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신임 연준 의장, 첫 잭슨홀 연설서 매파 발언…9월 금리인상 확률 60%로 급등
작성일
워시 연준 의장 매파 발언에 비트코인 급락, 9월 금리인상 확률 60%로 급등
4억8,000만달러대 청산 발생, 8일 이어진 ETF 순유입 행진도 멈췄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현지시각 금요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레이크 로지(Jackson Lake Lodge)에서 취임 후 첫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했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매파적 메시지를 던졌다. 연설 직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상 확률이 급등했고,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3~4% 급락했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집계로는 4억8,000만달러대 강제청산이 발생하며 8거래일 연속 이어지던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순유입 행진도 멈췄다.
매파적 톤, 무엇이 담겼나
워시 의장은 준비된 연설문에서 “올여름 지표는 예상보다 나았지만, 근원 물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의 2%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목표를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현재 금융 여건에 대한 평가도 바뀌었다. 워시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금융 여건을 “전반적으로 제약적이지 않다”고 표현했다.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고르지 않다(uneven)고”고 했던 것보다 한층 매파적인 표현이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7월 기준 3.3%로 넉 달째 움직이지 않았고, 전체 PCE는 전년 대비 3.7%, 최근 6개월 연율 기준으로는 4.1%까지 올라 있다고 워시 의장은 연설문에서 밝혔다.
취임 100일째를 맞은 워시 의장은 이날도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저는 결정이 아니라 원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히러 왔다”며 시장이 다음 매매 신호를 연준에서 찾기보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70여개국에서 모인 중앙은행 관계자·경제학자·정책결정자 약 120명 앞에서 “선제안내(forward guidance)는 국제금융위기 당시 꼭 필요해 도입했지만, 이제는 그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9월 FOMC,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 도구 기준으로 9월 금리인상 확률은 연설 전 35% 안팎에서 연설 후 55~60%대로 뛰었다. 테크타임스(Techtimes)와 비트겟(Bitget)은 로이터를 인용해 확률이 약 60%까지 올랐다고 전했고, 디크립트(Decrypt)는 같은 지표가 35.4%에서 55.7%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국채 금리도 반응했다. 2년물 금리는 9bp(basis point) 올라 4.32%로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은 4bp 미만 상승한 4.71%, 30년물은 5.19%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이른바 ‘베어 플래트너(bear flattener)’ 패턴이다.
9월 15~16일로 예정된 FOMC 회의를 앞두고 8월 고용지표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먼저 발표된다. 지난 7월 29일 회의에서는 클리블랜드 연은 베스 해맥(Beth Hammack), 미니애폴리스 연은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댈러스 연은 로리 로건(Lorie Logan) 등 지역 연은 총재 3명이 즉시 금리인상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전체 위원회는 9대 3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 본인도 지표가 뒷받침되면 9월에 인상할 준비가 있다는 뜻을 사전에 내비쳤다고 앞선 보도는 전했다.
ETF 시대의 비트코인, 왜 연설 한 번에 흔들렸나
비트코인은 전날 밤 8만1,280~8만1,455달러 사이 고점을 찍은 뒤 연설 이후 7만6,877~7만6,909달러까지 밀렸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7만7,557달러로 마감해 3.39% 하락했다.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는 별도로 비트스탬프(Bitstamp) 기준 7만8,442달러까지 밀려 약 1% 내렸다고 전했다.
코인글래스 집계로 청산 규모는 매체별로 4억8,100만~4억8,800만달러(약 6,628억~6,725억원)로 나왔다. 테크타임스는 9만7,691명의 트레이더가 영향을 받았고 워시 의장의 발언 후 1시간 안에만 2억달러 넘는 포지션이 정리됐다고 전했다. 롱(매수) 포지션에서만 3억6,000만달러(약 4,961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민감한 반응은 현물 ETF 구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가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같은 현물 ETF 지분을 환매하면,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나 시타델(Citadel) 같은 지정참가회사(authorized participant)가 그 지분을 펀드에 반환한다. 펀드는 이를 위해 커스터디언에 비트코인 현물 매도를 지시해 환매 대금을 마련한다. ETF에서 자금이 빠질 때마다 실제 비트코인 현물 가격에 매도 압력이 걸리는 구조다. 이번 연설 전까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8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해 총 28억달러(약 3조8,584억원)가 들어왔다. 이는 4월 이후 최장 순유입 행진이었고, 비트코인은 자산 규모 1,000억달러(약 137조8,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장기 낙관론
단기 충격에도 장기 베팅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예측시장 미리어드(Myriad)의 ‘비트코인 다음 움직임’ 마켓에서는 8만4,000달러 도달에 77%, 5만5,000달러 하락에 23%가 걸려 있다. 2월 말부터 열린 이 마켓에는 23만1,000달러가 걸렸고, 8만4,000달러 쪽 확률은 이번 달 31.7%포인트 뛰어 77%까지 올라간 뒤 이번 급락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가격을 지지하는 다른 축은 재무부다. 재무부는 9월 9일부터 장기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6월 이후 수요가 약했던 장기채 시장을 지지하는 조치다. 장기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며 이달 비트코인을 6만2,000달러대에서 8만달러대로 밀어올린 이른바 ‘화폐 가치 하락 거래(debasement trade)’를 되살렸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은 워시 의장이 선제안내를 접으면서 개별 지표 발표마다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는 전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비트코인이 이번 달 26.35% 오르며 코인글래스 기준 2017년 이후 최고의 8월 성과를 기록 중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