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뛰고 왔는데 탈락" 이기혁 상무 불합격, 알고 보니 '점수 오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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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점'이 '4100점'으로… 상무 점수 오기로 합격자 뒤바뀐 황당 참사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한 이기혁(26·강원FC)이 국군체육부대(상무) 선발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 오류로 인해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채점 과정에서 경쟁 선수의 점수가 터무니없이 높게 잘못 입력되는 바람에 합격자가 뒤바뀌는 황당한 행정 참사가 벌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월드컵 스타의 뜻밖의 탈락, 축구계 휩쓴 의문의 바람
사건의 시작은 지난 4월 30일 병무청이 발표한 '2026년도 제3차 국군체육특기병 선발 공고'였다. 올가을(9~12월) 순차 입대를 목표로 하는 이번 모집에서 축구 특기병의 입대 예정일은 오는 10월 12일로 지정됐다. 이기혁은 지난 5월 특기병 모집에 정식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최종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 이기혁의 이름은 없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 팬들과 관계자들은 일제히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기혁은 2024년 강원FC에 입단한 이후 35경기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고 2025시즌 31경기, 2026시즌에도 19경기를 소화하며 리그 최정상급 출전 기록과 경기력을 유지해 왔다. 무엇보다 최근 종료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 중앙 수비수로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며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국가대표 핵심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국군체육부대 특유의 까다롭고 엄격한 선발 규정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국군체육부대의 선수 선발은 이름값이나 현재의 명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해진 평가 기준에 따라 경기 실적, 대표팀 경력, 지원 포지션별 정원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해 점수순으로 합격자를 가린다.
특히 축구 종목의 경우 타 종목에 비해 국가대표 경력의 인정 기간이 비교적 짧게 설정돼 있고 프로 경기 실적 역시 특정 기간 내의 기록만을 평가 반영한다. 때문에 이기혁이 월드컵에서 세운 공로가 지원 시점과 산정 기준상 온전히 점수화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포지션별 정원 제한도 변수로 지목됐다. 이번 3차 선발에서 축구 종목의 최종 합격 정원은 총 4명(센터백 2명, 레프트백 1명, 라이트백 1명)이었다. 이기혁은 강원에서 중앙 미드필더, 센터백, 레프트백 등 다양한 위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대표적인 '멀티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축구장 위에서는 다재다능함이 압도적인 장점이지만 선수 등록 포지션과 지원 포지션의 일치 여부를 엄격히 따지는 국군체육부대의 정원제 규정 아래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실제로 공지된 최종 합격자는 어정원(포항), 서명관(울산), 장민규(제주), 차승현(천안) 등 4명이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탈락한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수긍하기 힘든 결과에 의문을 품은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며 서류 재검토 단계로 접어들었다.
1400점이 4100점으로… 2차 검수까지 스킵된 황당한 점수 입력 오류
국군체육부대가 지원자들의 제출 서류와 채점표를 전면 재검토한 결과 믿기 힘든 단순 실수가 발각됐다. 스포츠동아 보도에 따르면 이기혁이 탈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서류 및 실기 점수를 합산하는 전산 시스템 입력 과정에서 일어난 '점수 오기'였다.

동일한 포지션에서 이기혁과 경쟁하던 지원자 A의 실제 평가 점수는 1400점이었다. 그러나 담당자의 단순 오타로 인해 시스템상에는 '4100점'이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점수가 그대로 입력됐다. 존재할 수 없는 과다한 점수를 부여받은 A가 합격권으로 솟구쳐 오르면서 당연히 합격선 안에 들어야 했던 이기혁은 후순위로 밀려나 불합격 처리되고 말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군체육부대의 허술한 검증 시스템이다. 현재 상무의 선수 평가 절차는 현역 부사관으로 구성된 평가관의 1차 평가를 거친 뒤 외부 위원이 포함된 평가위원회가 2차 검수를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엄격한 검수 단계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1400점'이 '4100점'으로 둔갑하는 말도 안 되는 오타를 단 한 명도 잡아내지 못했다. 부실한 교차 검증 속에서 국가대표 수비수의 입대 행정이 완전히 꼬여버린 셈이다.
뒤늦은 사과와 구제책 마련… 차가운 축구계 시선
뒤늦게 치명적인 행정 실수를 인지한 국군체육부대는 수습에 나섰다. 상무 관계자들은 지난 23일 이기혁과 소속팀 강원FC를 찾아가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24일에는 오기 입력으로 인해 불똥이 튄 선수 A와 A의 소속 구단을 방문해 사과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거세다. 이미 합격 통보를 받고 입대를 준비 중이던 A와, 그의 입대에 맞춰 전력 공백을 메우고자 대체 선수까지 영입했던 소속 구단은 하루아침에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해당 구단 측은 상무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군체육부대는 피해를 본 이기혁과 A를 모두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3월 입대 예정인 '2027년도 제1차 선발'에서 축구 종목의 선발 정원을 1명 줄이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국방부에 승인을 요청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