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몰랐다… 찬물로 우려야 더 좋다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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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엔 항산화, 찬물엔 감칠맛… 물 온도가 결정하는 차의 효능
매일 무심코 마시는 한 잔의 차. 차를 우릴 때 무조건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의 종류와 그 안에 담긴 유효 성분, 개인의 취향과 음용 목적에 따라 가장 좋은 물의 온도는 저마다 달라진다.

높은 온도에서는 폴리페놀과 같은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우러나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물의 온도를 낮춰 우려낼 경우 상대적으로 카페인 성분은 덜 빠져나오며 열에 민감한 성분은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 찻잎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하고 신체에 좋은 영양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각 차가 가진 고유한 특성에 맞는 온도 조절이 필수다.
뜨거운 물과 완벽한 궁합… 홍차와 우롱차의 항산화 극대화법
우선 뜨거운 물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대표적인 차로는 홍차가 있다. 홍차는 찻잎을 완전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녹차에 들어 있던 카테킨의 일부가 테아플라빈, 테아루비긴 등 홍차 특유의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변형된다.

학술지 '식품과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녹차와 홍차를 포함한 여섯 가지 종류의 차를 다양한 온도와 시간 조건에서 우려내 항산화 능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 홍차는 뜨거운 물에 짧은 시간 우려냈을 때 항산화 활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높은 온도의 물이 찻잎 속 수용성 유효 성분들을 빠르게 추출해 내기 때문이다. 다만 뜨거운 물에 찻잎을 너무 오래 담가 둘 경우 특유의 떫은맛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으므로 높은 온도의 물로 짧고 깔끔하게 우려내는 것이 핵심이다.
녹차와 홍차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찻잎을 반산화시킨 우롱차 역시 뜨거운 물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학술지 '분자'에 게재된 연구 논문을 보면 우롱차를 섭씨 65도와 100도의 물에 각각 5분과 10분 동안 우려내 유효 성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은 100도에서 5분간 우려냈을 때 8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65도에서 5분간 우린 경우에는 77%에 그쳤다. 차에 함유된 대표적 카테킨 성분인 EGCG 등도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추출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100도의 물이라 하더라도 추출 시간을 10분까지 늘릴 경우 활성산소 제거 능력이 79%로 다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우롱차의 풍미와 영양을 모두 잡으려면 높은 물 온도를 활용하되 추출 시간을 너무 길게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찬물로 천천히 우려내는 ‘냉침’… 녹차와 옥수수수염차의 반전
찬물에 천천히 우려내는 냉침 방식이 훨씬 더 좋은 차 종류도 있다. 대표적으로 녹차가 그렇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특유의 떫은맛 대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테아닌 성분을 챙기고 싶다면 찬물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차가운 물에서는 카페인이나 EGCG처럼 쓴맛과 떫은맛을 내는 성분들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학술지 '식품화학'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안지바이차라는 녹차 품종을 섭씨 4도의 차가운 물에서 우려내며 시간에 따른 성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80도의 뜨거운 물에서 우려낸 차와 비교했을 때 카페인을 비롯한 쓴맛 성분의 추출률이 40% 이상 현저히 낮아졌다. 반면 차의 감칠맛을 담당하는 아미노산 성분인 L-테아닌은 약 9.2% 더 많이 추출되는 결과를 보였다.
물론 녹차를 마시는 목적이 항산화 작용을 하는 EGCG나 총 폴리페놀을 최대한 많이 얻는 데 있다면 뜨거운 물이 더 좋을 수 있다. '식품화학'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녹차의 총 폴리페놀 성분은 85도의 물에서 30분 동안 우려냈을 때 가장 높은 추출량을 기록했다. 이처럼 녹차는 개인의 건강 상태나 취향, 얻고자 하는 유효 성분의 방향성에 따라 물의 온도를 달리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구수한 맛으로 자주 찾게 되는 옥수수수염차 역시 찬물에 오래 우려낼 때 항산화 성분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학술지 '식품생화학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옥수수수염 3g을 끓는 물 150ml에 5분간 우린 경우와 섭씨 5도의 찬물 150ml에 16시간 동안 냉침한 경우를 다각도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찬물에 길게 우려낸 냉침 방식에서 총 폴리페놀 함량이 더 높게 측정됐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 역시 뜨거운 물에 빠르게 우려낸 것보다 찬물에 오래 우려낸 쪽이 훨씬 우수했다.
녹차, 신체 이롭게 하는 다양한 효능
그렇다면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녹차가 가진 구체적인 효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녹차가 가진 강력한 효능의 핵심은 단연 카테킨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항산화력을 자랑하는 EGCG는 체내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과 노화를 막는 일등 공신이다. 이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은 신체 전반의 면역력을 증진하고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카테킨은 지방 분해 효소를 활성화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체지방 감소를 돕는다. 운동 전 녹차를 마시면 체지방 연소 효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녹차는 다이어트와 체중 관리를 돕는다.
심혈관 건강 증진 역시 녹차를 꾸준히 마셔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녹차 속 영양 성분들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흡수를 억제하고 혈관 내 피가 뭉치는 응고 현상을 방지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는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며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심장 질환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해 주므로 당뇨 예방이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음료가 된다.
녹차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은 뇌 기능 개선과 정신적 안정감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으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녹차는 다르다. 녹차에 포함된 L-테아닌이라는 특수 아미노산 성분이 뇌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알파(α)파 발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L-테아닌은 카페인의 급격한 흡수를 완화하면서도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녹차는 카페인을 통한 단기적 주의력 및 기억력 향상 효과와 테아닌을 통한 차분한 집중력을 동시에 안겨줘 업무나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 완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몸에 좋은 녹차라 할지라도 제대로 알고 마시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녹차의 쌉싸름한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공복에 녹차를 마실 경우 속 쓰림이나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녹차는 가급적 식사를 마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탄닌은 음식물 속에 포함된 철분과 결합해 체내 철분 흡수를 방지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평소 빈혈이 있거나 철분 영양제를 복용 중인 경우 식사 직후보다는 1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녹차에는 일정량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임산부는 하루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하루에 2~3잔 정도의 녹차를 따뜻한 온도로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너무 뜨거운 물로 차를 우려내면 몸에 좋은 성분이 파괴되거나 쓴맛이 강해질 수 있으므로 약 70~8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우려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