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위한 거라는데...오히려 신청자 급감한 '대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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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 기준 무너졌다, 서민 주거비 지원 정책의 한계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이용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혼부부 전용 대출은 서울 전셋값이 지원 기준을 넘어선 영향으로 이용 건수가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12만495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21만5833건과 비교하면 42.1% 감소한 규모다.
대출금액 역시 줄었다. 2024년 24조7902억원이었던 신규 대출액은 지난해 13조5041억원으로 45.5% 감소했다.
서울에서는 감소 폭이 더 컸다. 서울 지역 신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2024년 7만328건에서 지난해 3만9057건으로 44.5% 줄었다.
신혼부부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신규 이용 건수는 2023년 3만3149건에서 2024년 2만8262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4196건까지 떨어졌다. 2년 사이 57.2% 감소했다.
문제는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줄어서만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과 전셋값이 대출 지원 기준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세입자가 제도에서 제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버팀목 전세대출은 어떤 제도인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무주택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등의 전세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일반적인 전세대출과 가장 큰 차이는 정책적으로 정해진 소득과 자산, 주택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릴 때는 개인의 소득과 신용도, 보증기관의 보증 여부 등에 따라 대출 조건이 결정된다. 반면 버팀목 대출은 정부가 정한 지원 대상에 해당해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셋값이 아무리 높아져도 일정 금액을 넘어서는 주택에 대해서는 버팀목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제도상 일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대상 주택은 수도권의 경우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2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신혼부부 전용 상품은 기준이 조금 높다. 수도권은 4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3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신생아 특례 전세대출은 수도권 5억원 이하, 비수도권 4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즉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이 4억원을 넘는 집에 거주하려는 신혼부부라면 소득이나 자산 등 다른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여기서 서울 전셋값 상승이 문제가 된다.

서울 중위 전셋값, 신혼부부 대출 기준 넘어섰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택 중위 전세가격은 2024년 1월 3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12월 4억667만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8월에는 4억2500만원까지 올랐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으로 주택을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하는 가격이다. 평균가격과 달리 일부 초고가 주택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을 파악할 때 활용된다.
서울의 중위 전셋값이 4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히 비싼 일부 주택만 대출 기준에서 제외되는 상황과는 다르다.
시장에 형성된 전세가격 자체가 정책금융의 대상 기준과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이 크다.
결혼을 앞둔 부부가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려고 할 때 보증금이 4억원을 넘는 주택을 선택하면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대출 기준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4억원이라는 보증금 상한이 일정 수준의 주택을 포괄할 수 있었더라도 전셋값이 상승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원 기준은 그대로인데 주택 가격만 올라가면 정책금융의 실질적인 적용 범위가 좁아진다.
결국 무주택자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사람들이 오히려 정책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기준금리 오르면 전세대출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금리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 27일 3.00%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정책금리다.
기준금리가 움직이면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과 대출금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대출금리는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준금리 변화가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전세는 월세처럼 매달 일정한 임대료를 내는 대신 목돈인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이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면 세입자는 대출에 따른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2억원을 연 3% 금리로 빌리면 단순 계산상 1년에 6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금리가 1%포인트 높아져 연 4%가 되면 연간 이자는 8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출금액이 커질수록 금리 변화가 가계 지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특히 신혼부부처럼 결혼과 동시에 주거비와 생활비, 가구 구입비 등 여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구에는 전세자금 대출이자가 고정적인 지출로 작용할 수 있다.
버팀목 대출은 일반적인 금융권 전세대출보다 정책적으로 낮은 금리의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자체가 줄어들면 세입자는 결국 다른 금융상품을 찾아야 한다.

대출 기준과 실제 주택시장 사이의 간극
이번 통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대출 이용자가 줄었다’는 숫자가 아니다.
정책금융은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 시장보다 유리한 금융조건을 제공한다. 문제는 주택시장의 가격이 정책이 설정한 기준보다 빠르게 움직일 경우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전세자금을 지원하면서 대상 주택의 보증금 상한을 4억원으로 정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시 시장에서 3억원이나 3억5000만원 수준의 전셋집이 충분했다면 4억원이라는 기준은 상당수 주택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전셋값이 계속 상승해 4억원을 넘는 주택이 많아지면 같은 4억원이라는 기준의 의미가 달라진다.
지원 대상자의 소득이나 자산 조건이 그대로여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범위가 좁아진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에서는 대출금리뿐 아니라 ‘어떤 주택까지 지원할 것인가’라는 보증금 기준도 중요하다.
대출 한도를 높이는 것과 대상 주택의 가격 기준을 조정하는 것도 서로 다른 문제다.
대출 한도는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의미하지만, 대상 주택 기준은 아예 정책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주택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처럼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후자의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준을 올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대출 대상 주택의 보증금 기준을 무조건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정책금융은 정부 재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확대할수록 필요한 재원과 보증 규모도 커질 수 있다.
또 소득과 자산이 높은 가구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경우 정책금융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제도 기준을 현실화하려면 단순히 보증금 상한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주택가격, 가구소득, 자산 수준, 대출금리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차이가 큰 상황에서는 전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버팀목 대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상 보증금 기준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신혼부부 전용 상품 역시 수도권 4억원, 비수도권 3억원으로 차이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