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 상원 표결 9월15일로 늦춰지자 CFTC·SEC가 독자 규정 마련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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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TC·SEC, 클래리티법 표류 속 암호화폐 규정 독자 추진
코인베이스는 관할권 충돌 해소를, CFTC는 예측시장 로드맵을 내놨다

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디지털자산시장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의회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규제 실무를 맡은 기관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악관 암호화폐 자문관 패트릭 위트(Patrick Witt)는 클래리티법이 통과되지 않아도 “기관들은 여전히 막대한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있다”며 “준비가 다 됐고, 언제든 나설 수 있으며, 많은 규정 제정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잇따라 암호화폐 관련 규정 초안과 로드맵을 내놓으며 입법 지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플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CFTC의 첫 혁신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를 “암호화폐의 올림픽 대표팀”이라고 평가했다. 클래리티법의 상원 표결을 좌우할 토론 종결(클로처) 표결은 9월15일(현지시각) 상원이 휴회를 마치고 복귀하는 날 예정돼 있다.
CFTC 혁신자문위, ‘올림픽 대표팀’이 모인 이유
갈링하우스는 나스닥(Nasdaq), 뉴욕증권거래소(NYSE), Cboe 글로벌마켓츠(Cboe Global Markets), 옵션클리어링코퍼레이션(Options Clearing Corporation), 예탁결제청산공사(DTCC) 등 전통 금융 대표주자들과 함께 CFTC 혁신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암호화폐 모임인데 트래드파이(TradFi·전통금융) 참석자가 정말 많았다”고 적으며, 참석자들이 “다른 시대에 맞춰 쓰인 규정은 소비자·기업·혁신 어느 쪽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CFTC 위원장 마이클 셀리그(Michael Selig), “의회 내 다수의 대담한 지도자들”의 역할을 평가하며, 2019년 의회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암호화폐 규제 명확화를 처음 주장한 이후 지금이 가장 명확성에 가까워진 시점이라고 밝혔다.
같은 주 SEC도 움직였다. SEC는 디지털자산 자금조달을 위한 첫 증권 프레임워크인 ‘레귤레이션 크립토 애셋(Regulation Crypto Assets)’을 제안했다. SEC 위원장 폴 애킨스(Paul Atkins)는 이 작업이 입법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목요일 트럼프 행정부의 윤리 조항 관련 제안이 민주당 반대표를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들며, 클래리티법이 9월 상원에서 60표를 확보할 가능성에 “꽤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CFTC, 예측시장에도 연방 표준 세운다
CFTC는 스포츠·정치 이벤트에 베팅하는 예측시장에 대해서도 영구적인 연방 규제 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셀리그 위원장은 지난주 열린 혁신자문위원회 회의에서 3단계 예측시장 의제를 제시했다. 이벤트 계약 중 강화된 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정의하고, 보고 요건을 현대화하며, 새로운 소비자 보호·시장 설계 기준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그는 “CFTC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시장에서 일어나는 혁신에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맵의 첫 축은 게임·전쟁·테러·암살·불법행위 관련 계약을 다루는 규정 40.11 개정이다. 상품거래법은 CFTC에 이런 계약을 금지할 재량을 주지만, ‘게임’ 등 핵심 용어의 정의나 판단 기준을 명시하지 않았다. 셀리그는 “그 결과 계약들이 임의적인 판단이나 정치적 편향에 따라 거부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지정계약시장(DCM)들은 어둠 속에서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축은 전액 담보된 이벤트 계약의 보고 규정 현대화, 세 번째 축은 DCM의 상장 기준과 소매 소비자 보호·상품 거버넌스·고객 인센티브 프로그램 규정 개정이다.
주(州) 정부와의 갈등도 여전하다. 네바다·미시간·워싱턴주는 스포츠 이벤트 계약을 도박으로 규정해 전면 또는 부분적 금지를 이끌어냈고, 뉴욕주는 거래량 기준 최대 예측시장인 칼시(Kalshi)를 겨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셀리그는 “많은 주가 연방법을 무력화하고 DCM에 주의 반도박법을 적용하려 한다”며 “계속해서 책임 있는 혁신과 합법적 파생상품을 지지하고, 법원에서 배타적 관할권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 테리 더피(Terry Duffy)는 2025년 1월 이후 약 2500건의 계약이 자기인증 방식으로 상장됐다며 일부 상품이 시세 조작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래프트킹스(DraftKings)·팬듀얼(FanDuel)·패너틱스(Fanatics) 경영진도 청문에서 통일된 소비자 보호 기준 도입을 촉구했다.
