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시키는 대로”…한국 축구 임시 감독 모레노, '충격 일화'에 입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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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논란 속 모레노 감독, 한국 축구 새 사령탑으로 선임
데이터 분석가에서 대표팀 감독까지, 모레노의 화려한 경력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을 둘러싸고 과거 러시아 무대에서 불거졌던 이색적인 논란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Sonia Arcos-shutterstock.com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 Sonia Arcos-shutterstock.com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통해 모레노 감독과 코칭스태프 5명의 선임을 승인했다. 홍명보 감독 사퇴로 공석이 된 남자 A대표팀 지휘봉을 맡게 된 모레노 감독은 오는 11월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끈다.

계약에는 6경기 성적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조건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대표팀도 맡았던 모레노 감독

모레노 감독은 화려한 지도자 경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프로 선수로 활약한 경력은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의 길을 준비했다. 14세부터 지도자 공부를 시작한 그는 FC바르셀로나 B팀 분석가를 거쳐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이후 바르셀로나 1군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하며 데이터 분석과 전술 설계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엔리케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을 맡은 뒤에도 함께했고, 엔리케 감독이 잠시 대표팀을 떠났더 2019년에는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사령탑까지 맡았다. 스페인 감독 시절에는 유로 2020 예선에서 7승2무, 무패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모레노 감독은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러시아 PFC 소치 등을 지휘한 경험도 있으며 소치를 1부 리그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임 당시 세계적인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이끈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데이터를 활용한 전술 설계 능력과 상대 팀 분석 능력을 주요 장점으로 꼽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 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 대한축구협회

"챗GPT로 28시간 무수면 훈련 지시"

그러나 그의 경력에는 소치 감독 시절 제기된 챗GPT 의존 논란이 따라붙는다.

러시아 소치에서 모레노 감독과 함께 일했던 안드레이 오를로프 전 구단 관계자는 지난 1월 모레노 감독의 업무 방식에 관한 여러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가 훈련 프로그램과 경기 준비는 물론 선수단 이동 일정,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챗GPT가 활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카타르계 글로벌 매체 비인스포츠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모레노의 소치 감독직 경질 사유는 부진한 성적으로 알려졌지만, 수개월이 흐른 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업무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챗GPT를 핵심적으로 활용한 모레노 감독의 방식은 구단 내부의 우려로 이어졌고, 결국 그의 퇴진에 영향을 끼쳤다. 오를로프 전 단장에 따르면 당시 모레노 감독의 챗GPT 활용은 일시적인 수준이 아니라 일상적인 감독 업무를 뒷받침하는 주요 축이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것은 원정 이동 일정이었다. 장거리 원정을 앞두고 챗GPT를 활용해 일정을 구성했는데, 구단이 이를 검토한 결과 선수들이 무려 2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는 계획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구단 측이 해당 계획을 확인하면서 선수들의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조건을 다시 입력해 일정을 수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 / 모레노 감독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 / 모레노 감독 인스타그램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챗GPT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치가 공격수 보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후보의 통계 자료를 입력한 뒤 챗GPT에 적합한 선수를 물었고, 인공지능이 내놓은 추천이 실제 영입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이다.

오를로프 전 관계자는 모레노 감독의 챗GPT 활용에 대해 "모레노에게 챗GPT는 주요 도구 중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구단 경영진 역시 인공지능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지만, 주요 의사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모레노 "완전한 거짓"

다만 이 모든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모레노 감독은 직접 반박했다. 그는 스페인 매체 아스와의 인터뷰에서 "챗GPT를 러시아어 번역 용도로만 사용했을 뿐, 전술이나 선수 선발에 활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어 번역을 위해 챗GPT를 사용했을 뿐"이라며 "당시 보도 소스는 업무상 이견으로 구단을 떠났던 전직 임원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발 명단을 결정하는 데 챗GPT 등 어떤 AI도 사용한 적이 없다. 이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인 러시아어 번역을 위해 사용한 적은 있지만, 스포츠와 관련된 의사결정과 AI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은 자신의 지도 철학이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에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는 "내 축구 경력은 데이터와 영상 분석에서 시작됐다. 내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 이는 커리어 초기부터 나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했다"며 "모든 코칭스태프가 그렇듯 우리도 다양한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기술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결국 스포츠와 관련된 최종 결정은 언제나 코칭스태프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 / 모레노 감독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 / 모레노 감독 인스타그램

현영민 위원장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높은 이해도"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임시 감독 선임을 위해 이례적으로 공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전력강화위원회 일부 위원과 외부 평가위원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했고, 온라인 면접과 대면 미팅 등을 거쳐 모레노 감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 깊었다"며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선임된 모레노 사단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향상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계약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새 코칭스태프는 모레노 감독을 포함해 전원 스페인 출신으로 꾸려졌다. 에두아르도 도캄포는 FC소치 시절부터 모레노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수석코치를 맡는다. 하신트 마그리냐는 분석과 훈련 방법론 분야의 전문가로 합류했다.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감독으로 성과를 낸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도 코치진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하비에르 초카로는 선수단의 체력 관리를 책임지며, 스페인 라리가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니코 보쉬는 골키퍼 코치직을 수행한다.

모레노 감독은 9월과 10월 평가전 4경기, 11월 평가전 2경기 등 총 6차례의 A매치를 우선 지휘한다. 이후 대한축구협회의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조건도 계약에 포함됐다.

한국 대표팀에서의 첫 공식 무대는 다음 달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이 될 예정이다. 데이터 분석을 강점으로 내세운 모레노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선수단을 운영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