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 돌린 듯... "내 나라가 어찌 이렇게 흘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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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직격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일까.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경찰의 선거비용 수사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더니 급기야 "나라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며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린 글을 보면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이 대통령과 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단계로 접어든 모습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홍 전 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서 "나라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라면서 "검찰을 해체하고 충복 수사기관들을 만들고 있고, 베네수엘라 차베스처럼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내 나라가 어찌 이렇게..."

그는 "헌법에 보장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마저 형해화시키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도 장악했고 국회도 이미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형해화란 알맹이는 빠진 채 형식만 덩그러니 남고 본래의 가치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뜻한다.

홍 전 시장은 "야당은 대여투쟁보다 구태 기득권층들이 자기만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고 아무도 제대로 정권투쟁을 하는 사람이 없다"라며 "무지층 보수들은 갈갈이 흩어져 서로 반목하며 날을 지새우고 있고 파괴와 해체가 개혁으로 포장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아아, 내 나라가 어찌 이렇게 흘러가는가"라며 "서로 합심해 온 힘을 다해도 어려운 이런 국제 환경에 정말 이럴 때인가"라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발언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특검에 넘겼던 홍 전 시장 및 측근들이 연루된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홍 전 시장과 관련된 또 다른 범죄 의혹을 포착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발언, 왜 이렇게 험악해졌나

수사의 출발점이 된 사건은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과 2022년 홍 전 시장의 복당과 대구시장 당선 등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수천만원을 측근 3명이 대신 냈다는 의혹이다. 측근들이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 수만 명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명 씨 측에 제공해 비공개 여론조사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지난해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지만 김건희특검팀 요청에 따라 사건 기록을 국가수사본부에 보내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이후 특검 단계에서 큰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건은 다시 경찰로 돌아왔다.

경찰은 현재 고발인과 참고인 등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정당한 절차를 밟으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경찰이 새롭게 들여다보는 의혹을 가공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2021년 10월 대선 경선 자금과 2022년 3월 대구시장 경선 자금 수사를 뜬금없이 지금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왜 있지도 않은 가공거래 혐의를 뒤집어씌워 수사를 하고 있는가"라며 "나를 아수라판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자금이 이미 선관위 현장 실사를 거쳐 인증되고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있지도 않은 가공거래를 했다고 내 자원봉사자들과 회계 책임자를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까지 하면서 벌써 몇 달째 억지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죄가 있다면 내가 있는 것이지 나를 도와준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그 사람들은 죄가 없다"라면서 "그 사람들은 이제 그만 닦달하고 나를 부르라. 나를 부르면 그 수사가 왜 허상을 좇는 수사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2021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예비후보 공보물·디자인 용역비 8662만원을 허위로 지출했다는 의혹을 두고 "예비후보 공보물도 없이 선거했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하냐"고 반박했다. 영상 제작·편집비 5500만원을 허위 지출했다는 의혹에도 "공짜로 영상 제작을 해줄 업체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예비후보 사무실 집기 렌탈비와 회계 보조 인건비, 문자 충전 비용, 대구시장 선거사무실 인테리어·집기 렌탈비 등에 대해서도 실제 선거 과정에서 필요한 지출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을 두고선 "한동훈식 먼지털이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선관위 실사 조사를 먼저 하고, 그다음 기재된 업체를 조사한 후 가공거래 혐의를 잡았을 때 하는 것"이라며 수사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를 잡아가라. 애꿎은 자원봉사자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홍준표 "언제든지 나를 불러 수사하라"

홍 전 시장은 25일 올린 글에선 그는 "나는 명태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만난 일도 없고 내 모든 선거에 그를 관여시킨 일이 일절 없다"라면서 명 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한 정치 지망생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 어울리면서 명태균을 통해 정치판 진입을 노리다가 실패한 사건"이라며 "명태균 관련 여론조사 사건을 수사하다가 나오는 게 없으니 또 다른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함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을 테니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적법절차를 지키라. 나는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어수룩하지 않다. 언제든지 나를 불러 수사하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홍준표 전 대구시장 / 뉴스1

홍 전 시장은 변호사 등록을 다시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변론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전개될 경찰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등록을 다시 해야겠다"며 "재야 변호사라도 등록하고 경찰의 야만적인 행태를 감시해야겠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홍 전 시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는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통합 행보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과 홍 전 시장은 지난 4월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고, 홍 전 시장은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한 정부 지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한 조치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만남을 "막걸리 한잔하는 환담 자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홍 전 시장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경선 결과에 불복해 정계 은퇴와 탈당을 선언하자 "홍 선배님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좌우 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라면서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홍 전 시장은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호평을 함께 내놨다. 그는 "밑바닥에서 자라 오늘의 성공을 이룬 대통령을 나는 좋아한다"면서도 "부디 신중하고 자중하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은 집권 1년 후부터 평가하겠다고 정권 초기에 말씀드린 바 있다. 이제 그 1년이 지나 본격적으로 평가받을 때가 왔다"라고 말한 뒤 검찰 수사권과 국방·부동산 정책 등을 거론하며 "개혁과 파괴를 분간하지 못하고 기존 질서 파괴를 개혁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