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 있는 그 섬 1곳에서만 발견되는 '초희귀 한국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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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거제도에만 사는 신비한 생명체
'한반도 고유종'인데... 법적 보호장치가 없다

지구상에서 오직 한반도 남단의 작은 섬 하나에만 존재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런 생물이 실제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이름도 낯선 '거제도롱뇽'. 학계에 신종으로 이름을 올린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은 이 희귀 양서류는, 지구 전체를 통틀어 경남 거제도라는 좁은 지역에서만 서식이 확인된 고유종이다.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은 이 신비로운 생물을 직접 찾아 나선 현장을 공개한 바 있다.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

이번 탐사는 한 구독자의 제보에서 출발했다. 거제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구독자가 채널 운영자에게 "전 세계에서 오직 거제도에만 사는 아주 특별한 생물이 있다"며 취재를 요청했다. TV생물도감' 제작진은 곧장 거제도로 향했다. 지역에서 멸종위기종과 생태계를 연구해온 원종태(거제생태연구소 대표)씨와 함께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탐사는 논밭 주변의 콘크리트 농수로에서 시작됐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수로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속 곳곳에 알집이 매달려 있었다. 도롱뇽 알이었다. 다만 이 알들이 모두 순탄하게 부화하는 것은 아니었다. 콘크리트로 정비된 수로는 배수는 편리하지만 벽면이 미끄러워 다 자란 개체나 갓 부화한 유생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죽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수로 곳곳에서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참개구리 등 양서류의 사체도 함께 발견됐다. 서식지 개발과 인공 구조물이 특정 생물종에게는 치명적인 함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수십 분에 걸친 수색 끝에 제작진은 마침내 거제도롱뇽 성체 두 마리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들은 꼬리를 위로 치켜드는 독특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천적을 향한 위협 과시일 수도 있고 몸통 대신 꼬리를 내주고 도망치기 위한 방어 행동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

거제도롱뇽은 겉모습만으로는 국내에 흔히 알려진 다른 도롱뇽류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 결과 기존 종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고유한 계통임이 확인되면서 신종으로 등록됐다. 신종 등록 시점은 비교적 최근인 2022년이다. 학계에 이름을 올린 지 아직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신참' 생물종인 셈이다.

2022년 신종 등록... 오직 거제도에만 서식

문제는 이렇게 희귀하고 학술적 가치가 큰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법상 보호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거제도롱뇽을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만 정작 서식지인 대한민국 내에서는 별도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아직 충분한 개체 수 조사나 서식지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번식기를 맞아 수컷이 알집 주변에 머물며 암컷을 기다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이런 서식 환경이 앞으로도 온전히 보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탐사 중 제작진은 거제도롱뇽 외에도 뜻밖의 희귀종을 마주쳤다. 습지 인근 물웅덩이에서 발견된 작은 물고기 남방동사리다. 이 물고기는 일반적인 얼룩동사리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몸통 옆면의 검은 띠 무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남방동사리는 국내에서는 오직 거제도의 산간 수로에서만 서식이 확인되는 희귀종이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물고기는 일본 규슈 남부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이를 두고 과거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육지로 연결돼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되기도 한다. 거제도라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 환경이 이처럼 독특하고 희귀한 생물들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거제도롱뇽의 존재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 환경이 얼마나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품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뭍과 떨어진 채 오랜 세월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온 거제도는 육지에선 찾아보기 힘든 고유종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돼주고 있다. 그러나 그 가치에 비해 제도적 관심과 보호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

거제도롱뇽이 좁은 서식지 안에서나마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면,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한국 고유 도롱뇽은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오직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강원 삼척의 대표적 서식지였던 환선굴 일대에서 확인된 개체 수가 단 두 마리에 불과했다. 2005년 300마리를 웃돌던 개체군이 2019년 절반 이하로 줄어든 데 이어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로 분류 안 돼

더 심각한 문제는 보호 체계의 공백이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현재 '포획금지 야생동물'로만 지정돼 있을 뿐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로는 분류돼 있지 않다. 과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던 적도 있지만 1998년 이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개체 수 조사와 서식지 보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제도롱뇽 알 / 'TV생물도감'
거제도롱뇽 알 / 'TV생물도감'

이 도롱뇽이 특히 위태로운 이유는 까다로운 서식 조건 때문이다. 수온 15도 이하의 차갑고 용존산소가 풍부한 계곡물에서만 살아갈 수 있어, 백두대간 일대의 특정한 계곡과 숲, 동굴, 바위틈에 서식이 제한된다. 이런 특성 탓에 기후변화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질 경우 2100년 이후에는 서식지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사실상 지구상에서 이 종이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생김새 역시 독특하다. 몸길이는 수컷이 17~18cm, 암컷은 18~19cm 정도로, 몸통보다 긴 꼬리가 전체 길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등 쪽은 누런빛이 도는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 점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으며, 번식기가 되면 수컷의 뒷다리 발톱이 검게 변한다. 이 발톱은 알주머니를 지키며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용도로 쓰인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곤충과 지렁이, 거미 등을 잡아먹는 육식성으로, 생태계 먹이사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신체 재생 능력 뛰어난 신비한 동물 동롱뇽

도롱뇽은 양서강 도롱뇽목에 속하는 동물을 통틀어 가리키는 이름이다. 개구리와 분류학적으로는 가까운 관계지만 몸의 형태는 오히려 도마뱀에 더 가깝다. 다만 알과 유생 단계에서는 개구리알이나 올챙이와 비슷해 일반인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보통 여러 개의 알이 끈끈한 점액과 함께 뭉쳐 있는 개구리알과 달리 도롱뇽의 알은 대개 알집이라는 주머니 형태로 낳아진다는 점이 큰 차이다. 또 유생 단계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아가미를 갖고 있는 점, 성장하면서 꼬리가 사라지는 올챙이와 달리 꼬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리가 자라는 점도 특징이다.

도롱뇽류는 신체 재생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꼬리는 물론 발가락, 턱, 심지어 심장까지 재생하는 사례가 보고돼 있다. 어린 개체의 경우 뇌 조직이 재생된 사례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재생 연구를 위한 실험 동물로도 자주 활용된다.

국내에는 거제도롱뇽 외에도 도롱뇽, 제주도롱뇽, 고리도롱뇽, 꼬마도롱뇽, 남방도롱뇽, 숨은의령도롱뇽 등 여러 고유종과 아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좁은 국토 안에서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종이 분화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도롱뇽류가 이동 반경이 좁고 특정 서식 환경에 민감하게 적응해온 생물군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거제도롱뇽 / 'TV생물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