시간을 추가로 요청함에 따라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한 차례 더 공판 기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A 씨에 대한 다음 항소심 공판은 다음 달 30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