코인베이스 “관할권 겹치기 그만해달라”
코인베이스는 8월25일(현지시각) CFTC와 SEC에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두 기관이 ‘스왑’과 ‘증권 기반 스왑’의 정의를 어떻게 잡을지 물은 공동 의견수렴(RFC)에 대한 답변이다. 스콧 보게스(Scott Bauguess)와 줄리아 휴켈(Julia Hueckel) 명의로 제출된 서한의 핵심 주장은, 두 기관의 관할권이 겹치면서 생기는 불확실성 때문에 무기한 만기 없는 파생상품인 퍼페추얼(perpetual) 계약이 여전히 해외 거래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퍼페추얼 파생상품은 정해진 만기가 없는 선물 계약으로, 주기적인 펀딩 결제를 통해 계약 가격을 기초자산에 붙여둔 채 레버리지 포지션을 무기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CFTC는 디지털 상품과 연동된 퍼페추얼 계약이 상품선물에 해당한다고 이미 인정한 상태다. 문제는 상품과 증권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디지털자산을 기초로 한 계약을 어느 기관이 규제할지, 두 기관의 정의가 어긋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다.
코인베이스는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한 기관의 규제를 이미 받는 거래소가 다른 기관의 요건 일부를 별도 인프라 구축 없이 충족할 수 있게 하는 대체 준수 체계, 주식형 퍼페추얼 파생상품을 이미 존재하는 공동 규제 틀 안의 증권선물로 분류하는 것, 상품이 한 기관의 틀에 딱 맞지 않을 경우 CFTC나 SEC 규제 거래소 어느 쪽이든 증권 관련 이벤트 계약을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유연성 확보다. 코인베이스는 CFTC 등록 지정계약시장인 코인베이스 데리버티브스(Coinbase Derivatives, LLC), CFTC 등록 선물중개업자이자 전미선물협회(NFA) 회원인 코인베이스 파이낸셜마켓(Coinbase Financial Markets, Inc.), SEC 등록 브로커딜러이자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회원인 코인베이스 캐피털마켓(Coinbase Capital Markets Corp.) 등 두 기관 관할에 걸친 규제 대상 법인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파리야 시르자드(Faryar Shirzad) 코인베이스 최고정책책임자는 같은 날 성명에서 퍼페추얼 파생상품이 오랫동안 해외 암호화폐 거래량을 장악해온 만큼 미국 시장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회 늦어도 규제는 계속된다
클래리티법의 실제 통과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측시장 칼시에서 집계된 확률에 따르면 상원이 클래리티법 표결을 진행할 가능성은 2027년 10월1일 이전 기준 87%에 달한다. 다만 이는 표결 자체의 가능성이고, 법안이 실제 통과될 확률은 이보다 낮다. 같은 집계에서 법안 통과 확률은 10월1일 이전 8%, 11월1일 이전 16%, 12월1일 이전 18%, 1월1일 이전 23%로 나타났다. 확률이 60%까지 오르는 시점은 내년 7월로 예측되지만, 이마저도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
통과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윤리 조항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암호화폐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막는 강한 윤리 조항이 없는 한 법안 처리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투자은행 골드먼삭스(Goldman Sachs)가 최근 클래리티법 지지를 선언하며 월가의 힘을 보탰다.
법안이 표류하더라도 규제 공백이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SEC와 CFTC는 클래리티법이 정체될 경우 자체적으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고, 통화감독청(OCC)도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국법은행 인가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백악관 역시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기 위한 추가 조치를 시사한 바 있다. 코인베이스와 서클 인터넷그룹(Circle Internet Group)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브로커딜러 라이선스 등 월가와의 협업을 발판 삼아 클래리티법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