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냈다…공개 단 하루 만에 '넷플릭스 3위' 찍은 '한국 영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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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3위 차지한 한국 영화 정체는?

지난해 극장가를 뒤흔들었던 한 편의 한국 영화가 이번엔 넷플릭스에서 심상치 않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확장판으로 공개된 지 단 하루 만에 국내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3위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 몰이에 나섰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 CJ ENM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확장판이다. 28일 기준 넷플릭스 국내 영화 부문 차트에서 '쉘터', '엘 차포를 체포하라'에 이어 당당히 3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와일드 씽',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쟁쟁한 화제작들을 제친 순위라 더욱 눈길을 끈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3위에 오른 '어쩔수가없다' 확장판 /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3위에 오른 '어쩔수가없다' 확장판 / 넷플릭스

'어쩔수가없다', 대체 어떤 영화길래

'어쩔수가없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25년간 제지 회사에서 일해온 베테랑 직장인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만수는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들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들지만, 1년 넘게 마트 아르바이트와 면접을 전전하다 결국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간절히 원하던 자리를 두고 굴욕을 당한 만수는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라는 위험한 결심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의 신작으로, 실직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극단으로 밀어붙여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 피카레스크를 넘나드는 독특한 화법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독 스스로도 전작이 '시(詩)'와 같았다면 이번 작품은 '산문'에 가깝다고 표현한 바 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주연 배우 손예진과 이병헌 /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 주연 배우 손예진과 이병헌 / CJ ENM

'어쩔수가없다' 확장판, 극장판과 뭐가 다를까

이번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확장판'은 지난 16일부터 IPTV와 VOD 등을 통해 먼저 공개된 버전으로, 극장 개봉판(138분)보다 19분 늘어난 157분 분량이다.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공개 장면들이 새롭게 추가돼 서사의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첼로 연습실을 나서는 만수와 아내 미리, 딸 리원의 일상 및 관계를 보다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장면, 사건 이후 부부 사이의 긴장감을 더한 새로운 대사 등이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확장판으로 돌아온 영화 '어쩔수가없다' / CJ ENM
확장판으로 돌아온 영화 '어쩔수가없다' / CJ ENM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개봉 당시부터 '초특급 화제작'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해 8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세계 최초로 공개됐는데,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었다. 당시 현지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에는 약 9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미국 영화전문지 데드라인 등 해외 매체들도 이례적으로 박수갈채 시간을 제목에 내세우며 호평을 쏟아냈다.

국내 개봉은 지난해 9월 24일 이뤄졌으며, 누적 관객수 294만 명을 동원했다. 북미 배급은 네온이, 영국·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 등은 무비(MUBI)가 맡으며 해외 개봉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출연 배우 염혜란
영화 '어쩔수가없다' 출연 배우 염혜란

역대급 캐스팅,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신뢰

캐스팅 라인업 역시 화제의 핵심이었다. 이병헌과 손예진이 나란히 주연을 맡았고,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유연석, 오달수 등 조연이 아닌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과 손예진은 2016년 '비밀은 없다' 이후, 감독과 이병헌은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각각 재회한 인연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병헌에 대해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고, 손예진에 대해서는 "억양과 눈빛만으로도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특히 손예진의 캐릭터를 두고는 "이병헌보다 훨씬 어려운 인물을 연기했다"며 '미묘한 표현의 대가'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어쩔수가없다' 촬영 현장에서 포착된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 / CJ ENM
'어쩔수가없다' 촬영 현장에서 포착된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 / CJ ENM

박찬욱이 직접 꼽은 '명장면'은?

박찬욱 감독은 한 방송에 출연해 영화 속 명장면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감독이 가장 재미있는 장면으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이병헌과 손예진의 부부 싸움씬이었다. 또 극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격렬한 몸싸움 장면에서는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데, 감독은 고등학생 때부터 조용필의 팬이었다며 언젠가 한 곡을 온전히 써보고 싶었던 바람을 이 영화에서 실현했다고 밝혔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영화 평론가들 역시 저마다의 명장면을 꼽았는데, 발버둥 치는 범모(이성민)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초상을 봤다는 의견과, 만수(이병헌)가 분재의 가지를 비틀듯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꺾어버리는 장면을 최고로 꼽은 의견이 각각 나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과 손예진 /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과 손예진 / CJ ENM

확장판, 어디서 볼 수 있나?

'어쩔수가없다' 확장판은 지난 16일 IPTV(KT 지니 TV, SK B tv, LG U+tv)와 디지털케이블TV(스튜디오초이스), 온라인·모바일 VOD 서비스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이후 넷플릭스에도 상륙하며 시청 채널이 한층 넓어졌다. 확장판은 극장판과 동일한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록돼 있으며, 이병헌·손예진·박희순 등 원작 그대로의 캐스팅과 함께 스릴러·코미디 장르로 소개되고 있다.

박찬욱표 블랙코미디...평단도, 관객도 열광했다

평단의 반응은 뜨거웠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메타크리틱 86점을 기록했으며, 국내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한 영화 평론가는 무겁고 철학적일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완벽한 블랙 코미디"였다고 평했고, 또 다른 평론가는 극단적 상황을 비틀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박찬욱식 코미디'라고 표현했다.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손예진)·남우조연상(이성민)·음악상·기술상 등을 휩쓸었고,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영화 작품상과 조연상(남)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제46회 황금촬영상 여우주연상, 제24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감독상, 제29회 춘사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실관람객 반응 역시 우호적이다. 네이버영화 실관람객 평점은 7.35점을 기록 중이다. 다만 몰입하기 어려운 전개와 다소 찜찜한 결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 "감동보다는 불쾌함을 남겼지만 불편할 정도로 강렬한 영화"라는 한줄평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상징·메시지가 풍부한 연출만큼은 이견 없이 인정받는 분위기다.

극장 개봉 당시부터 화제성을 입증했던 '어쩔수가없다'가 확장판으로 재무장해 넷플릭스에서도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순위가 어디까지 오를지 이목이 집중된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어쩔수가없다' /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