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관련 질문...이재용·최태원 '청문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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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호남 반도체 부지 선정 과정 증인석에 서나
4월 신중론에서 6월 투자 확정까지, 정부-기업 협의 과정 조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청문회를 추진한다.
핵심 쟁점은 광주·전남 지역이 반도체 투자 부지로 결정된 과정과 정부가 기업에 후보지를 제안한 경위다.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 산자위원장은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각각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내용이 서로 다른 만큼 두 회장을 한 청문회에 함께 출석시키기보다 별도의 일정으로 부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호남 반도체 투자가 짧은 기간에 빠르게 구체화된 과정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한중의원연맹 주최로 열린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정책 세미나에 참석했다. 당시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전남에 전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공장 설립 의향을 묻자 최 회장은 “전기가 있는 곳에 가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거기에 꼭 반도체 공장이 가야 한다고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투자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6월 말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공개했고, 광주 군공항 부지가 핵심 후보지로 떠올랐다.
특히 부지 결정 속도가 빨랐다. 정부는 7월 6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군공항 부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합뉴스는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부지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후 광주 군공항 부지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우선 지정했다. 후보지 규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수요를 고려해 정해졌으며, 정부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연구기관 등이 모이는 산업 생태계와 주거·교육·문화·교통 기능을 갖춘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에 어떤 부지를 제시했고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최종 입지를 결정했는지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호남 입지를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기업은 부지가 필요했고 필요한 부지에 대해서 정부가 제안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광주를 포함해 여러 후보지를 제안했고 기업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당시 김 장관은 광주 이외에 정부가 제안한 후보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 부분을 포함해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생산시설 입지를 결정할 때는 단순히 넓은 부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고,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초순수 등 용수 확보도 중요하다. 주변에 협력업체와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는 것도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가 거론된 것도 이런 인프라와 개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에 따라 확보되는 대규모 부지를 활용할 수 있고, 산업단지와 주거·생활 인프라를 함께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후보지의 특징으로 꼽힌다.
정부는 호남권 국가산단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수요를 기반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향후 기업·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국가산단 규모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호남 지역의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광주와 전남 장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6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시 후보지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장성 등이 언급됐으며, 광주는 군공항 이전 부지 활용 가능성과 기존 후공정 산업 기반 등이 거론됐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에서 만들어진 반도체 칩을 실제 전자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외부 연결 구조를 만들고 보호하는 후공정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호남권 투자 구상은 단순히 공장 하나를 짓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생산시설과 함께 소재·부품·장비 기업, 연구기관 등을 모아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 내 일자리와 정주 여건까지 연계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외에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등이 포함돼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호남 반도체와 AIDC 인프라 관련 사업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방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기업의 실제 투자 의사와 정부 정책 사이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특히 최 회장이 4월 국회에서 호남 반도체 공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뒤 6월 이후 투자 계획이 구체화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반도체 부지 선정에는 통상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최 회장이 4월 당시 호남 투자를 부정하거나 투자하지 않겠다고 확정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당시 발언 역시 전력 공급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면서 호남에 반도체 공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청문회가 열리면 기업 총수들에게 실제 투자 검토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부와 기업이 어떤 후보지를 놓고 협의했는지, 최종 부지 선정 과정에서 어떤 조건이 고려됐는지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회장에게는 삼성전자의 호남 투자 계획과 부지 선정 과정이 주요 질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에게는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 검토 과정과 4월 발언 이후 투자 계획이 구체화된 배경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청문회 개최와 증인 출석은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일반적인 현안 청문회를 열려면 상임위원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 협의가 관건이다. 현재 여당이 청문회 추진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제 개최 여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청문회가 여당 반대로 무산될 경우 다른 방식의 청문회나 향후 국정감사에서 관련 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안 심사 과정과 연계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역시 변수가 남아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호남권 반도체 투자의 필요성 자체보다 기업의 투자 결정 과정과 정부의 역할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에 필요한 부지를 제안했고 최종 결정은 기업이 내렸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지 제안과 투자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은 현재 후보지 지정과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단계다. 향후 실제 투자 규모와 생산시설 종류, 착공 시점, 기업별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이 확정되면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