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11 프로, 램 12GB로 줄고 가격은 100달러 올랐지만 카메라가 만회한다
작성일
램 12GB 축소·가격 100달러 인상에도 카메라로 호평받은 픽셀11 프로
하이라이트·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는 실망, 충전 속도도 지난해와 비슷

구글 픽셀11 프로와 픽셀11 프로 XL을 둘러싼 사전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램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신기능 하이라이트(Highlight)는 벌써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텐서(Tensor) G6 칩은 큰 성능 도약이 아니고,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그런데 여러 매체가 실제로 몇 주씩 써본 뒤 내린 결론은 사뭇 다르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Android Authority)는 “실망스러워야 할 폰인데도 손에서 놓기 어렵다”고 평가했고, 매셔블(Mashable)은 “하이라이트는 헛발이지만 카메라가 만회한다”고 정리했다.
가격 오르고 램은 줄었다, 저장용량 구성도 바뀌었다
픽셀11 프로는 1,099달러, 프로 XL은 1,299달러부터 시작한다. 매셔블에 따르면 프로 모델 가격은 픽셀10 프로 출시가보다 100달러 오른 값이다. 프로 XL의 경우 256GB 모델 가격을 지난해와 같은 1,299달러로 유지했지만, 기본 저장용량을 128GB에서 256GB로 두 배 늘리면서 사실상 100달러를 올린 셈이라고 테크레이더(TechRadar)는 짚었다. 두 모델 모두 128GB 옵션이 사라지고 256GB·512GB·1TB 세 가지로 구성이 바뀌었다.
문제는 램이다. 256GB 모델의 램이 12GB로 줄었다. 지난해 픽셀10 프로는 256GB 모델에도 16GB 램이 들어갔는데, 이번엔 512GB·1TB 모델을 사야 16GB를 받을 수 있다. 매셔블 리뷰어는 “세상이 램마겟돈(RAMageddon)인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전년 대비 다운그레이드를 보는 건 별로다”라고 밝혔다. 구글은 적은 메모리로도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최적화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체감 영향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는 프로가 6.3인치(1280×2586), 프로 XL이 6.8인치(1344×2992)로 해상도 자체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다만 최대 밝기가 300니트 늘어난 3,600니트로 상향됐다. 배터리는 프로가 4,850mAh, 프로 XL이 5,115mAh다. 구글은 8월 12일(현지시각) 픽셀11 라인업을 공개했고,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8월 중순 발표 이후 8월 20일(현지시각)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하이라이트·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 아직은 헛발질
하이라이트는 카메라 바 뒤쪽에 들어간 발광 모듈이다. 특정 연락처에 색을 지정해두면 그 사람이 전화할 때 불이 켜지고, 폰을 뒤집어 놓은 상태에서 제미니(Gemini)를 쓰면 불빛이 소용돌이치듯 반짝인다. 문제는 지금 이게 전부라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 리뷰어는 “서드파티 앱은 벌써 문자 알림용 표시등으로 하이라이트를 활용하고 있는데, 기본 기능으로 이게 안 된다는 건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매셔블도 “제미니를 쓸 때나 전화가 올 때만 반응하는데, 전화는 스팸콜 말고는 거의 올 일이 없는 두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헛발”이라고 평가했다.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Proactive Assistance)도 사정이 비슷하다. 친구가 항공편을 물어보거나 식당 예약 시간을 확인하는 문자를 보내면 구글 메시지 안에서 바로 답할 수 있는 단축 기능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오소리티 리뷰어는 “거의 한 달을 써봤지만 단 한 번도 진짜 도움이 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정 표현과 날짜·시간이 문자에 정확히 들어가야 작동하는 데다, 막상 팝업이 떠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요약해주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충전 속도는 아예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엔 배터리가 50% 이하일 때 백그라운드 작업을 줄여 충전을 빠르게 하는 ‘익스트림 차징 모드’가 새로 생겼지만, 실측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 테스트에서 픽셀11 프로는 0~100% 충전에 86분이 걸려 픽셀10 프로(87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45W를 지원하는 프로 XL은 64분으로 조금 더 빨랐지만, 60W 충전을 지원하는 갤럭시 S26 울트라의 42분에는 크게 못 미쳤다. 게다가 최대 충전 속도를 뽑아내려면 21V PPS 규격을 지원하는 특정 충전기가 필요한데, 67W 앤커(Anker) 충전기로 시도했지만 이 규격이 없어 25W로 제한됐다고 리뷰어는 전했다.
