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밝고 성격 좋았다... 이 동네 알면 다들 이해 어려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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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밤이면 아주 깜깜한데 어떻게 야자수 밭까지 들어가서 그랬다는 건지…”

"평소 밝고 성격 좋던 사람이었다. 아직도 안 믿긴다."

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태의 피해자인 장미란(37)씨를 기억하는 제주시 한림읍 주민 A 씨는 27일자 뉴스1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장 씨가 숙소에 머무는 동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모습을 자주 목했다면서 장기투숙을 한 만큼 마을 곳곳을 잘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 경찰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 경찰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대목은 사망 장소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장기투숙 중이던 한림읍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당일 장 씨는 함께 살던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숙소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된 카나리아 야자수 밭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협소하다. A 씨는 "이 동네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밤이면 아주 깜깜한데 어떻게 야자수 밭까지 들어가서 그랬다는 건지…"라고 말했다.

장 씨의 숙소에서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밭까지는 도보로 5~7분 거리다. 낮에도 인적이 드문 한적한 동네다. 최단거리인 밭 사이 샛길로 걸어갈 수도 있지만 주변엔 가로등이 거의 없고 대부분 밭이나 비닐하우스라고 한다. 다만 장 씨가 주변 지리를 잘 알았던 만큼 모종의 이유로 밭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매체는 전했다. 장 씨는 실종 당시 본인 소유의 끈을 숙소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제주경찰청은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근거로는 현장 상태를 들었다. 지난 24일 오전 발견될 당시 시신의 모습은 물론 주변 낙엽 등이 흐트러지지 않은 점, 다툼의 흔적이 없는 점 등이다. 장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시신의 부패로 정확한 사인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경찰에 전달됐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이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실종된 지 104일 만에 시신이 발견됐고 그 사이 제주에 여러 차례 폭우가 내렸다는 점에서 발견 당시의 현장 상태만으로 사망 당시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거 아니냐는 것이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시신을 옮겨 발견 장소에 걸어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온갖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경찰의 관심은 이제 왜 이런 허위 종결이 벌어졌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제주청 기자실을 찾아 장 씨 실종자 허위종결 혐의로 구속된 부 모 경장(34)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청장은 "저도 (범행 이유)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도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한 것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했는지 동기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 경장은 지난 22일 긴급체포됐으나 체포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전날엔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수사 전환이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고 청장은 위험성 판단이 어려웠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부 경장이 계속 통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당시에는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또 "성인은 범죄 혐의나 자살 우려 등 위험성이 있어야 위치 추적이 가능한데 당시에는 바로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청장 보고 시점에 대해서는 "처음 보고받은 것은 8월 11일(허위종결 혐의로 입건 전 조사)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7월 19일 재신고 이후 실종자와 연락했다는 부 경장의 주장을 검증한 뒤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고 청장은 "청장에게 보고하는 기준은 위험성인데 5월 15일 최초 신고 당시에는 위험성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 뉴스1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 뉴스1

일각에서 제기된 승진 인사를 앞두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고 청장은 "전혀 상관없다"며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참모들이 바보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고 청장은 이날 제주청 지휘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유족과 고인에게 사과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그 책무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고 했다. 이어 도내 모든 실종사건을 전수조사하고 실종사건 시스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차원의 대책도 나왔다.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 31만 건을 전수 점검하고, 실종사건 종결 과정에서 형사과장 결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실종자 소재 등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형사과장이 실종자의 안전 확보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종결을 승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뉴얼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마련된 대책이 허위 종결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 일선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력 문제도 겹친다. 실종 사건은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도 실종자 동선을 확인하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든다. 지방은 도시에 비해 CCTV 등 추적 수단이 부족하고 수색 범위가 넓어 사건 하나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서별 정원이 정해져 있어 실종 사건이 갑자기 늘어난다고 곧바로 전담 인력을 늘리기는 어렵다.

이번 허위 종결이 발생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은 4명이 근무한다. 야간·주말 당직 때는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공동 처리해왔다. 근무 교대 시 다음 근무자에게 사건을 넘기면 이어서 수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통계도 부담을 뒷받침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실종 사건은 최근 4년간 매년 12만 건을 넘었다. 2022년 12만 4223건, 2023년 12만 3592건, 2024년 12만 1478건, 2025년 12만 5383건이다. 반면 담당 인력은 줄었다. 경찰서 형사과 실종팀 현원은 2022년 848명에서 2023년 831명, 2024년 784명, 2025년 763명으로 감소했다. 2026년 3월 기준으로는 779명이다. 시도청 광역범죄수사대 장기미제실종팀 인원도 2023년 75명, 2024년 83명, 2025년 43명, 2026년 61명으로 5년 새 16%가량 줄었다.

경찰청은 야간·휴일에도 일정 인력이 근무하도록 실종 수사 인력 운영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수사 부서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 실종팀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실종 수사 인력까지 늘리려면 다시 수사 부서에서 인력을 빼 오는 이른바 '돌려막기'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역별 편차도 고려 대상이다. 인구와 실종사건이 많은 대도시에는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사건이 적은 지역에 같은 규모의 전담팀을 두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 실종사건 가운데 실제 범죄와 관련된 사건이 일부에 그친다는 점도 경찰의 고민이다. 대부분의 성인 실종자는 스스로 귀가하거나 소재가 확인된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기 전까지 사건을 관리해야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가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