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820조 내년 예산... 신설되는 162조 '미래대응기금' 쌈짓돈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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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총지출 820조 9000억원 규모 2027년 예산안 심의 및 의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얘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얘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2027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안이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인한 기록적인 세수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총지출 8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새롭게 조성해 경제 위기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재정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과 첨단전략산업 등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5대 핵심 분야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속에서도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급격한 세수 증가가 맞물려 국가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오히려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총지출 820조 9000억원 규모의 2027년 예산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총수입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폭발적인 증가를 바탕으로 880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본예산 대비 205조 6000억원가량(30.4%)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국세수입이 584조 4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194조 2000억원 늘어나 총수입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총지출 역시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증가한 820조 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지출 증가율은 12.8%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0.6%를 가볍게 넘어섰다.

막대한 지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세수 호조 덕분에 국가 재정의 건전성 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3.8%포인트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총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2030년에는 1005조 2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2027년 예산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162조 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해당 기금의 재원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선을 크게 웃도는 추가 세수에서 충당된다. 이는 내년 전체 예상 국세수입의 약 27.8%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기금 규모가 최대 200조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조성된 미래대응기금은 4대 사업계정에 52조 9000억원, 총괄계정에 109조 4000억원으로 분배된다.

사업계정 내 45조 5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의 핵심 사업비로 내년에 직접 지출된다.

총괄계정에 배정된 금액 중 12조 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사용돼 재정 건전성에 기여한다.

나머지 104조 4000억원의 여유 자금은 향후 세수가 급격히 변동하거나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 충격을 흡수하고 국가의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대규모 세수를 생산적 지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기금의 유연한 활용을 위해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을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을 보완해 경제 상황 급변 시 행정부의 재량으로 신속한 재정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금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기금이 추경에 비해 국회의 예산 심의 및 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아울러 막대한 초과 세수가 발생했을 때 새로운 기금을 조성해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국가 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재정 건전성 중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3대 메가프로젝트 및 AI ▲미래성장 엔진 ▲청년 성장 단계별 종합 지원 ▲양극화 대응 및 모두의 성장 ▲국민안전 평화 등 5대 중점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정했다.

먼저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피지컬 인공지능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전력 및 용수 공급과 산업단지 인프라 구축에 올해보다 97.2% 급증한 21조 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에너지 대전환을 포함한 미래 성장 엔진 분야에는 전년 대비 22.7% 증가한 62조 8000억원이 책정됐다.

청년들의 주거와 취업 등 삶의 주기에 맞춘 종합 지원 예산은 43조 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3.5% 대폭 확대됐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화 대응 및 모두의 성장 분야에는 117조 10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이 예산을 통해 소상공인과 농어민, 취약 노동자의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지방 우대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방침이다.

국민 안전과 평화 분야에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대비한 첨단 무기 체계 확보와 재난 대비 안전 시스템 강화 등을 목적으로 38조 3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역대 최대 지출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무려 107조 6000억원 규모의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38조 6000억원은 소규모 관행적 사업이나 유사 중복 사업비를 축소하는 방식의 재량지출 절감으로 달성했다.

나머지 69조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 폐지(32조 5000억원)와 교부세 산정 방식 개편(30조 5000억원) 등 의무지출 제도를 뜯어고쳐 절감했다.

정부는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인 오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심사를 거쳐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예산안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