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9명 어떡하나... 현재 헬기조차 띄우기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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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교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최대한 빨리 헬기 띄워달라”
네팔 대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9명의 수색과 관련해 임상우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단장이 "내일 수색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28일(현지시각)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 단장은 이날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연락이 끊긴 9명에 대한 수색이 네팔 군 자산 등을 동원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수색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 단장은 외교부 재외국민보호·영사담당 정부대표를 맡고 있다.
신속대응팀은 이날 한국 측 헬기를 한 대도 띄우지 못했다. 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 한국남동발전은 사고 현장 수색·구조를 위해 헬기 6대를 임차한 상태다. 그러나 네팔 군 당국의 통제에 막혀 운항 허가를 받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추가 피해 가능성, 현지 군 당국의 지침 등을 이유로 들었다.
홍수 현장은 인근 도로가 유실돼 육로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실상 헬기 외에는 접근 수단이 없다는 것이 신속대응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속대응팀은 29일에도 헬기를 띄우기 위해 네팔 당국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네팔 당국은 27일에도 오전에는 헬기 운항을 불허했다가 오후 들어 일시적으로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군 당국은 헬기를 이용해 한국인 실종 추정 지점을 포함한 지역을 수색했다. 하지만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속대응팀은 연락 두절자들이 홍수 발생 당시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좌표를 표시한 도표와 지도를 앞서 네팔 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연락이 끊긴 한국인 9명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이들은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인근에서 홍수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홍수 당시 이들이 현지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업무를 맡고 있었던 만큼, 각자 담당 업무에 따라 동선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 신속대응팀의 판단이다. 어퍼트리슐리-1은 네팔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로 꼽힌다.
임 단장은 28일 네팔 군 당국과 외교부 등 고위 관계자, 한국 관련 주요 인사 등을 잇달아 면담했다. 네팔 측은 신속대응팀의 수색 지원 요청을 경청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로 현지에서 실종되거나 한때 고립됐던 한국인은 모두 19명이다. 이 가운데 연락 두절 상태인 9명을 제외한 10명은 안전 지역으로 이송됐다. 고립됐던 10명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숙소로 쓰이던 파워하우스에 몸을 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9명은 27일 네팔 군 헬기로 4차례에 걸쳐 안전 지역으로 옮겨졌다.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던 1명은 28일 헬기로 대피했는데, 이 인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소장이다. 그는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 빠져나오기 위해 현장에 잔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립 현장에는 네팔인 등 외국인 직원 200여명이 함께 대피해 있었다.

안전 지역으로 이송된 한국인 구조자들의 카트만두 이동과 귀국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들이 극한 상황을 겪은 만큼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자들은 현재 소속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신속대응팀은 이들의 구체적인 귀국 계획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가족들은 28일(한국시각)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 조속한 헬기 투입을 호소했다. 가족들은 사고 발생 후 48시간이 지났다며 이날을 골든타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가족은 "외교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최대한 빨리 헬기를 띄워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추가 수색·구조 지원을 위해 해외긴급구호대(KDRT) 파견도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는 네팔 측에 구호대 파견 의사를 전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중이다. 파견이 결정되면 군 수송기를 활용해 인력과 장비를 현지로 보낼 방침이다. 국방부는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지원을 결정했으며, 구체적인 투입 일정과 방식은 외교부와 조율하고 있다.
네팔과 중국 국경인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28일까지 양국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584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도 2500명에 육박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26일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이날까지 57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인근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 산사태로 숨진 사망자는 3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전날까지 362명이던 전체 사망자는 바그마티주 안팎에서 시신이 잇따라 수습되면서 하루 사이 200명 넘게 증가했다.

네팔의 실종자 수도 기존 977명에서 1924명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티베트에서 파악된 실종자 558명을 합친 전체 실종자는 2482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은 517명으로, 인도와 미국 등 30여개국 출신이다. 네팔 정부 집계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실종자까지 고려하면 최종 인명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여러 나라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다만 네팔 외교부는 국제적인 재정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수색·구조 작전과 관련해서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사실상 거절했다. 로크 바하두르 체트리 네팔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나라들의 지원 제안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국 보안 기관이 수색과 구조를 수행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그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체트리 대변인은 네팔 보안군의 구조 역량이 충분하다며 전문적 도움이나 지식이 필요하면 그때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 포스트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미국, 영국, 일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가 자국 수색·구조팀의 참여 허용을 네팔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네팔 군 당국은 침수된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터널 내부에 갇힌 100여명에 대한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발전소는 연락이 두절된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 노동자들이 건설하던 시설이다. 사고 현장을 뒤덮은 두꺼운 진흙층 탓에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라자 람 바스넷 네팔군 대변인은 헬기 2대를 투입했지만 터널 입구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네팔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악천후 속에서도 터널에 갇혀 있던 노동자와 지역 주민 350여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여전히 터널에 갇힌 100여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팔 구조 당국은 28일 오후까지 보안요원 1만4800여명을 투입해 홍수 피해 지역에서 374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이들 가운데 121명은 외국인이다. 당국은 헬기를 이용해 3253명을 대피시켰으며, 생존자 중 부상자는 카트만두와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수색·구조 작업은 '2차 홍수' 우려로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 상류에서 토석류로 형성된 이른바 '자연댐 호수'가 범람하면서 네팔과 중국 양쪽 모두 작업을 멈췄다. 네팔 재난 당국 관계자는 26일 대규모 토석류가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룽 통상구 상류를 덮친 뒤 형성된 호수 2곳 중 1곳이 범람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하류 지역에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하고 헬기도 배치해 수위를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 단체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의 데이비드 피셔 네팔 주재 대표단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소 9만3000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피셔 단장은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며 2차 홍수도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홍수는 예측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질학자들을 인용해 이번 돌발 홍수가 고지대 산사태와 빙하 붕괴로 엄청난 양의 물이 터져 나오면서 발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빙하 위험에 대한 감시와 조기경보 체계는 대부분 빙하호 수위 관찰 등 특정 위험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붕괴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사건을 예측하려면 감시 범위가 넓어야 하고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에런 후드 알래스카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감시 방식 개선책으로 지진 활동 측정과 원격탐사 기술을 활용한 3차원 영상 구축을 제시했다. 후드 교수는 히말라야가 매우 외진 곳이어서 드론이나 헬리콥터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악 지역을 감시하는 한 정부간 기구가 2020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에는 빙하호가 2070개 있으며, 이 가운데 21개가 고위험으로 분류돼 있다.
네팔에는 홍수경보 체계가 있지만 통상적인 하천·호수 수위계망에 의존한다. 이런 체계는 비교적 완만한 수위 상승을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산 일부가 갑자기 붕괴해 급류를 일으키는 이번 같은 경우는 설계 범위 밖의 사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의 수실 쿠마르 슈레스타는 경보체계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홍수가 너무 빠르게 전개돼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앨턴 바이어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빙하위험 전문가는 실시간 감시에 따른 경보가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해 당국이 다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어스 전문가는 홍수로 토사가 쌓여 생긴 평야인 범람원에는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피 경로를 개발해 분명하게 표시하는 등 재난 대응책을 주민들에게 숙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