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 크립토거래 94%가 스테이블코인, 인플레 둔화해도 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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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페소 크립토 거래 94%가 스테이블코인, a16z 보고서 공개
인플레 25.5%→2.1%로 진정돼도 사용은 줄지 않고 습관으로 자리매김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글로벌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크립토 투자 부문 a16z crypto가 8월 30일(현지시각) 낸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 페소로 이뤄지는 크립토 거래의 94%가 스테이블코인에 몰린다는 분석을 내놨다. 데이터 제공업체 아르테미스(Artemis)가 집계하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보고서는 아르헨티나인 5명 중 1명이 크립토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채택률이라고 밝혔다. 페소로 크립토를 산다는 것은 곧 달러를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진단이다. 이 내용은 우 블록체인(Wu Blockchain)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뒤에도 스테이블코인 사용은 줄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경: 페소 불신은 크립토보다 오래됐다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아르헨티나 정부는 은행 예금을 동결하고 대통령령 214/2002호를 통해 달러 표시 예금과 대출을 강제로 페소로 전환했다. 달러 페그(고정환율)가 깨진 뒤 환율은 1페소당 1달러에서 거의 1달러당 4페소까지 떨어졌고, 페소의 달러 가치는 약 4분의 3이 증발했다. 이 위기가 페소에 대한 불신을 깊게 만들었고, 매트리스 밑이나 금고에 현금 달러를 보관하는 습관을 굳혔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정부가 2019년 외환 통제(캐피털 컨트롤)를 재도입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몇 달 만에 정부는 개인의 공식 달러 구매를 월 200달러로 제한했고, 추가 자격 요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은 공식 시장을 거치지 않고 달러를 보유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핵심 수치: 94%, 5명 중 1명, 앱 다운로드 93% 증가 / AI 생성 이미지
핵심 수치: 94%, 5명 중 1명, 앱 다운로드 93% 증가 / AI 생성 이미지

핵심 수치: 94%, 5명 중 1명, 앱 다운로드 93%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페소 기반 크립토 거래액의 94%가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간다. 아르테미스가 추적하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스테이블코인 비중이다. 아르헨티나인 5명 중 1명이 크립토 자산을 사용하고 있고, 2024년 한 해 아르헨티나 상위 15개 크립토 앱의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93% 늘며 거의 두 배로 뛰었다.

급여 지급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고 있다. 160개국 이상에서 급여 처리를 지원하는 a16z 포트폴리오 기업 딜(Deel)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월 아르헨티나의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이 289%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USDC로 급여를 받는 아르헨티나 계약직 근로자의 비중도 함께 늘었다. 두 지표는 모두 2024년 1월을 기준으로 지수화해 비교됐다. 한동안 두 지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스테이블코인 사용 증가율도 함께 낮아졌다. 2026년 7월 기준 두 지표 모두 각자 정점의 약 5분의 1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위기가 진정돼도 줄지 않는 이유

2023년 아르헨티나의 자본 통제로 공식 환율과 비공식(병행) 환율 간 격차가 100%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통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부상했다. 아르헨티나가 2025년 4월 개인의 달러 구매 제한을 대부분 해제한 이후 두 환율은 상당 부분 수렴했다. 2026년 8월 28일(현지시각) 기준 스테이블코인으로 접근하는 디지털 달러 가격은 공식 시장에서 사는 달러보다 약 4% 비싼 수준이다.

월간 인플레이션은 한때 25.5%까지 치솟았다가 2.1%까지 떨어졌다. 애초 많은 아르헨티나인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끌었던 압박이 완화됐다면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급여 지급용 사용은 사라지지 않고 일정 수준에서 유지됐고, 아르헨티나 최대 크립토 지갑 중 하나인 레몬(Lemon)의 다운로드 수는 월간 인플레이션이 25.5%에서 2.1%로 떨어지는 동안에도 분기마다 계속 늘었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이런 흐름에 대해 아르헨티나가 디지털 달러 위에 사실상 병행 금융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라는 그림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글로벌 크립토 업계에 주는 신호

94%라는 수치는 크립토 사용과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거의 완전히 겹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비롯한 투기적 자산이 크립토 거래를 주도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투기적 거래 비중이 미미하다.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USDC나 테더(Tether)가 발행하는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입장에서 아르헨티나는 상승장이나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실제 사용 사례에 기반한 자연 성장 시장인 셈이다. 계약직 근로자가 급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받고 저축 수단으로 쓰는 행위는 시장이 침체돼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수요를 만든다는 게 크립토브리핑의 진단이다.

앞서 코인베이스·서클 등 결제·크립토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전용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기계 간 결제든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의 급여·저축이든, 스테이블코인이 투기 자산을 넘어 실생활 결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흐름은 공통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a16z crypto의 알레한드로 플로레스(Alejandro Flores) 에디토리얼 인턴은 아르헨티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만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크립토브리핑은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 흐름이 다시 악화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이 재차 치솟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