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아서 설탕 맛이 느껴질 정도... 'kg당 15만원' 돌돔만큼 비싼 한국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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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수록 단맛이 솟아나는 괴물처럼 생긴 물고기의 정체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 설탕을 문 듯 단맛이 번지는 생선이 있다. 맛은 천상계 수준이지만 험상궂은 얼굴에 두툼한 입술, 온몸을 뒤덮은 돌기 탓에 마치 '괴물'처럼 보이는 물고기다. 표준명 괴도라치, 흔히 전복치로 불리는 이 생선이 좀처럼 보기 힘든 크기로 시장에 들어왔다.

전북치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괴도라치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전북치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괴도라치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씹을수록 설탕 맛이 나는 역대급으로 맛있는 회를 경험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27일 올라왔다. 김지민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초대형 전복치를 손질해 맛보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김지민이 시장을 찾은 계기는 한 상인의 제보였다. "거의 처음 봤다"는 말과 함께 2kg짜리 전복치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김지민은 "살면서 진짜 보기 힘들 정도로 크다"라며 곧장 해당 좌판으로 향했다. 보통 손바닥을 조금 넘는 크기로 유통되는 전복치가 2kg에 이르면 길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복치를 만나기 전 9월을 앞둔 시장의 제철 수산물도 화면에 담겼다. 활새우가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었다. 오징어는 동해안에서 작은 씨알만 나오는 탓에 시장에 굵은 오징어가 있다면 대부분 서해산일 확률이 높다고 김지민은 전했다. 가격은 영상 촬영일 기준 마리당 2만원 선이었다. 고급 횟감인 돌돔은 kg당 12만~14만원, 능성어는 8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여름철 대표 횟감인 흑점줄전갱이와 벤자리도 눈에 띄었다.

전북치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괴도라치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전북치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괴도라치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러시아산 대게 시세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시장에서는 촬영일 기준 kg당 4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산지에 가까운 속초 관광시장과 대포항 일부 가게에서는 8만원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김지민은 짚었다. 그는 "동해에서 오는 활어차 운송료를 생각하면 산지가 조금 더 비싼 게 맞지 않나 싶지만 관광지 프리미엄 앞에선 의미 없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제주산 갈치는 여름철 살밥이 좋았다. 양식 농어도 회로 먹기 여전히 좋은 시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목적지에 도착한 김지민 앞에 놓인 전복치는 그조차 처음 보는 크기였다. "저도 이런 사이즈를 처음 본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이 개체는 강원 대진항 쪽에서 잡혀 들어온 동해산이었다. 좌판에는 동해산과 서해산 전복치가 함께 놓여 있었다. 상인은 색깔로 산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해산은 색이 짙고 서해산은 컬러 자체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산지에 따른 맛 차이가 있다. 전복치는 자연산이다 보니 기름기보다 식감으로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동해산이 조금 더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 자체가 물결 모양으로 돼 있어 식감이 좋다. 가격은 서해산이 들어오는 시기에 따라 kg당 8만~10만원, 동해산은 11만~15만원 수준.

전북치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괴도라치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전북치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괴도라치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이날 등장한 개체는 상인이 단골손님에게 kg당 15만원 선에 판매하려던 것이다. 한 마리에 30만원을 조금 넘길 만한 크기였다. 김지민이 직접 들어 올리자 묵직한 무게가 그대로 전해졌다. 물 밖에 꺼내 놓아도 좀처럼 죽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것도 괴도라치의 특징이다.

생김새만 보면 과연 맛있는 횟감일지 의구심이 들 만하다. 두툼한 입술과 수많은 피질, 돌기까지 독특한 외모를 자랑하는 이 생선은 동해안에서 전복치로 불린다. 표준명은 괴도라치. 농어목 장갱이과에 속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동해와 서해는 물론 일본 북부와 러시아 연안에서도 발견된다.

