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리를 비울 때”…김용범 靑정책실장, 사퇴한 날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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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퇴…정부 출범 15개월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날,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일한 정책실 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를 공개했다.

김 실장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지만, 이제는 제가 자리를 비우고 다음 사람들이 또 자기 몫을 해나갈 때라고 생각했다”고 퇴임의 변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약 15개월 만이다.
그가 남긴 글에는 무거운 책임을 함께 나눠진 동료들에 대한 감사와 먼저 자리를 떠나는 미안함, 후임자들에게 역할을 넘기겠다는 뜻이 담겼다. 청와대는 이번 교체가 2기 경제·정책라인의 활성화와 정책 집행 동력 확보를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제 능력보다 훨씬 큰 책임”…동료들에게 돌린 공
김 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이재명 정부의 첫 정책실장으로서 맡은 소임을 마쳤다”며 정책실 직원들에게 보낸 퇴임 인사를 공개했다.
그는 “별도의 퇴임 인사 대신, 가장 가까이서 일해 온 동료들에게 보낸 작별 인사를 공유한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재임한 시간을 돌아보며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제 능력보다 훨씬 큰 책임을 졌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빈 곳을 여러분이 채웠다. 제가 놓친 것을 찾아주고, 생각이 짧을 때는 더 멀리 봐주고, 일이 터지면 자기 일처럼 달려들었다”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업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책실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그는 “정책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설득과 조정이 필요한지, 저는 여러분 옆에서 똑똑히 봤다”며 “정책실이 해낸 일은 여러분이 해낸 일이다. 우리가 만든 결과가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재임 기간의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내세우기보다 정책을 구체화하고 부처·기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한 직원들에게 돌린 것이다.
“제가 없어서 더 잘하실지도”…미안함 섞인 마지막 농담

먼저 자리를 떠나는 데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김 실장은 “먼저 떠나 여러분에게 짐을 더 얹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여러분이 있어 걱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제가 없어서 더 잘하실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그는 정책실 밖에서도 동료들과 정부의 성과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김 실장은 “밖에 나가면 여러분이 얼마나 치열하게 일했는지, 이 정부의 성과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더 많이 이야기하겠다”며 “앞으로 여러분이 만들어갈 일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지만, 이제는 제가 자리를 비우고 다음 사람들이 또 자기 몫을 해나갈 때라고 생각했다”고 퇴임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조직의 역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길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 15개월 만에 퇴임

김 실장은 1일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첫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약 15개월 만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사표가 수리된 당일 오전 청와대 회의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회의를 마친 뒤 다른 참모들에게 고별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과 사표 수리가 이뤄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교체 또는 사실상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 집행 행위에 있어 원활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참모가 바뀐 것”이라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만큼 일하는 방향 등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인사가 정책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질설에 선 긋기…“2기 경제·정책라인 가속화”

청와대는 김 실장의 약 15개월 재임 기간이 역대 참모들의 평균 근무 기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부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의 경우 평균적으로 일하는 기간이 1년 2개월∼1년 6개월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의 재임 기간이 통상적인 범위에 포함되는 만큼 이례적인 조기 교체나 경질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후임 정책실장 인선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적 개편 자체가 2기 경제·정책라인 활성화와 가속화를 위한 것인 만큼,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후속 인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정책실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비서실장과 각 수석이 기존 역할을 분담한다. 청와대는 “비서실장이나 각 수석이 맡은 역할을 하는 만큼 차기 정책실장 인선 때까지 구멍 없이 업무가 수행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하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페이스북 글 전문.

오늘 이재명 정부의 첫 정책실장으로서 맡은 소임을 마쳤습니다.
별도의 퇴임 인사 대신, 저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해온 정책실 동료들에게 보낸 작별 인사를 공유합니다.
사랑하는 정책실 동료 여러분께.
여러분께 쓰는 작별 인사가 제일 어렵습니다. 몇 차례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참 많은 일을 함께했습니다. 아침에 시작한 회의가 밤까지 이어진 날이 많았습니다. 하나를 겨우 넘기면 또 다른 현안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함께 고민한 날은 세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힘들었다는 기억보다 그때 옆에 있던 여러분의 얼굴이 먼저 떠오릅니다.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제 능력보다 훨씬 큰 책임을 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빈 곳을 여러분이 채웠습니다. 제가 놓친 것을 찾아주고, 생각이 짧을 때는 더 멀리 봐주고, 일이 터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일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주문도 많이 했고 재촉도 많이 했습니다. 힘들게 한 일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같이 뛰어주셨습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우리가 한 일을 여기서 다시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저보다 잘 압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묻곤 했습니다. 그렇게 정책을 직접 챙기시는 대통령님을 모시고 그 휘몰아치는 일을 어떻게 다 해내느냐고. 저는 늘 같은 답을 했습니다. 우리 정책실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다고. 인사치레로 한 말이 아닙니다. 정책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설득과 조정이 필요한지, 저는 여러분 옆에서 똑똑히 봤습니다.
정책실이 해낸 일은 여러분이 해낸 일입니다. 우리가 만든 결과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보다 여러분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저는 먼저 떠납니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지만, 이제는 제가 자리를 비우고 다음 사람들이 또 자기 몫을 해나갈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떠나 여러분에게 짐을 더 얹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별로 없습니다. 여러분이 있으니까요. 제가 없어도 잘하실 겁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없어서 더 잘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밖에 나가면 여러분이 얼마나 치열하게 일했는지, 이 정부의 성과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더 많이 이야기하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만들어갈 일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정부를 떠났다가 한참 뒤 다시 돌아와 여러분과 일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긴 시간을 돌아 제 커리어의 마지막에 여러분을 만난 것이 참 큰 행운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뜻을 가지고 마음껏 일해봤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얻었습니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제가 얻은 가장 큰 자산입니다.
함께해서 참 좋았습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