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덕에 20만 원 아꼈잖아!”… 아내 배달 앱 비번 시모에게 상납하라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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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에게 매주 생활 보고서 제출하는 사연자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한 여성이 남편의 강요로 매주 시어머니에게 부부의 가계 지출 내역과 상세 일정을 기록한 생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소비 습관을 억압하는 것을 넘어 영양 상태를 직접 관리하겠다며 배달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은 이러한 과도한 개입을 가문의 시스템이자 효율적인 관리라며 어머니를 옹호해 부부 갈등을 증폭시켰다.
전문가들은 부부의 경제권을 억압하는 과도한 감시가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서적 폭력에 해당하며 민법상 재판상 이혼 사유인 직계존속으로부터의 부당한 대우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주간 생활 보고서 강요와 시어머니의 사생활 개입
뉴스1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어머니께 매주 생활 보고서 제출하라는 남편, 제가 예민한 걸까요'라는 제목의 호소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인 며느리 A 씨에 따르면 남편은 평소 다정하고 성실했으나 어머니가 고수해 온 살림 방식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신뢰를 보였다.
시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가계부를 빈틈없이 작성하며 집안 경제를 엄격히 통제해 온 인물이다.
남편은 어머니의 방식을 가문의 시스템이라고 칭하며 신혼 생활에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초기에 A 씨는 부부가 함께 가계부를 작성하자는 권유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남편이 요구한 방식은 부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행위였다.
남편은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주간 지출 내역과 다음 주 상세 일정을 정리해 시어머니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할 것을 지시했다.
A 씨는 질색하며 거부했으나 서운해하는 남편의 압박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안을 수락했다.
배달 앱 비밀번호 요구와 남편의 동조
보고서 제출이 시작된 이후 시어머니의 억압적인 피드백이 매주 돌아왔다.
시어머니는 "이번 주에 배달 음식을 세 번이나 시켰더구나. 건강과 가계에 좋지 않다"라고 지적하거나 "화장품에 5만원 쓴 건 계획에 없던 지출 같은데 다음부터는 상의하렴"이라며 소비 습관을 간섭했다.
부부가 주말을 이용해 계획한 호텔 휴가 일정을 보고했을 때도 "그 돈이면 차라리 적금을 더 들어라"라고 훈수를 뒀다.
간섭에 지친 A 씨가 남편에게 보고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편은 "어머니가 틀린 말씀 하신 게 하나도 없지 않냐. 덕분에 이번 달에 20만원이나 더 아꼈는데 뭐가 문제냐"라며 A 씨를 몰아세웠다.
최근 시어머니는 부부가 어떤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영양 균형까지 관리하겠다며 배달 앱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진심으로 소름 돋고 숨 막힌다"라며 고통을 토로했다. 이어 "남편은 이걸 효율적인 케어라고 부르는데 저는 감시당하는 기분이라 미칠 것 같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남편을 힘들게 하는 건지 이제는 헷갈린다. 정말 너무 답답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정서 폭력에 대한 비판과 고부 갈등의 법적 쟁점
사연을 접한 대다수 누리꾼은 시댁의 요구가 성인 부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한마디로 정서 폭력이다", "현명한 소비 때문에 숨 막히는 삶을 살아야 하나", "과도한 개입이자 이혼 사유", "인생은 더하기 빼기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삶이 산수냐", "숨 막혀서 못살 것 같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현행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원인 중 제3호로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명시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 관계 유지를 강요하는 것이 가혹할 정도의 모욕과 학대를 의미한다.
배우자의 부모가 일상생활을 억압하고 감시를 가하는 정서적 폭력 역시 이 조항에 속한다.
통제가 원인이 돼 혼인이 파탄에 이를 경우 피해를 본 배우자는 이혼 청구와 함께 시어머니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폭력 유형은 정서적 압박 및 경제적 통제 등으로 교묘해지는 추세다.
지출 내역을 의심받고 일상을 통제당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주체성을 앗아가는 전형적인 폭력으로, 절약을 명분으로 내세우더라도 개인의 자율성을 박탈한다면 가정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