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폰 Gen 6+, 드라이버 하나로 부품 12개 분리…649달러에 미국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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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폰 Gen 6+, 드라이버 하나로 부품 12개 분리되는 88만원대 완전분해폰
분쟁광물 없이 생활임금 노동자가 만들어…미국선 아마존 판매 개시

스마트폰을 오래 쓰는 게 당연했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화면이 깨지거나 배터리가 닳으면 수리보다 새 기기 구매가 더 쉬운 구조가 굳어졌다. 네덜란드 스마트폰 제조사 페어폰(Fairphone)이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내놓은 신제품 ‘페어폰 Gen 6+’(매체에 따라 Gen 6 Plus로도 표기)는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맞선다. 가격은 649달러(소스에 따라 650달러로도 언급, 약 88만원 상당·1달러 1,357원 기준)로, 8월 출시됐다.
페어폰 최고기술책임자(CTO) 챈들러 해튼(Chandler Hatton)은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하고 있다”며 “고성능 모듈러(부품을 조립·분해할 수 있는 구조) 스마트폰이 아주 오랫동안 쓰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어폰의 목표가 사용자가 기기를 “완전히 소유(fully own)”하도록 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이버 하나로 부품 12개까지 분리
페어폰 Gen 6+의 가장 큰 특징은 분해와 수리가 쉽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Android Authority)에 따르면 이 제품은 드라이버 하나만으로 부품 최대 12개를 뗄 수 있도록 설계됐다. 6.31인치 OLED 화면 역시 완전히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만들어졌다고 아르스 테크니카가 전했다.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도 길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가 소개한 제품 정보에 따르면 2033년까지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고, 최소 6차례의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 같은 매체는 페어폰의 이전 모델 중 일부가 거의 10년에 가까운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부품은 쉽게 구할 수 있고, 드라이버 몇 개와 간단한 문서만 있으면 직접 고칠 수 있어 일반 휴대폰 수리점에서도 저렴하게 고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관은 이전 세대와 결이 다르다. 테크어드바이저(Tech Advisor)는 화면이 6인치를 살짝 넘는 크기에 얇은 베젤이 둘러진 플라스틱 소재 본체를 갖췄다고 전했다. 회색·검정, 초록, 파란색 케이스로 나오며 반무광 마감이 손에 편안하지만, 직각에 가까운 모서리 디자인 때문에 이전 모델들보다는 그립감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분쟁광물 없이, 생활임금 받는 노동자가 만든 폰
페어폰은 단순히 수리 가능성만 앞세우지 않는다. 아르스 테크니카는 페어폰이 분쟁광물 사용을 피하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며,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기를 설계한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여러 대의 폰을 팔기보다, 고장이 나도 계속 쓸 수 있는 폰 한 대를 파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는 이를 더 구체적으로 짚었다. 페어폰은 “안에서부터 밖까지 공정하게(made fair from the inside out)” 만든 제품을 판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실제로 창문에 자살방지망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적정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든다고 전했다. 또한 아동이 노예와 같은 조건에서 채굴한 희귀 광물을 쓰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윤이 최우선인 구조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DRC)산 저가 코발트 같은 자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매체의 지적이다.
구글 없이도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에 따르면 페어폰 Gen 6+에는 구글이 제조사에 의무적으로 넣도록 요구하는 앱들과 자체 유틸리티 ‘마이 페어폰(My Fairphone)’ 외에는 별도 앱이 거의 없다. 삼성이나 애플 제품과 달리 불필요한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갈 여지가 적다는 설명이다.
한발 더 나가 구글을 완전히 배제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 기반이라는 점을 활용해 구글 요소를 뺀 대안 운영체제들이 나와 있는데, 그중 하나인 /e/OS를 페어폰 Gen 6+에서는 손쉬운 설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는 /e/OS가 현재 나와 있는 소프트웨어 중 가장 보안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사생활 보호 기능은 사진 앱에도 반영됐다. 테크어드바이저에 따르면 페어폰은 구글 포토 같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자체 갤러리 앱을 넣었는데,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내부에만 저장한다. 전원 버튼 옆에는 노란색 스위치가 따로 달려 있어 ‘모먼츠(Moments)’ 모드를 켤 수 있는데, 알림·아이콘·앱을 화면에서 지우고 사전에 선택한 필수 앱만 실행되도록 하는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 기능이다.
649달러라는 벽…미국선 아마존으로만 구매
페어폰 Gen 6+는 미국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는 이것이 이전 제품들과 비교해 큰 변화라고 짚었다. T모바일과 T모바일 통신망을 쓰는 알뜬폰(MVNO) 업체들과는 완전히 호환되며, 나노 심(eSIM이 아닌 물리 심)을 써야 한다. AT&T와는 별도 설정 없이도 대부분 호환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매체는 12GB 램, 256GB 저장공간, 스냅드래곤 7s 프로세서 조합이 통상적으로는 중급형 사양으로 분류돼 649달러라는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나 대형 제조사가 끼지 않아 중고 보상판매나 특별 할인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오소리티가 진행한 자체 독자 투표(878명 참여)에서는 구매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2%에 달했지만, 미국 시장에서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는 가격과 유통망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는 게 매체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