이름과 달리 전복치는 전복을 먹고 살지 않는다. 단단한 전복 껍데기를 깨부술 정도로 입이 크지 않고 힘도 세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복이 많이 서식하는 해역에 자주 출몰하거나 함께 잡히다 보니 붙은 이름으로 추정된다. 전복 껍데기에 붙은 미세 갑각류나 갯지렁이 등을 쪼아 먹으며 전복밭 근처에서 살아가는 생태가 ‘전복을 먹고 자란 생선’이라는 다소 와전된 소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고급 수산물인 전복의 이미지를 빌릴 수 있다는 점도 이 이름이 굳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전복치의 몸길이는 보통 25~40㎝ 안팎이며 최대 크기도 55㎝를 좀처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계측 결과는 이 통념을 뛰어넘었다. 대충 재도 56~57㎝가 나왔다. 무게 역시 당초 알려진 2kg을 훌쩍 넘겨 3kg에 육박했다. 김지민은 "수조에서 작은 전복치만 보다가 실물을 마주하니 실감이 되는 순간"이라며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묵직하다"고 했다.

전복치 손질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베도라치만큼 생명력이 강해 좀처럼 죽지 않는 데다 가시가 무기여서 세게 잡으면 손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민은 "이렇게 큰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된다"며 신경혈 제거와 피 빼기 작업을 이어갔다. 함께 먹을 활새우도 준비했다. 활새우는 초가을 진입기라 kg당 4만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가을이 깊어지면 값이 내려갈 것으로 김지민은 내다봤다.

손질을 끝낸 뒤 전복치회를 맛본 김지민은 "와 달다. 진짜 달다"라며 감탄했다.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하면서도 비리지 않고, 잘근잘근 씹을수록 감칠맛과 은은한 기름기, 단맛이 함께 올라온다는 것이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 아닌데도 끝맛에서 감칠맛과 단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괴도라치회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괴도라치회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식감도 독특했다. 물 먹은 스펀지처럼 촉촉하지만 흐물거리지 않고 오히려 미세하게 자근자근 씹히는 매력이 있었다. 김지민은 "돔 종류가 아닐 뿐이지 돔에 뒤지지 않는 특출난 식감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 전복치는 잡어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껍질은 콜라겐 덩어리에 가까웠다. 꼬들꼬들하지는 않아도 야들야들해 쌈장보다 간장에 찍어 먹었을 때 단맛이 더 살아났다.

서비스로 받은 자연산 고랑가리비의 회맛도 인상적이었다. 입에 넣자마자 바다향과 해초향이 확 퍼졌다. 김지민은 "낚시하면서 뜯어 먹어본 모자반 맛이 난다"고 표현했다. 관자는 별미로 꼽혔다. 관자만 따로 반으로 저며 초밥으로 쥐면 유명 호텔이나 오마카세에서 낼 만한 수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돌오돌 씹히면서도 질기지 않은 식감이 특징이었다.

김지민은 이날 전복치의 단맛을 두고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래 산 개체여서 살의 속성이 더 무르익은 만큼 감칠맛과 단맛이 선명하게 배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단맛은 양식에서는 나오기 어렵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렇게 단맛이 나는 것은 자연산 중에서도 비육 상태가 정말 좋은 경우"라는 설명이다. 살이 노랗게 나오는 개체가 단맛이 좋다면서 자연산 광어나 놀래미도 여름철에는 살이 누렇게 오르며 단맛을 낸다고 했다.

전복치가 여름철 별미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9월 제철에 잡힌 전복치는 기름기가 돌며 고소한 맛이 오른다. 김지민은 흑점줄전갱이나 벵에돔 계열을 평소 취향으로 꼽으면서도 이날 전복치가 그에 못지않게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전복치를 맛보고 싶다면 산지를 노려볼 만하다. 김지민은 "속초 동명항이나 속초 주변 시장에 가끔 이 정도 크기의 전복치가 들어온다"며 "한두 명이 소화하기는 어렵다. 이날도 세 명이 반쪽에 겨우 달라붙어 먹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마리를 여섯 명 정도가 나눠 먹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크지 않다"며 "동해에 갔다가 발견하면 한 마리 시켜 나눠 먹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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