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만 보고 오면 손해… 절벽과 동해 사이를 걷는 '3km 바다 트레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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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9월 추천여행지에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선정
한여름의 열기가 한풀 꺾이는 계절, 강릉에서 바다를 코앞에 두고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이 여행객을 맞는다. 절벽 아래 탐방로를 따라 동해와 기암괴석을 마주하며 걷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강릉시는 '2026~2027 강릉방문의 해'를 맞아 이곳을 9월 추천여행지로 선정했다. 정동진 모래시계공원과 하슬라아트월드, 달빛아트쇼로 이어지는 연계 코스도 함께 제안했다.

정동항에서 심곡항까지 3.01km, 절벽 아래 이어진 해안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와 심곡리를 연결하는 해안 탐방로다. 정동항의 정동매표소에서 심곡항의 심곡매표소까지 약 3.01km에 달한다. 과거 해안 경계를 위해 군 정찰로로 이용되던 길을 정비해 일반에 개방했다.
탐방로가 놓인 곳은 천연기념물 제437호인 정동진 해안단구 일대다. 약 200만~250만 년 전 지각 변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형으로, 길을 걸으며 해안단구와 암벽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일반적인 해안 산책로와 달리 이곳은 절벽 아래 해안선을 따라 길이 펼쳐진다. 한쪽으로 암벽이 솟아 있고 다른 쪽으로 동해가 펼쳐져 있어 바다와 절벽 사이를 걷는 구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해안선의 굴곡을 따라 탐방로가 놓인 것도 특징이다. 길이 곧게 뻗어 있지 않고 암석을 돌아 나가거나 절벽 아래를 지나는 구간이 반복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과 주변 암벽의 모습이 달라진다.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도 이 일대 지형에서 나왔다. 정동진의 부채끝 지형과 탐방로가 놓인 해안선이 바다를 향해 펼친 부채와 닮았다는 데서 붙었다. 정동은 한양에서 정방향으로 동쪽에 있다는 뜻에서,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각각 유래했다.
몽돌해변·투구바위·부채바위 만나는 3km 트레킹
길을 따라가면 파도와 바람이 만든 여러 해안 지형이 차례로 나타난다. 북쪽에는 둥글고 매끄러운 돌이 모여 있는 몽돌해변이 있다. 오랜 시간 파도에 부딪힌 돌의 모서리가 깎이면서 형성된 곳으로, 백사장이 많은 강릉의 다른 해변과는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탐방로의 대표적인 지형 가운데 하나는 투구바위다. 바위의 형태가 투구를 쓴 장수와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인근에는 바다부채길의 이름과도 연결되는 부채바위가 자리한다. 심곡마을에는 부채바위와 서낭신을 둘러싼 이야기도 전해진다.
바다와 바로 맞닿은 탐방로인 만큼 현지 기상 상황에 따라 개방 여부가 결정된다. 풍랑주의보나 풍랑경보 등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입장이 통제될 수 있다.

탐방로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어 정동이나 심곡 출입구에서 미리 이용해야 한다. 일부 구간은 철망형 데크로 조성돼 있어 굽이 있는 신발보다는 걷기에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편이 적합하다.
출입구는 정동과 심곡 두 곳이다. 어느 방향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탐방을 마친 뒤 이어지는 일정도 달라진다. 정동 쪽으로 나오면 정동진해변과 모래시계공원 등이 가깝고, 심곡 쪽에서는 심곡항과 방파제가 바로 이어진다.
탐방 뒤 정동진역·모래시계공원까지 한 동선
정동 쪽에서 탐방을 시작하거나 마친다면 정동진 일대까지 한 번에 둘러보기 쉽다. 정동진역은 철길과 해변이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를 계기로 전국적인 관광지로 이름을 알렸다.
정동진해변과 맞닿은 모래시계공원은 2000년 새천년 맞이를 위해 조성됐다. 공원 중앙에는 지름 8.06m, 폭 3.2m 규모의 대형 모래시계가 설치돼 있다. 내부의 모래가 위에서 아래로 모두 떨어지는 데 1년이 걸리도록 설계됐다.

바다부채길과 정동진은 같은 동해를 끼고 있지만 풍경은 서로 다르다. 바다부채길에서는 절벽과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가까이에서 지나고, 정동진에서는 백사장과 철길이 나란히 놓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인근에는 정동진 레일바이크도 있다. 철길을 따라 이동하며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바다부채길 트레킹 이후 정동진 일대를 둘러보는 일정과 연결하기 용이하다.
해안 트레킹 후엔 문화 여행… 하슬라아트월드부터 달빛아트쇼까지
강릉시가 제안한 9월 추천 코스에는 하슬라아트월드도 포함됐다. 정동진 인근 괘방산에 자리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실내 전시공간과 야외 조각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지명이다. 산비탈에 들어선 공간 곳곳에서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어 해안 바로 옆을 걷는 바다부채길과는 다른 높이에서 바다 풍경을 접하게 된다.
바다부채길과 정동진을 둘러본 뒤 하슬라아트월드까지 이동하면 강릉 남부권을 중심으로 낮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이후 저녁에는 죽헌동 생태저류지에서 열리는 달빛아트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달빛아트쇼는 9월 1일 강릉시민의 날에 맞춰 첫선을 보인다. 생태저류지 하중도에 설치된 지름 10m의 대형 LED 달 조형물을 활용해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별도의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달빛아트쇼가 열리는 죽헌동은 정동진 일대와 바로 인접해 있지는 않다. 강릉시의 추천 코스도 바다부채길과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를 차례로 둘러본 뒤 저녁에 도심 쪽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짜였다.
양쪽 끝에 정동진항·심곡항… 지역 먹거리도 풍성
바다부채길 양쪽 끝에는 각각 정동진항과 심곡항이 자리한다. 탐방로 출입구와 맞닿아 있어 트레킹 전후 주변을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정동진항에서는 가자미와 청어, 임연수어, 꽁치 등이 주요 수산물로 꼽힌다. 주변에는 건어물과 횟감을 취급하는 상가가 있으며 정동진역과 모래시계공원에서도 멀지 않다. 바다부채길을 정동 쪽에서 시작하거나 마친다면 해안 트레킹과 정동진 관광을 한 동선으로 묶을 수 있다.
반대편 심곡항에서는 가자미와 자연산 돌김 등이 대표 수산물이다. 마을과 바다부채길 출입구가 한데 모여 있어 심곡 쪽에서 탐방을 시작하거나 마친 뒤 어촌 주변을 둘러보기 좋다. 정동진항보다 규모가 작아 마을과 바닷가가 가까이 이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608/28/img_20260828164511_a861964a.webp)
남부 해안 탐방을 마치고 강릉 도심 쪽으로 이동하면 초당두부와 감자옹심이, 강릉 한과 등 지역 먹거리도 접할 수 있다. 초당동에는 두부 요리를 내는 음식점이 모여 있다. 초당두부는 콩을 갈아 만든 콩물에 간수를 넣어 굳히는 강릉의 대표 음식으로, 부드러운 순두부와 단단하게 굳힌 모두부 등으로 즐긴다.
감자옹심이는 강릉을 비롯한 강원 지역에서 오래 먹어온 음식이다. 생감자를 갈아 물기를 빼고 가라앉은 녹말과 감자 건더기를 다시 섞은 뒤 둥글게 빚어 국물에 넣어 끓인다.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선물용 먹거리로는 강릉 한과가 있다. 강릉 사천면 모래내 한과마을에서는 산자와 강정 등 전통 한과를 만들어 왔다. 찹쌀을 발효해 반죽하고 기름에 튀긴 뒤 조청과 고물을 입혀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