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돼도 '국회의원직' 안 내려놓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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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정치권 관행 깨고 '겸직' 선택한 이유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국회의원직은 내려놓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30일 한국경제 단독보도다.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도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함께 맡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그동안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에 발탁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주목된다.
기본소득당 차기 당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오준호 후보는 30일 한국경제신문에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은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하다”며 “용 의원이 입각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용 후보자가 장관이 된 뒤에도 국회에 자신의 의석을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의미다.

먼저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보면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은 입법기관의 구성원이다. 법을 만들고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살피며 국가 예산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에서 특정 부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되면 해당 부처의 정책과 업무를 책임지고 국무회의에도 참석한다. 반면 국회의원으로서는 국회에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심사하고 정부를 상대로 질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국회의원과 장관은 원래 서로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자리다. 그런데 우리 법에서는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함께 맡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다고 해서 국회의원직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다면 두 직책을 함께 맡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법적으로 가능한가’가 아니라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을 사퇴해온 정치권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용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국회의원이 됐는지를 보면 이번 결정이 왜 더 주목받는지 이해하기 쉽다.
국회의원은 크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뉜다.
지역구 의원은 서울 어느 지역, 부산 어느 지역처럼 특정 지역을 정해 그 지역 유권자들이 직접 뽑는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특정 지역의 대표로 뽑히는 방식이 아니다.
유권자는 총선에서 정당에도 표를 준다. 각 정당이 받은 비례대표 정당 득표 등을 기준으로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되고, 각 정당이 미리 정해놓은 후보자 순서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지역구 의원은 “이 지역을 대표할 사람을 뽑는 선거”에 가깝고, 비례대표는 “이 정당을 국회에서 대표할 사람을 뽑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차이는 의원이 중간에 그만둘 때 중요해진다.
지역구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 자리가 비게 된다. 그러면 다음 선거를 기다리지 않고 보궐선거를 실시해 새로운 의원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는 방식이 다르다.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잃거나 사퇴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가운데 다음 순위에 있는 사람이 의원직을 이어받는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이 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하면 그 의석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기본소득당의 원내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기본소득당의 국회의원은 용 후보자 한 명이다. 즉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에서 국회 의석을 가지고 활동하는 의원이 바뀌게 된다.
용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의원직을 이어받게 될 인물로는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비례대표 의석은 당이 선거 당시 제출한 후보자 명부 순서 등에 따라 승계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유지하면 기본소득당의 현재 국회 의석과 원내 활동의 중심이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서 ‘원내’라는 말도 쉽게 풀면 국회 안에서 활동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내 정당’이라고 하면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정당을 말한다.
기본소득당 입장에서는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정부에 장관을 보내면서 동시에 국회에서도 기존 의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한데도 왜 비례대표 의원들은 장관이 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해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국회와 정부에서 동시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과 예산을 심사하고 장관에게 정책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반면 장관은 바로 그 정부의 구성원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보좌하면서 자신이 맡은 부처의 정책을 추진한다.
따라서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면서 동시에 장관이면 국회를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과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함께 맡게 된다.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역할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에 임명될 때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행은 이런 점과도 관련이 있다. 장관 업무에 집중하고 국회에서는 다음 비례대표 후보자가 의원직을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것이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이 되면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용 후보자는 바로 이 부분을 선택한 셈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겸직을 이용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용 후보자가 아직 장관이 된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의 자질과 경력, 재산, 납세, 병역, 각종 논란 등을 확인한다. 장관이 실제로 해당 부처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다만 장관은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직위는 아니다. 대통령은 인사청문 절차가 끝난 뒤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이전까지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에 임명될 경우 그동안 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음 후보자에게 의석을 넘기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용 후보자는 이 관행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