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날 욕설, 다음 날엔 폭행… 초등학생에 머리채 잡히고 얼굴 맞은 60대 교사

작성일

청주 초등학교서 교사 폭행… 학생 22일까지 출석정지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60대 기간제 교사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퇴직 교원 출신으로, 학교에 처음 출근한 날부터 해당 학생의 욕설과 과격한 행동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3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60대 후반인 A교사는 이 학교와 6개월 기간제 교사 계약을 맺고 지난 1일 첫 출근을 했다.

첫 출근 날 욕설… 다음 날 폭행으로 이어져

A교사는 출근 첫날 실시된 진단평가 과정에서 5학년 B양에게 욕설을 들었다. 당시 B양은 투명 파일에 담긴 시험지가 더럽다며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B양을 진정시킨 뒤 보호자를 학교로 불러 조퇴시켰다.

B양은 다음 날인 2일 다시 등교했다. A교사가 전날 치르지 못한 시험을 다시 볼 것을 안내하자 B양이 A교사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B양은 갑자기 A교사에게 달려들어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교사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B양은 평소에도 다수의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욕설 등 과격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으며, 양극성 장애 관련 약물을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 병원 치료… 학생은 22일까지 출석정지

A교사는 사건 직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충북도교육청은 A교사에게 교권 침해와 관련해 10일간 휴가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에게는 오는 22일까지 출석정지 조처가 내려졌다. 교육 당국은 출석정지 기간 B양에게 가정학습 자료를 제공해 학업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청주교육지원청은 이번 사안을 다룰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위원회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교원단체들도 피해 교사와 현장에 있던 학생들에 대한 지원, 정서·행동 위기학생 관리 체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원단체 "교원·학생 안전 보호 제도의 한계 드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원과 학생의 안전·보호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충북교육청은 철저한 조사와 피해 교원 지원을 위한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이번 일을 피해 교사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사 개인의 깊은 상처이기도 하지만 전문적 치료와 보살핌이 절실한 위기학생은 물론 교실 안 다수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 심리적 충격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피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북교육청은 피해 교원 보호와 치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폭행 상황을 목격한 학생들의 심리적 충격과 회복에도 세심한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생에 대한 치료와 관리 체계도 문제로 제기했다. 교총과 충북교총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해당 학생이 평소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로 약물을 복용하는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했으며, 보호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투약이 중단되면서 겪은 극도의 정서적 불안이 돌발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단체는 "학생 개인의 비행이나 단순 폭행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적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적절한 치료 없이 교실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교실의 안전을 위해서는 의사의 전문적 처방에 따른 필수 치료를 보호자가 자의적으로 중단하지 못하도록 보호자의 자녀에 대한 치료 이행 의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도 "목격 학생·교직원 지원 필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도 전날 성명을 내고 교육 당국의 후속 대응을 요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교사와 여러 교원이 폭행을 당하는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했다"며 "피해 교사들의 빠른 회복과 함께 사건을 목격한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학생에 대한 기존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해당 학생이 이전부터 학교생활과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교사와 다른 학생을 보호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교사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교실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도 보장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가 학교와 교사들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도록 충북교육청의 대응을 지속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날 폭행 사건이 발생한 학교를 방문한 데 이어 충북교육청을 찾아 피해 교사 회복과 교사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