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연찬회 '깜짝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의미심장한 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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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의 귀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여 년 만에 보수 정당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현장을 찾은 그는 20분가량 이어진 연설을 통해 '신뢰'와 '단합'을 화두로 던졌다.

웃으며 국민의힘 연찬회 참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스1
웃으며 국민의힘 연찬회 참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스1

정점식 원내대표 초청으로 성사된 방문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대구 달성군 사저를 직접 찾아 초청 의사를 전하면서 성사됐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하루 전인 26일 "박 전 대통령이 소노캄 고양에서 열리는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행사장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했다. 전직 대통령이 정당의 의원 연찬회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탄핵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 왔으나,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들의 요청으로 강원·충청·영남권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최근 들어 '사저 밖 행보'의 보폭을 넓혀 왔다. 이번 연찬회 참석으로 그 행보는 한층 뚜렷해진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 나누는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 나누는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스1

"신의가 없으면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소수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시는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방문 취지를 밝혔다.

그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신뢰'를 꼽았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이 없으면 잠시는 세상을 속일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처럼, 신의가 없으면 어떤 조직도 존속할 수 없다"며 "정당 내에서 신의가 없으면 그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둥지가 깨지면 알도 온전하지 못해"…단합 거듭 당부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소수 야당으로 내몰린 국민의힘의 처지를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에 빗댔다. 그는 "애벌레가 번데기라는 좁고 어두운 고치를 찢고 나와 나비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처절한 발버둥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힘을 키우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내 분열을 경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둥지가 깨지면 그 안의 알도 온전하지 못한다. 당이라는 둥지가 흔들리고 깨지면 여러분의 미래도 같을 것"이라며 "다수를 상대로 힘에 부치는 상태에서 분열까지 하면 싸움의 결과는 보나 마나다. 밖의 적을 상대로 싸울 때 우리 내부의 분열만큼 무서운 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서로를 증오하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일치단결을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신뢰를 얻는다면 다수당이 될 수도 있고, 또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도 있다"며 소수일수록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안보와 민생 강조…"경제는 숫자가 아닌 국민의 삶"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 국가 안보와 민생을 짚었다. 그는 "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북한은 두 국가론을 헌법에 명시하고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천명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은 국가안보에 있어 정부·여당보다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발표 경제지표와 국민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좋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제 회복은 진정한 경제 회복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 말미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이제 연찬회를 떠날 것"이라며 "여러분, 제가 여러분을 믿고 가도 되겠지요?"라고 물었고, 참석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하자 "국가와 미래를 위해 맡은 소명을 다해줄 것이라 믿는다.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란다. 애국도 건강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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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참으로 기이한 과거 퇴행"…엇갈리는 시선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을 둘러싸고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일치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과 대법원의 징역 22년 확정판결로 국민적 심판을 받은 인물을 나침반으로 삼아 어떻게 미래로 가겠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며 "촛불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모욕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찬회 슬로건인 '오늘을 딛고 내일을 연다'를 거론하며 "헌정 질서 훼손으로 사법적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을 불러내 열 수 있는 내일은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참석이 당의 화합과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통합과 국민 통합을 위해 목소리를 내오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재등판이 부적절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연찬회 참석이 향후 국민의힘 내 노선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까지 1박 2일간 이어지는 이번 연찬회에서 인공지능(AI), 외교·안보, 갈등 해결 등을 주제로 한 외부 전문가 특강과 함께 입법·예산 전략을 논의하고, 둘째 날에는 부동산·주식·취업 등 청년층 관심사를 다루는 '2030 청년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