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안 가겠단 말은 안 하네요?”... 4년 전 김현숙 몰아세운 용혜인이 맞은 부메랑 (영상)
작성일
'장관+의원' 용혜인에게 쏟아지는 싸늘한 시선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더라도 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한 가운데, 과거 국정감사장에서 타 부처 장관을 향해 내뱉었던 강도 높은 질타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용 후보자는 불과 4년 전 국정감사에서 정부 부처 폐지 논란과 관련해 국무위원의 거취를 압박하며 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소속 정당의 원내 의석 1석을 사수하기 위해 비례대표 승계라는 의회주의적 관례를 저버린 용 후보자의 행보를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해당 발언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여야 간의 치열한 검증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3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용 후보자가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진행한 질의 영상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쟁점으로 다뤄지던 상황에서 용 후보자는 김 장관을 향해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사퇴하겠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질의했다.
김 장관이 "가정에 대해 대답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확답을 피하자 용 후보자는 "사퇴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갈하며 거세게 몰아세웠다.
용 후보자는 "항간에 여가부가 폐지된 후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으로 김 장관이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제의가 오면 수락하겠느냐"고 거듭 추궁했다.
김 장관이 "한번도 직에 연연한 적 없다"고 억울함을 표하며 답변하려 했으나 용 후보자는 "장관, 지금 위원이 질문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발언권을 차단했다.
김 장관이 "저도 대답하고 있다"고 맞대응하자 용 후보자는 "본인이 하고 싶으신 말만 하지 마시라. 질문하는 것에 답변하시라"며 말을 끊었다.
결국 김 장관이 "제가 마지막 여가부 장관으로 기록되고 양성평등본부장은 다른 분이 갈 것"이라고 거취를 밝혔음에도 용 후보자는 "결국 '안 가겠다', '거절하겠다'는 말씀은 하지 않는다"고 끝까지 압박을 가했다.
이처럼 과거 타인의 공직 수행과 거취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던 용 후보자는 정작 본인이 국무위원 후보자로 지명되자 전혀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용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공식 지명된 직후 언론을 통해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이 사퇴하면 원외 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당대표 후보자 역시 3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용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기본소득 실현을 통해 성평등 수준이 더 향상될 것"이라며 당 소속 인사가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당부했다.
법리적으로 국회법 제29조 제1항에 의거해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직을 겸하는 것은 실정법상 허용된다. 역대 국회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선출직인 지역구 국회의원이 장관직에 임명돼 두 직무를 동시에 수행한 선례는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받는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할 경우 해당 의석은 소속 정당이 제출한 비례대표 명부의 다음 순번 후보자에게 승계된다.
이러한 제도적 원리 탓에 과거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 등 타 공직자로 진출할 때는 의원직을 사퇴해 후순위자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것이 국회의 관례로 통용됐다.
용 후보자가 관례를 깨고 의원직 유지를 선언한 배경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특수한 연합 구도가 작용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지난 총선 당시 기본소득당 단독 명부가 아닌 연합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6번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 직후 용 후보자는 본래 소속 정당인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해 현재 제22대 국회에서 유일한 원내 1석을 방어하고 있다.
만약 용 후보자가 장관 취임을 이유로 사퇴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승계 절차에 따라 해당 의석은 기본소득당 소속 인사가 아닌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명부의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넘어간다.
결국 기본소득당은 원내 의석을 상실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며 정당법에 따른 국고보조금 지원 규모도 축소된다. 이 같은 당 내부의 현실적인 한계가 비례대표 사퇴 관행을 거스른 핵심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소속 정당의 의석 유지라는 이유로 행정부 장관과 입법부 의원이라는 권한을 동시에 보유하려는 행태를 두고 특혜이자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 구성원의 임무와 정부 부처를 이끌어야 할 장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용 후보자가 과거 타 장관을 향해 빼 들었던 잣대가 본인의 인사청문회로 고스란히 옮겨오며 향후 청문회 과정은 거취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