그래도 카메라·디자인은 여전히 손이 가는 이유
카메라는 이번에도 호평이 이어진다. 후면에는 5,000만 화소 메인, 4,800만 화소 초광각, 4,800만 화소 망원(프로 XL은 5배 광학줌, 120배 프로 줌 지원)이 들어갔고 전면은 4,200만 화소다. 매셔블 리뷰어는 “픽셀11 프로로 사진 찍는 게 즐겁다. 어려운 조명에서도 결과물이 꾸준히 좋게 나온다”고 평가했다. 새로 추가된 매직 캡처(Magic Capture)는 영상을 녹화하면 흔들리지 않는 정지 이미지를 자동으로 잘라내 뽑아주는 기능으로, 리뷰어는 뉴욕의 비둘기처럼 재빠른 대상을 찍을 때 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지보드(Gboard)에 새로 들어간 램블러(Rambler)는 말을 더듬거나 문장을 바꿔 말해도 이를 정리해 읽기 좋은 문장으로 바꿔준다.
디자인에서는 무광 마감의 오브시디언(Obsidian) 색상이 유독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의 다른 리뷰어는 “2주간 써보면서 옆면을 닦아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픽셀10 프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닦아야 했다”고 전했다. 캔욜(Canyon)·올리브(Olive)·포그(Fog)는 여전히 광택 마감이라 지문과 얼룩이 쉽게 남는다는 점이 대비된다. 이 리뷰어는 “픽셀4 이후로 가장 그립감이 좋은 픽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무광 마감이 오브시디언 한 색상에만 적용된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두 모델 모두 Qi 2.2 규격의 내장 마그넷과 무선 충전을 지원하고, 7년간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받는다.
배터리 체감은 엇갈리고, 총평은 “아쉬워도 계속 쓰게 된다”
모든 리뷰가 장점만 나열한 건 아니다. 테크어드바이저(techadvisor.com)는 정반대의 경험을 전했다. 픽셀11 프로를 2주간 쓰면서 “매일 밤 대기 상태에서만 10~15%씩 배터리가 빠졌다”며 “충전을 잊고 나가면 저녁이 오기 전에 충전기를 찾아 헤매야 했다”고 밝혔다. 리뷰어는 “화면이 꺼져 있을 때가 더 문제”라며 “다른 폰들이 해결한 문제를 왜 이 폰은 못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성능 측정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매셔블이 진행한 긱벤치(Geekbench) 7 테스트에서 픽셀11 프로는 싱글코어 1,448점, 멀티코어 4,642점을 기록했다. 일반 픽셀11보다도 수천 점 낮은 수치다. 다만 리뷰어는 “실제 사용에서는 체감할 만한 차이가 전혀 없었다”며 “구글 텐서 칩은 원래 긱벤치에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뭔가 벤치마크 자체의 문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테크레이더는 프로 XL을 두고 “새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밸류 점수 5점 만점에 3점, 디자인 점수는 4점을 줬다. “최근 픽셀 사용자라면 이번 업그레이드는 건너뛰어도 된다. 다만 아이폰이나 삼성에서 넘어오려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 역시 “하이라이트도,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도, 충전도 완벽하지 않다”면서도 “뛰어난 하드웨어와 카메라, 최고 수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라는 구글의 공식이 여전히 통한다”며 리뷰 종료 이후에도 이 폰을 계속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