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최고 미남 감독, 한국대표팀 감독 됐다... '전술 전문가'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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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적 포메이션 전술로 유명한 공간 활용의 대가
데이터와 선수특성 결합 차별화된 축구 철학 추구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모레노(48) 감독이 하반기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6경기를 지휘할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2019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모레노 감독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오랜 전술 파트너로 FC바르셀로나와 AS로마, 셀타 비고, 스페인 대표팀에서 함께 일했다. 특히 상대 분석과 전술 설계, 세트피스 등을 담당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은 만큼 한국 대표팀에서 어떤 축구를 구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모레노 감독의 전술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본인 역시 특정 포메이션이나 축구 스타일을 절대적인 원칙으로 삼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실제로 4-3-3을 기본으로 활용하면서도 경기 상황과 선수 특성에 따라 4-2-3-1, 4-1-4-1, 4-4-2 등으로 형태를 바꿨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포메이션 자체보다 선수들이 공간을 어떻게 점유하고, 공을 잃은 뒤 얼마나 빠르게 되찾으며, 상대의 수비 구조를 어떻게 흔드느냐에 있다.
모레노 감독의 전술적 뿌리는 FC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현 파리 생제르맹 감독)과 함께한 시기에 형성됐다. 다만 그가 지향하는 축구는 단순히 바르셀로나식 점유율 축구를 복제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공을 오래 소유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상대의 압박을 피하면서 전진하고, 공격 국면에서는 빠른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수비 조직을 무너뜨리는 방식에 가깝다.
공을 소유하되 빠르게 전진하는 축구
모레노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2019년 가장 눈에 띈 특징 중 하나는 점유와 수직성을 함께 추구했다는 점이다. 당시 스페인은 4-3-3을 기본 형태로 삼았고, 중원과 전방 선수들의 위치가 고정되지 않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빌드업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앙에만 머물지 않고 측면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활용됐다. 상대 최전방 압박을 피해 공간을 만들고 비어 있는 지역으로 공을 운반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를 통해 상대의 첫 번째 압박선을 우회한 뒤 측면이나 전방으로 공을 빠르게 전개했다.
모레노 감독이 선호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공격진의 위치 변화다. 최전방 공격수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침투하는 형태가 자주 활용됐다. 공격수 한 명의 위치 변화가 다른 선수의 침투 공간을 만드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풀백의 역할도 중요하다. 모레노 감독의 스페인은 풀백을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키면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만드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측면 공격수와 풀백이 서로 위치를 바꾸거나 한 명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이 바깥쪽을 차지하면서 상대 풀백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 전술은 상대가 중앙을 촘촘하게 막을수록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중앙에 공격수를 집중시키면 측면에 공간이 생기고, 측면을 막기 위해 수비수가 벌어지면 중앙에 침투 공간이 생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들의 위치를 유동적으로 바꿔 상대 수비의 기준점을 흔드는 것을 중시한다.
'고정된 포메이션'보다 공간과 움직임 중시
모레노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는 핵심은 '포지셔널 플레이'(선수 개인의 위치보다 팀 전체가 경기장 공간을 어떻게 나눠 쓰느냐를 중시하는 전술 개념)와 '포지션 플루이디티'(선수나 구성원이 고정된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역할을 바꾸며 움직이는 전술적 개념)다. 기본적인 출발 위치는 정해져 있지만 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선수들의 위치가 계속 달라진다.
AS모나코에서 감독을 맡았던 시기에도 이런 특징이 확인됐다. 4-3-3으로 시작하면서 상황에 따라 4-1-4-1이나 4-2-3-1처럼 보이는 형태로 변했고, 중앙 미드필더들이 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공격에 가담했다. 특히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알렉산드르 골로빈 같은 선수들이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사이 공간을 활용하도록 했다.
측면에서는 풀백과 윙어, 중앙 미드필더가 지속적으로 위치를 교환했다. 한 선수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선수가 바깥쪽으로 움직이고, 상대 수비가 따라오면 그 사이 공간을 또 다른 선수가 파고드는 방식이다. 단순히 패스를 많이 하는 축구가 아니라 상대 수비가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축구다.
중앙 공격수 역시 고정된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최전방 공격수가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고 반대편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모레노 감독의 공격은 특정 선수 한 명에게만 의존하기보다 여러 선수의 움직임을 연결해 공간을 만들어내는 형태에 가깝다.

