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라더니, 주소만 바꿨다”…특별공급 부정청약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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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대 차익 노린 '위장전입'…국가유공자 특별공급 악용 적발
청약 브로커에 5000만원 받고 분양권 거래, 부정청약의 실체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를 악용해 이른바 ‘로또 청약’을 노린 부정 청약 사례가 잇따라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소지만 바꾸거나 청약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특별공급을 넘기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

특별공급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특정 계층이나 대상자에게 일반 청약과 별도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국가유공자 등은 국가보훈부의 추천을 받아 기관추천 특별공급에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청약과 경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인기 지역에서 당첨될 경우 상당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SBS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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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과천의 한 아파트다. 2020년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93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전용면적 59㎡ 기준 분양가는 약 5억5000만~5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현재 이 아파트는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로 평가된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전용 59㎡의 향후 매매가격을 18억~19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수억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아파트를 국가보훈부 추천을 통해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유공자 A 씨는 이후 국토교통부의 단속 과정에서 부정 청약 사실이 적발됐다.

A 씨의 실제 생활 근거지는 충북이었지만 청약 신청을 앞두고 자녀가 거주하는 경기 지역으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주소지만 이전했을 뿐 실제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이른바 위장전입 방식으로 청약에 참여한 것이다.

특별공급이라고 해서 거주 요건이나 청약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청약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실제 거주 사실과 다른 주소를 신고할 경우 부정 청약으로 판단될 수 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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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유공자 B 씨 역시 청약 과정에서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무려 52년 동안 경남에 거주해왔지만 특별공급 청약을 신청하기에 앞서 주소를 서울로 옮겼다.

서울 목동처럼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청약 당첨 자체가 높은 경쟁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가 큰 단지라면 특별공급을 통한 당첨의 경제적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더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특별공급에 당첨된 유공자 C 씨는 청약 브로커에게 약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C 씨는 자신의 명의로 특별공급을 받은 뒤 브로커가 해당 분양권을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실제 주택을 필요로 하는 유공자가 특별공급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청약 당첨 자체를 거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분양권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 당첨자가 보유한 입주 권리를 말한다.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시기와 조건은 주택 유형과 지역, 공급 당시 규제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거래 역시 관련 법령을 따라야 한다. 특별공급 자격을 빌려주거나 당첨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이나 당첨 취소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국가보훈부 추천을 받아 특별공급에 당첨된 유공자가 부정 청약으로 적발된 사례는 최근 5년 동안 모두 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도 의심 사례 3건이 추가로 적발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공급은 일반 청약과 달리 공급 대상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자격 검증이 중요하다. 특히 기관이 대상자를 추천하는 구조에서는 추천 단계에서부터 자격을 제대로 확인하고, 당첨 이후에도 실제 거주 여부와 거래 과정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례를 두고 국가보훈부의 검증과 사후 관리가 충분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보훈부가 직접 특별공급 대상자를 선발하고 추천하는 만큼 대상자 검증과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다만 적발 사례만으로 국가유공자 특별공급 전체를 부정 청약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보훈부 추천을 통해 특별공급에 당첨된 인원은 4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부정 청약으로 적발된 사례는 9건으로, 전체의 약 0.2% 수준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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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는 청약 신청을 받기 전부터 부정 청약을 예방하기 위한 안내와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쟁점은 특별공급 제도 자체의 존폐보다는 혜택이 실제 대상자에게 돌아가도록 자격 검증과 사후 관리 체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하느냐에 있다.

국가유공자 특별공급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가족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일반 청약보다 별도의 혜택을 제공하는 데 정책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인기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이가 커질수록 특별공급 당첨의 경제적 가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추천 단계에서 주민등록상 주소뿐 아니라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청약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와 당첨 이후 분양권 거래 과정까지 살펴보는 등 보다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공급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본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제도의 문턱을 높이는 것보다 부정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를 정확히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