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부 한밤중 ‘대폭 물갈이’…‘실종 허위 종결’ 제주청장 승진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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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경찰청장 18명 중 14명 교체…치안감 직위 81% 대폭 물갈이
김종철 경찰청 차장·고범석 서울청장 발탁…‘실종 허위 종결’ 고평기 승진 무산

정부가 한밤중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전국 시도경찰청장 18명 가운데 14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대규모 물갈이에 나섰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제주경찰청에서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해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제주경찰청에서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해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정부는 1일 밤 하반기 치안정감·치안감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경찰 서열 2위인 경찰청 차장에는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임명됐다. 서울경찰청장에는 고범석 전남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에는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각각 발령됐다. 김종철·고범석·유승렬은 지난달 12일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된 뒤 이번에 새 보직을 받았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교체 폭이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이 바뀌었다. 교체 비율은 78%다. 치안감이 맡는 전체 직위로 범위를 넓히면 교체율은 81%에 달한다. 사실상 경찰 고위 지휘부 대부분을 새 얼굴로 채운 셈이다.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장 인사에 연고지 근무를 배제하는 이른바 '향피제'를 전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출신지나 오랜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고위직을 맡지 않도록 해 지역사회와의 유착 가능성을 줄이고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경찰청은 후속 인사에서도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주요 보직으로 향피제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청 차장 김종철·서울청장 고범석…지휘부 전면 재편

(왼쪽부터)김종철 경찰청 차장,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 경찰청 제공, 뉴스1
(왼쪽부터)김종철 경찰청 차장,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 경찰청 제공, 뉴스1

김종철 신임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장 직무대행까지 맡는다. 경찰청장이 장기간 공석인 상황에서 경찰 조직 전체를 사실상 지휘하게 된 것이다.

김 차장은 강원경찰청 생활안전부장과 충남경찰청 공공안전부장,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교통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경남경찰청장을 맡아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고범석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과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등을 거친 경비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9월 치안감으로 승진했고 올해 4월부터 전남경찰청장을 맡아왔다.

유승렬 신임 인천경찰청장은 경찰청 대변인과 치안정보국장,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에 파견돼 근무한 경력도 있다.

치안정감은 경찰 조직에서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이다.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경찰대학장,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경찰청장 등 7개 자리가 치안정감 보직이다. 그 아래가 치안감으로 경찰청 본청 주요 국장과 대부분의 시도경찰청장이 맡는다.

이번 인사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찰청장 공백을 끝낼 차기 후보군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장은 통상 현직 치안정감 가운데 임명되는 만큼 이번에 새 보직을 받은 김종철 차장과 고범석 서울청장, 유승렬 인천청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다. 특히 김 차장은 경찰청장 직무대행까지 맡게 돼 향후 인선 과정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청장 14명 교체…고평기는 승진 명단서 빠져

시도경찰청장도 대거 바뀌었다. 양영우 광주경찰청장, 최보현 울산경찰청장, 이승협 경기북부경찰청장, 곽병우 강원경찰청장, 박종섭 충북경찰청장, 신효섭 전북경찰청장, 김호승 전남경찰청장, 박헌수 경북경찰청장, 이재영 경남경찰청장, 김병찬 제주경찰청장 등이 새로 임명됐다.

대구경찰청장 직무대리에는 박준성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가, 충남경찰청장 직무대리에는 이서영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 직무대리가 각각 치안감 승진 내정과 함께 임명됐다.

반면 지난달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로 내정됐던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최종 승진에서 빠졌다. 고 청장은 치안정감 보직 대신 치안감 자리인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전보됐다.

최근 제주에서 불거진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논란과 관련한 지휘·감독 책임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경찰은 고 청장의 치안정감 승진 제외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형소법 개정 앞두고 국수본에도 수사통 전진 배치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 뉴스1

국가수사본부 주요 보직도 새로 채워졌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커질 경찰 수사 책임과 현장 대응력을 고려해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에는 김광식 서울 관악경찰서장이, 수사국장에는 오승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각각 치안감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에는 송병선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치안감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겼다.

경찰청 본청에서도 대규모 이동이 이뤄졌다. 김성재 서울경찰청 치안정보부장은 경찰청 대변인에, 송유철 서울경찰청 경무부장은 경찰청 기획조정관에 각각 치안감으로 승진 임명됐다. 유윤종 울산경찰청장은 경무인사기획관, 박현수 경찰인재개발원장은 미래치안정책국장,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은 범죄예방대응국장, 김동권 경기북부경찰청장은 국제치안협력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경찰은 향피제 확대와 수사 전문인력 배치 등을 통해 조직의 책임성과 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 / 뉴스1
조지호 전 경찰청장 / 뉴스1

한편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1년 9개월째 공석이다.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연루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뒤 탄핵 절차를 거쳐 직을 잃었지만, 후임 경찰청장은 장기간 임명되지 않았다. 이후 이호영·유재성 경찰청 차장이 차례로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번 인사로 김종철 신임 차장이 세 번째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유재성 전 직무대행은 경찰 역사상 가장 긴 1년 3개월 동안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 사이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개편을 앞두고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커진 데다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논란,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태 등 각종 악재까지 겹쳤다. 경찰 내부에서는 14만 명이 넘는 조직을 직무대행 체제로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인사로 김종철 경찰청 차장과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등 새 치안정감들이 핵심 보직에 배치되면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도 새롭게 짜였다. 경찰청장은 치안총감 계급으로 치안정감 가운데 임명되는 만큼 이들 가운데 차기 수장이 나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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