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내일]38년 전 사라진 12세 중학생, AI 몽타주로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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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실종 아동, AI 나이변환 사진으로 가족 찾다
AI 기술이 바꾼 실종아동 수색, 그 한계와 가능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실종된 아이를 찾는 데 가장 먼저 사용되는 단서는 사진이지만 실종 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면 당시 사진만으로 현재 모습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성장기의 아동·청소년은 시간이 흐르면서 얼굴형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경찰과 실종아동 관련 기관에서는 과거 사진을 토대로 현재 얼굴을 추정한 나이변환사진이나 몽타주를 활용해 왔다. 국내에서는 실제로 38년 전 사라진 중학생이 나이변환 몽타주를 계기로 가족과 다시 만난 사례도 있다.

12살에 사라진 중학생, 38년 뒤 몽타주가 단서가 됐다

사진=채널A 유튜브
사진=채널A 유튜브

1978년 7월 경기 수원에 살던 당시 12세 중학교 1학년 A군은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오랜 기간 행방을 찾았지만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했다. 사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실종으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뒤였다. 가족이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청하면서 장기실종 사건에 대한 추적이 재개됐다.

경찰은 2016년 A군이 어린 시절 찍은 증명사진을 확보하고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현재 모습을 추정한 몽타주 제작을 의뢰했다. 제작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3차원 몽타주 시스템 폴리스케치가 활용됐다. 경찰은 12세였던 A군이 당시 50세가 됐을 모습을 추정하기 위해 과거 사진뿐 아니라 가족들의 현재 얼굴도 참고했다. 나이가 들면서 달라질 얼굴 형태와 피부, 주름 등을 반영해 현재 얼굴을 예상한 것이다.

경찰은 이렇게 만든 몽타주와 실종 당시 사진을 함께 넣은 전단을 과거 A군의 목격 정보가 있었던 청평 일대에 배포했다. 이후 전단을 본 주민이 자신의 친척이 양아들로 키운 남성이 몽타주 속 인물과 닮았다는 취지로 제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한 끝에 해당 남성이 38년 전 실종된 A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나이변환 몽타주를 활용해 장기실종자를 찾은 국내 첫 사례로 소개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그렸다면 이제는 AI가 얼굴을 추정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장기실종자의 현재 얼굴을 추정하는 기술은 과거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는 포렌식 전문가가 실종 당시 사진과 부모·형제 등 가족의 얼굴을 비교하고, 성장에 따른 얼굴 변화를 하나씩 반영해 나이변환사진을 제작했다. 얼굴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길어질지, 턱이나 광대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 피부와 주름은 어느 정도 나타날지를 전문가가 판단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이 과정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AI는 많은 연령대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한 뒤 한 사람의 기본적인 얼굴 특징을 유지하면서 나이가 들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을 생성할 수 있다. 실종 당시 사진이 오래됐거나 화질이 낮더라도 얼굴을 복원하거나 여러 연령대의 예상 모습을 만드는 데 AI 기술을 활용할 여지도 커졌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과 대홍기획은 2025년 장기실종아동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에서 AI를 활용해 실종 당시 어린아이였던 이들의 현재 모습을 구현했다. 실종 당시 사진을 기반으로 성장했을 얼굴을 추정하고, 과거의 모습과 현재 모습이 함께 등장하는 영상으로 제작했다. 수십 년 전 사진에 머물러 있던 실종아동을 현재 살아가고 있을 나이의 모습으로 다시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의 기억을 환기하기 위한 방식이다.

AI가 만드는 얼굴은 정답 아닌 새로운 단서

다만 AI가 만든 얼굴이 실제 실종자의 현재 얼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의 얼굴은 유전뿐 아니라 체중 변화, 생활 습관, 질병, 사고, 헤어스타일 등 수많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어린 시절 사진을 이용하더라도 실제 성장한 모습과 AI가 추정한 얼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나이변환사진이나 AI 이미지는 신원을 확정하는 증거가 아니라 시민의 기억을 자극하고 새로운 제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색 자료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38년 전 실종된 중학생을 찾은 국내 사례는 얼굴을 현재 모습에 가깝게 다시 보여주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당시에도 한 주민이 전단 속 몽타주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면서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사건이 다시 움직였다. 지금은 AI가 과거보다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 얼굴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이 직접 실종아동을 찾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 얼굴과 연결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 장기실종 사건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계속해서 현재의 얼굴로 바꿔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키트리도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장기실종아동의 사진과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제보가 실제 수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기획기사를 통해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얼굴과 장소, 작은 단서 하나가 실종아동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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