다만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에는 위험도 따른다. 풀백이 동시에 전진하거나 중원에서 여러 선수가 공격에 가담할 경우 공을 빼앗겼을 때 후방 공간이 커질 수 있다. 실제 모나코 시절 파리 생제르맹과의 경기에서는 공격적인 풀백 전진으로 수비 균형이 흔들리는 장면이 나타났다. 상대의 빠른 공격 전환을 허용하면 측면 뒷공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레노 감독 역시 포메이션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과거 모나코 부임 당시 4-4-2를 다룬 책을 썼지만 실제로는 4-4-2, 4-3-3, 4-5-1 등을 선수들의 특성에 맞춰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술 시스템이 선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특성이 전술을 결정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공을 잃으면 즉시 압박... 상대에 따라 강도 조절
수비 단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전방 압박이다. 모레노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스페인은 상대가 후방에서 공을 전개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특히 상대 풀백으로 공이 이동하는 순간을 압박의 신호로 활용하는 장면이 많았다.
한쪽 측면으로 상대를 몰아넣은 뒤 여러 선수가 동시에 접근해 패스 선택지를 줄이는 방식이다. 공을 가진 선수 한 명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패스 경로까지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을 빼앗는 위치가 높아질수록 곧바로 슈팅이나 득점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모레노 감독은 과거 자신의 축구에 대해 공을 더 많이 소유하면서도 수비에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공을 가진 상태와 공을 잃은 직후를 하나의 연결된 과정으로 보는 셈이다.
다만 무조건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는 지도자는 아니다. 모나코에서 강한 전력을 가진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할 때는 스페인 대표팀 시절보다 수비 블록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상대의 전력과 경기 흐름에 따라 압박 강도를 조절한 것이다. 이 역시 모레노 감독이 특정 전술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와 선수 구성에 따라 접근법을 바꾸는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활용 역시 그의 전술적 특징 가운데 하나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 시절이 아닌 비디오 분석가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경기 영상을 오랜 시간 분석하며 상대 움직임과 선수들의 행동을 파악했고, 이후 데이터와 전술 카메라까지 분석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데이터는 사람의 눈으로 놓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일 뿐이며 최종 판단에는 선수의 특성과 경기 상황, 인간적인 요소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방대한 정보를 그대로 선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필요한 정보만 추려 선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잘생긴 전술가'는 한국 축구를 어떻게 바꿀까
한국 대표팀에서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9∼10월 4경기와 11월 2경기 등 6경기가 우선적인 평가 대상이다. 짧은 기간에 새로운 전술 체계를 완전히 구축하기보다는 기존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표팀이라는 환경에서는 클럽팀처럼 매일 선수들과 훈련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모레노 감독의 강점인 상대 분석과 전술 준비, 선수별 역할 설정이 단기간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가 중요하다.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을 세밀하게 설계하는 그의 방식은 짧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반면 공격적인 풀백 활용과 높은 압박, 유동적인 위치 변화가 한국 선수들에게 얼마나 빠르게 체화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 스스로 시스템보다 선수의 특성을 중요하게 본 만큼 한국 대표팀에서는 스페인 대표팀 시절과 똑같은 축구를 재현하기보다 선수 구성에 맞춰 변형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한국 축구에 남길 첫 번째 흔적도 특정 포메이션의 정착이라기보다 경기 중 형태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바뀌는지, 공을 잃은 뒤 얼마나 빠르게 압박하는지, 상대 수비를 움직이기 위해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위치를 교환하는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에서 9경기를 지휘해 7승2무를 기록하며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무패로 확정했다. 이후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러시아 소치를 거치면서 감독으로서 직접 팀을 이끄는 경험도 쌓았다. 다만 그가 지휘한 클럽팀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갔다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라나다에서는 2021~2022시즌 도중 경질됐고 팀은 결국 강등됐다.
결국 한국에서의 6경기는 모레노 감독에게도 자신의 전술적 능력을 다시 증명할 기회다. 분석가 출신답게 상대를 세밀하게 연구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조합해 공간을 만들어내는 축구가 한국 대표팀에서도 통할지는 그라운드에서 확인해야 한다.

여담으로 모레노 감독은 전술가다운 진지한 이미지와 함께 외모에서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짧은 머리와 깔끔한 스타일, 선명한 이목구비 때문에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당시부터 비교적 젊고 세련된 인상의 지도자로 비쳤다. 48세의 나이에도 경기장에서는 선수들 못지않게 젊은 인상을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