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스테인리스팬 바닥의 '이 번호' 확인해보세요…알아두면 평생 써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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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316 주방에서 쓰기에 안정적
200번대 품질 낮아 내구성 떨어져
스테인리스 냄비와 프라이팬은 어느 집 주방에서나 하나쯤 찾을 수 있는 살림살이다. 녹이 잘 슬지 않고 관리만 잘하면 새것처럼 쓸 수 있어 오래 사랑받아 왔다. 그런데 정작 매일 손에 쥐면서도 그릇 바닥에 작게 새겨진 숫자를 눈여겨본 사람은 많지 않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숫자는 사실 그릇의 재질과 안전성을 가르는 '신분증'으로도 볼 수 있다.
바닥의 '숫자', 아무렇게나 찍힌 게 아니다
![[인포그래픽] 스테인리스 소재 팬에 표기된 숫자에 관한 설명을 나타내는 자료 이미지. AI툴을 활용해 생성됐습니다.](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609/01/img_20260901162216_0a34f145.webp)
스테인리스 제품 바닥이나 손잡이를 뒤집어 보면 '304', '316', '201' 같은 세 자리 숫자가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숫자는 단순한 제조 번호가 아니라 내부 합금 성분과 위생성, 부식 저항력까지 결정짓는 '재질 등급' 표기로 볼 수 있다. 숫자 하나가 그릇의 급을 말해주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만나는 등급은 '304'다. 304 스테인리스강에는 크롬이 18%, 니켈이 9% 안팎으로 함유돼 있는데, 이 조성 때문에 '18-8' 혹은 '18-10'으로도 표기된다. 크롬 18%에 니켈 8~10%가 들어갔다는 뜻이다. 304 스테인리스강은 비자성이며, 다양한 화학 물질과 산에 대한 저항력이 우수하다. 자석이 잘 붙지 않고 열과 부식에 강해 냄비, 토스터, 그릴 같은 조리기구 제조에 두루 쓰이는 대표적인 식품용 등급이다. 뜨거운 음식을 담아 보관하기에도 적당하다.
'316'은 304보다 한 단계 위로 통한다. 316은 내식성이 더 우수한데 몰리브덴이라는 성분이 추가돼 염분이나 산성에도 강하고 부식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유아용 식기나 국물을 오래 끓이는 요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316 스테인리스강의 가격은 304보다 더 비싼 편이라 위생과 안전을 특히 중시할 때 선택지로 고려하면 좋다.
문제는 '200번대', 특히 '201'이다. 201은 니켈을 줄이고 망간(Mn)과 질소(N)를 추가해 비용을 절감한 등급이다. 겉보기엔 304와 비슷하게 번쩍여도 속은 다르다. 니켈 함량이 낮은 탓에 습하거나 염화물이 많은 환경에서는 녹이 슬기 쉬워 일반적으로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용도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예 없거나 그냥 '스테인리스'라고만 적힌 제품이다. 숫자 표시 없이 스테인리스라고만 표기된 경우 저가형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방송 실험에서는 번호가 없는 냄비를 강불에 10분가량 끓이자 형태가 울퉁불퉁 찌그러진 반면, 304 냄비는 처음 모습을 유지했다. 값싼 금속의 함량이 높을수록 고온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다. 온라인 구매 때 바닥 사진이 없다면 상품 설명만 믿지 말고 판매자에게 재질 등급이나 바닥 사진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304나 316이라고 명확하게 표기돼 있고, 제조사 정보가 꼼꼼히 제공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새 팬 첫 사용부터 얼룩 제거까지, 스테인리스 200% 활용법
등급을 확인해 제대로 된 제품을 골랐다면 이제는 오래 깨끗하게 쓰는 일이 남는다. 관리법만 익혀두면 스테인리스는 광택을 유지할 수 있다.
첫 단추는 '첫 사용 전 세척'이다. 새 스테인리스 제품은 가공 과정에서 연마제가 사용되므로 실사용 전 반드시 제거하고 써야 한다. 우선 사용하기 전에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혀 검은색 연마제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구석구석 닦아준 뒤, 베이킹소다로 한 번 더 문지르고 식초를 넣어 끓인 다음 주방세제로 마무리하면 된다.
조리할 때는 '예열'이 눌어붙음을 좌우한다. 팬을 중불에 달군 뒤 물을 몇 방울 떨어뜨려 물방울이 은구슬처럼 또르르 굴러다니면 기름을 두를 적정 온도가 됐다는 신호다. 이때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올리면 음식이 훨씬 덜 들러붙는다. 반대로 빈 냄비를 강한 불에서 오래 예열하면 열변색이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용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게 얼룩이다. 무지갯빛으로 어른거리는 얼룩은 대부분 고온으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열변색 현상이다. 이때는 식초나 구연산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반면 하얗게 남는 얼룩은 물속의 미네랄, 소금, 또는 단백질 찌꺼기가 남아 생기는데 물과 식초를 1:1 비율로 섞어 얼룩이 잠길 만큼 부어둔 뒤 헹구면 깔끔해질 수 있다. 세척 후 바로 물기를 닦아주면 물때가 남지 않는다.
바닥을 까맣게 태웠을 때는 힘으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손해다. 철 수세미로 긁으면 표면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겨 더 쉽게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화학적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태운 냄비에 물을 붓고 베이킹소다를 2~3스푼 넣은 뒤 중불에서 10~15분간 끓이면 알칼리 성분이 탄화물을 녹여낼 수 있다.
평소 습관도 중요하다. 사용 후 바로 미지근한 물로 헹구고 중성세제만 사용하며, 강한 산성이나 염소계 세제는 피하는 것이 수명을 늘리는 비결이다. 조리 때 센불보다 중불을 쓰고 닦을 때 스테인리스 결 방향으로 문지르면 광택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쌓여 스테인리스를 오래 쓰게 해준다.
요리에 따라 주방 도구 선택해야

다만 스테인리스가 주방의 모든 요리에 적합할 수는 없다. 재질마다 잘 어울리는 요리가 따로 있어서다.
달걀부침이나 부침개처럼 눌어붙기 쉬운 요리에는 코팅팬만 한 게 없다. 다만 코팅팬은 영구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과불화화합물(PFAS) 탓에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비교적 다른 시선의 전문가 견해도 존재한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생화학과 A. 대니얼 존스 교수는 "코팅팬의 사용으로 인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된다는 것을 문서로 만든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기억해둘 핵심은 상태 관리다. 표면이 긁혔거나 코팅이 벗겨졌다면 버리는 것이 좋다. 조리 중 나무나 실리콘 주걱을 쓰고, 빈 팬을 센불에 오래 달구지 않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훌쩍 길어진다.
국물 요리나 오래 끓이는 음식에는 무쇠가 잘 맞는다. 무쇠는 열을 고루 오래 품어 스테이크나 구이에 제격이다. 유리는 산이나 염분에 강해 김치찌개처럼 신맛 나는 음식을 담을 수 있다. 반면 세라믹 코팅은 초기 사용감이 좋지만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편이라 험하게 쓰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