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500m 안에 4곳… 중국 밀크티, 커피공화국 한국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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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미쉐부터 프리미엄 차지까지, 중국 티 브랜드의 한국 침략

서울 강남역 인근 500m 반경 안에 중국계 티 브랜드 매장이 네 곳이나 몰려 있다. 이 일대는 이제 중화권 밀크티 브랜드들의 격전지로 불린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중국계 티 브랜드들이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강남과 건대, 명동 등 주요 상권에 잇따라 매장을 열고 있다.

중국티 브랜드 매장에 손님들이 줄지어 있다. / 연합뉴스
중국티 브랜드 매장에 손님들이 줄지어 있다. / 연합뉴스

오픈런 열기, 지점 늘어도 그대로

국내 진출 초기 오픈런과 긴 대기 행렬로 화제를 모았던 브랜드들은 지점을 늘린 뒤에도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오전 강남역 인근의 한 중국계 티 브랜드 매장에는 평일 낮 시간대에도 젊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대의 한 매장은 만석 상태가 계속되면서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15~20분에 한 팀꼴로 나올 정도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상권에서도 매장마다 대기 줄이 이어졌고, 매장 간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관광객도 다수 눈에 띄었다.

미쉐부터 차지까지…4년 새 줄줄이 상륙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티 브랜드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곳은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미쉐(蜜雪冰城)'다. 중국 현지에서만 4만 8000여 개, 해외 4700여 개 등 전 세계 5만 3000여 개 매장을 운영해 매장 수 기준으로 전 세계 스타벅스를 넘어선 브랜드다. 지난 2022년 한국에 들어와 홍대와 건대, 성균관대 등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1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밀크티 자료사진 / Ika Rahma H-shutterstock.com
밀크티 자료사진 / Ika Rahma H-shutterstock.com

이어 2024년에는 '헤이티(喜茶)'와 '차백도(茶百道)'가 잇따라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헤이티는 치즈폼과 과일주스를 결합한 음료로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브랜드로, 강남과 가로수길 등에 5개 매장을 냈다. 압구정점 오픈 당시에는 기록적인 대기 행렬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차백도는 냉동 과일 대신 생과일을 현장에서 직접 손질해 넣는 방식으로 입소문을 탔고, 강남과 명동 등 핵심 상권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20여 개 매장까지 몸집을 불렸다.

가장 최근 합류한 곳은 '차지(CHAGEE·패왕차희)'다. 전 세계 약 70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 3대 밀크티 브랜드로 꼽히는 이 업체는 지난 4월 30일 강남과 용산, 신촌 세 곳에 매장을 동시에 열며 한국 시장에 공식 상륙했다. 강남대로 오퍼스 407에 들어선 강남 플래그십 매장은 '모던 티 하우스'를 콘셉트로 티 바와 좌석을 갖춘 대형 매장으로 꾸며졌다. 이 매장에서 약 500m 거리 안에는 차백도 강남 1·2호점과 헤이티 강남점, 국내 밀크티 1위 브랜드인 공차 매장까지 몰려 있어 강남역 일대가 브랜드 간 격전지로 떠올랐다.

왜 지금 한국인가…중국 내수 시장 포화가 배경

중국계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행을 택하는 배경에는 자국 시장의 경쟁 과열이 있다. 중국체인경영협회(CCFA)와 메이퇀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내 신차음(新茶飮·새로운 형태의 차 음료) 매장은 2024년 기준 약 51만 5000개로, 2020년보다 36% 늘었다. 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난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문을 닫는 매장 역시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늠하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대는 브랜드별로 차이가 크다. 미쉐는 2000~3000원대의 초저가 전략을 쓰는 반면, 헤이티나 차백도 같은 브랜드는 6000~7000원대로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급속한 확장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지난 1월 차지 매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점원이 맨손으로 레몬을 짜고 밀크티를 젓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고, 음료 주문 취소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 운영 방식을 두고도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 "마라탕·탕후루가 심리적 장벽 낮췄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층의 수요와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선 중국 식음료 기업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새로운 맛과 메뉴를 경험하고 이를 SNS에서 공유하려는 경험 소비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서 마라탕이나 탕후루가 먼저 유행하면서 중국에서 유래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젊은 층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려면 결국 맛과 품질,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미쉐를 시작으로 헤이티, 차백도에 이어 차지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강남과 홍대, 신촌, 복합몰을 중심으로 한 티 베이스 프리미엄 밀크티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테이크아웃 음료를 파는 것을 넘어 티 바와 좌석, 굿즈까지 함께 즐기는 공간 경험을 앞세우는 브랜드가 늘면서, 커피 중심이었던 국내 카페 시장의 지형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