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5년 동안 공개해오던 ‘이것’을 돌연 비공개로 돌렸다…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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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증가폭 기록했는데 순위 공개 중단한 한은의 속내는?

한국은행이 별다른 사전 설명도 없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세계 순위 공개를 중단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국제 비교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2001년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 관련 항목을 사실상 비공개로 돌린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리인상 배경 설명하는 신현송 한은 총재. / 뉴스1
금리인상 배경 설명하는 신현송 한은 총재. / 뉴스1

25년 만에 사라진 '순위' 항목

3일 한은에 따르면 국제국은 이날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삭제했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우리나라 세계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1년 당시 한은은 외환보유액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 국가명과 규모를 처음 자료에 수록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배포 자료 말미에 전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규모와 함께 우리나라 순위를 매달 공개해왔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 특성상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이 수치는 오랫동안 경제 체력을 가늠하는 상징적 지표로 다뤄졌다.

아무 설명 없이 바뀐 발표 방식

문제는 이 항목이 사라진 방식이다. 한은은 순위 항목을 전격적으로 제외하면서 자료 본문이나 별도 설명자료, 브리핑 등을 통해 변경 사실이나 배경을 알리지 않았다. 평소 정례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던 정보를 예고 없이 걷어낸 것이어서, 신현송 한은 총재가 강조해온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보유액 순위를 확인하려던 독자라면 이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통계를 일일이 찾아 직접 비교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한은이 매달 정리해 제공하던 편의가 사라진 것이다.

순위 급변동이 만든 부담

한은은 최근 외환보유액 순위 변동 폭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치를 보면 변동 폭이 상당했다. 우리나라 순위는 작년 말까지 세계 9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1월 10위, 2월 1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5월 말에는 13위까지 밀렸다가 6월 말 다시 10위로 세 계단 올라섰다.

이런 등락의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이 있다.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헐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순위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한은 판단으로는 대외 건전성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환율이나 금 시세 등락에 따라 순위가 크게 출렁이면서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건전성과 무관한 외환보유액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자료 형식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점을 두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은이 자료 형식을 바꾼 시점이 공교롭게도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순위가 하락하는 국면에 관련 자료를 비공개로 돌렸다면 논란이 한층 커질 수 있었던 만큼, 순위가 회복세로 돌아선 지금이 형식을 바꾸기에 부담이 덜한 시점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환보유액 추이. 한국은행 제공 자료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외환보유액 추이. 한국은행 제공 자료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8월 외환보유액, 역대 최대 증가폭 기록

정작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자체는 눈에 띄게 늘었다. 8월 말 외환보유액은 4422억8천만달러로 7월 말 4279억5천만달러보다 143억3천만달러 급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종전 최대 기록이던 2009년 5월의 142억9천만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역대 최대였던 2021년 10월 4692억1천만달러와 비교하면 아직 400억달러 남짓 작은 수준이다.

증가 배경은 무엇인가

한은 관계자는 증가 원인으로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증가, 운용수익,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증가 등을 꼽았다. 특히 올해 초부터 한은이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남는 외화 자금을 대규모로 한은에 예치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이 3870억7천만달러로 70억7천만달러 늘었고, 예치금은 303억달러로 71억7천만달러 증가했다. 특별인출금(SDR)은 157억7천만달러로 6천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은 3천만달러 각각 늘었다.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되는 특성상 47억9천만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은은 최근 국내 생산업체의 수출용 실물 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금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8월 중 추가 금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순위는 어떻게 확인하나

가장 궁금한 부분은 앞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느냐다. 한은이 자체 발표에서 순위 항목을 뺀 만큼, 국민이 직접 IMF 통계나 주요국 중앙은행 발표 자료를 대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매달 한은 보도자료 한 장으로 확인 가능했던 정보가 여러 기관 자료를 교차 확인해야 알 수 있는 정보로 바뀐 것이다. 대외 건전성 자체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지만, 정보 접근성이 후퇴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뉴스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